아름다운 세상을 꿈꿉니다, 평화를 응원합니다

제 37회 UN세계평화의 날 기념식을 다녀와서

등록 2018.10.02 10:04수정 2018.10.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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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구테헤스(Antonio Guterres) 現 UN 사무총장, 2018년 6월 13일 ⓒ United Nations Photo

"이 땅에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손에서 무기를 내려놓는 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진정한 평화는 우리가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의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안토니오 구테바흐 現 UN 사무총장

2018년은 세계 인권선언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에 제2차 세계대전이 몰고 온 끔찍한 참상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 전 세계가 지켜야 할 인권 보장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UN 총회에서 채택되었습니다. 인권은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권리임을 최초로 천명한 선언이며,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선언의 조항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저자: 現 UN 인권위원회 자문위원 장 지글러(Jean Ziegler) ⓒ 최종원

몇 년 전 제가 고등학생일 때, 학교에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이 필독서로 지정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독후감 상 좀 타보겠다고 책을 빠르게 속독하느라 깊이 없이 머리에만 내용을 급급히 채워 넣었던 희미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몇 달 전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바라본 책 속의 상황들은 끔찍했습니다. 배고픔의 대물림, 불평등한 분배 구조, 정치적 이익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구호 활동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5초마다 한 명의 아이가 죽어간다고 합니다. 이미 전 세계에서 약 120억 명을 먹일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약 10억 명이 만성적인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어떤 탈북시민 분이 강연하셨던 내용이 떠오릅니다. '평화(平和)의 화(和)는 벼(禾)와 입(口)이 합쳐진 한자'임을 언급하였습니다. 벼가 입에 들어가야 평화가 온다. 평화에 대한 다른 시각이었습니다. 맞습니다. 먹지 않으면 인류는 평화를 떠나 생존할 수 없습니다.

인권은 고사하고, 먹을 것도 배급받지 못해 굶주림이 일상이 된 이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평화'를 말할 수 있을까요? 더불어, 우리가 평화를 말하기 위한 '평화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청년 대표와 대담을 하고 있는 임형준 現 UN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 (우) ⓒ 최종원

지난 9월 8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제 37회 UN세계평화의 날 기념식'을 다녀왔습니다. 매년 9월 21일은 유엔에서 제정한 '세계 평화의 날'인데, 이 날은 전 세계에 폭력이 없어지는 날로 24시간 동안 어떠한 총성도 들리지 않도록 무기를 내려놓는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유엔 공보국의 제안으로 정부의 지원 아래 'UN세계평화의 날 한국조직위원회'가 조직되면서, 매년 기념식과 기념행사를 주최하고 있습니다.
 

제 37회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는 現 이재준 고양시장 ⓒ UN세계평화의 날 한국조직위원회

제가 도착했을 때는 유엔세계식량계획 한국사무소 임형준 소장과 청년들의 대담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여러 질문들이 오갔습니다. '북한과 같은 투명하지 않은 국가에 지원이 꼭 필요한가요?' '우리나라도 못 사는 사람이 많은데 왜 개발도상국들을 도와주어야 합니까?'

임형준 소장은 "인도적인 지원은 필수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0~2세 유아시기에 영양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뇌가 잘 자라지 않고, 평생을 몸이 약한 상태로 살아야 합니다"라며 인도적인 지원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구호 사업은 또한 철저히 모니터링을 통해 진행되며, 그렇기에 식량 손실률이 매우 낮다고 합니다.

임형준 소장은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도 WFP의 식량지원을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20년 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최초로 지원을 받는 나라에서 지원을 하는 공여국로 성장하였습니다"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소장님의 말을 듣고 저는 우리나라의 취약 계층도 당연히 도와야 하지만, 전 세계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도와 '제 N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것도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요한 갈룽 학자는 평화를 '적극적 평화'와 '소극적 평화'로 분류하였습니다. '소극적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입니다. '적극적 평화'는 그와 더불어 '환경파괴' '인권침해' '반목과 갈등'이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우리와 북한의 관계는 지금 '소극적 평화'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서로간의 적대 의식과 판이한 문화 체계로 인해 '적극적 평화'를 실현하기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냉전의 시대는 끝났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이 상당합니다.

앞서 말했던, 구테바흐 사무총장의 말처럼 우리는 무기를 내려놓는 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적극적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는 '분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뿌리를 뽑고, 보다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며,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위해 책임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그들에게 가라, 그들과 함께 살아라, 그들을 배우고 사랑하라. 그들이 알고 있는 것부터 시작해 그것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라." 중국을 대표하는 철학자 노자(老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적극적 평화'를 이루기 위해, '평화 감수성'을 기르기 위해서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  
 

(왼쪽부터) 악수하고 있는 Monica Willard 現 UN 세계평화의날 NGO위원회 대표, 김원수 前 유엔 사무차장 및 군축고위대표, Liberato Bautista 現 UN종교NGO위원회 대표 ⓒ UN세계평화의 날 한국조직위원회

행동의 첫 걸음은 '대화'일 것입니다. 사진 속 세 분들은 모두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대화 없이는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면 공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대화는 신뢰의 출발점이며, 평화를 향한 지름길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세계의 어떤 이도 편견 없이 바라보고, 격의 없이 대화하고 싶습니다. 인류는 우주 관점에서 티끌보다 작은 존재이지만, 생명체라는 선택 받은 우주의 행운아이기도 합니다. 같은 인류로서 평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내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인권도 소중하며 누구도 침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이뤄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봅니다. 평화를 응원합니다.  
 

UN세계평화의 날 기념식 ⓒ 최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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