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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출발 벤투호, '초심'과 함께 카타르로 향하길

[A매치 평가전] 한국, 코스타리카에 2-0 완승

18.09.08 11:05최종업데이트18.09.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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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벤투 감독의 데뷔전은 산뜻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데뷔전'일 뿐이다. 한국 축구는 지난 4년간 만족스러운 부분보다 아쉬운 점이 훨씬 더 많았다. 4년 전 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 후 새로이 출발을 다짐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지금과 큰 차이가 없었음을 기억할 수 있다. 이날의 '초심'과 함께 4년 뒤 카타르로 향하는 것이 한국 축구의 앞날을 결정짓는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7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대표팀은 시원시원한 경기력에 결과까지 잡아내며, 지난 2013년 10월 12일 브라질과 친선 경기 이후 5년여 만에 만원 관중을 기록해준 팬들의 성원에 확실히 보답했다.
 
벤투 감독의 색깔은 뚜렷했다. 단순히 볼만 소유하는 점유율 축구에서 한 단계 발전한 공격적인 축구였다. 좌우측 풀백의 오버래핑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섬세하고 창의적인 패스를 통해 기회를 창출하는 모습이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기성용의 장거리 패스를 활용한 공격도 더욱 날카로워진 모습이었다.
 
시원시원했다. 이재성이 전반 35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이 놓친 페널티킥을 재빨리 달려들어 밀어 넣었다. 후반 33분에는 남태희가 유럽 무대서나 볼법한 화려한 개인기에 이은 멋진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 외에도 손흥민과 지동원, 이승우 등이 끊임없이 상대 골문을 위협하며 벤투 감독의 데뷔전 승리에 힘을 보탰다.
 
2골을 터뜨린 공격뿐 아니라 중원과 수비도 합격점을 줄만했다. 기성용과 정우영이 포진한 중원은 상대와 싸움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여유롭게 볼을 다루며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날카로운 빠른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격에 가담한 풀백의 공간을 메우고, 중앙 수비수의 역할까지 소화하는 등 수비에서도 훌륭한 경기력을 보였다.
 
김영권과 장현수, 김민재 등이 지킨 후방도 안정적이었다. 1:1 싸움에서 쉽사리 밀리지 않았고, 미드필더진과 협력을 통해 상대 공격을 여러 차례 무산시켰다. 승부의 추가 어느 정도 기운 후반 중반부터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는 점은 칭찬할 만했다.
 
산뜻한 출발 벤투호, '초심'과 함께 카타르로 향하길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여정이 닻을 올렸다. 이날 승리에 크게 심취해선 곤란한 이유다. 지난 4년, 더 멀리 보면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의 한국 축구는 환희의 순간보다 절망적일 때가 훨씬 더 많았다. 새로운 감독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이날의 모습이 앞으로도 쭉 이어져야 한다.
 
벤투 감독의 성공 여부는 대표팀 내 경쟁이 가른다. 끊임없이 경쟁하는 분위기가 이어져야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지난 8년간의 세월이 증명한다. 경쟁은 잠시 동안만 존재했을 뿐, 시간이 흐를수록 찾아보기 어려웠다.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출범한 조광래호,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탄생한 울리 슈틸리케호 모두 시작은 경쾌했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기성용과 구자철, 지동원 등을 앞세워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인상적인 경기력과 성과(3위)를 내기도 했었다.
 
부임 초반의 슈틸리케 감독도 치열한 경쟁을 끌어내며 성공 가도를 내달렸다. 무명이던 이정협을 발탁해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이란 성과를 냈고, 권창훈과 이재성 등 어린 선수들을 대표팀 중심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조광래와 슈틸리케 감독 모두 시간이 흐를수록 이름값에 치중한 선수 선발을 일삼으며 뼈아픈 실패를 맛봤다.
 
벤투 감독은 실패한 한국 축구의 과거를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가 대표팀에선 주전으로 나서는 과거가 반복된다면, 한국 축구는 절대로 전진할 수 없다. 무대와 관계없이 소속팀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인 선수들이 끊임없이 경쟁해야 발전된 한국 축구를 마주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이 꿈꾸는 축구는 보통이 아니다.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과 이날 경기를 토대로 보면, 세계 축구의 흐름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다. 무의미한 백패스를 남발하며 점유율 수치만 높이지 않고, 빠르고 과감한 전진 패스를 통해 승리를 가져오는 수준 높은 축구다. 섬세하게 나뉜 코칭스태프는 벤투 감독의 축구가 보통이 아니란 것에 힘을 싣는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대표팀과 거리가 있다면 금세 티가 날 수밖에 없다. 풀백은 과거와 달리 공격 가담 능력이 중요해졌다. 속도와 안정적인 볼 터치, 정확한 크로스 능력이 선발 자리를 보장한다. 중앙 수비수도 단순히 후방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측면과 미드필더 지역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안정감을 더하고, 정확한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기성용과 정우영이 보여줬듯, 중원에 위치한 선수들 역시 공수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상대의 압박에 못 이겨 백패스만 남발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하고 한 박자 빠른 패스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어야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후방 전 지역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능력도 기본이 됐다.
 
공격도 마찬가지다. 상대 수비가 두려워 뒤로 물러선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끊임없이 공간을 찾아 들어가고, 빠르고 창의적인 패스로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통해 수비의 균열을 만들어내는 개인기도 보여줘야 한다. 결과로 말하는 포지션답게 공격 포인트 수치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와 달라야 한다. 원칙과 상식이 존재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표팀에 걸맞은 팀이 꾸려졌을 때, 벤투 감독의 이상이 실현될 수 있다. 벤투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모두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경쾌한 출발이다. 벤투 감독은 이날의 초심과 함께 카타르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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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VS코스타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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