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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폭력·성매매·몰카 담아 칸영화제로... 이 감독의 패기

[여기는 칸] 단편 <시계> 조현준 감독... "피해를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싶었다"

18.05.18 11:53최종업데이트18.05.1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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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감독. ⓒ 조현준


제71회 칸영화제에선 여러 사이드바(비공식이지만 영화제 관련한) 행사가 열렸다. 권위로 치면 감독주간, 비평가주간 등이 앞서지만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일종의 가능성을 시험할 무대로, 단편 비경쟁 부문이다. 해당 부문을 소개하는 '잠재력을 발견하고, 많은 관계자들과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라는 말처럼 세계 각국 영화인들의 단편이 카탈로그를 장식하고 있다.

한국에선 30여 편이 이 부문에 출품했다. 조현준 감독의 <시계>도 그 중 하나. 전작 <삐라>를 통해 북한 내 사회상을 다큐멘터리로 생생하게 전한 그는 이번엔 극영화를 통해 군대 내 괴롭힘과 성매매와 관련된 주제를 담았다. 영화는 선임의 강요에 의해 휴가를 나가 성매매 현장에서 몰카를 찍는 한 남자(류경수)의 이야기를 그렸다.

조현준 감독은 "윤일병 사건, 성추행 사건 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며 "계급주의가 강한 우리 사회 현실을 빗대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역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만들어 갔다. 군대를 직접 고발하는 영화는 아니고 피해자들 스스로도 용기를 내서 사실을 고백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싶었다. 물론 그들이 견뎌 온 시간은 길고 그들의 아픔을 남이 완벽하게 이해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기 위해선 보다 용기를 냈으면 했다."

영화 <시계>의 한 장면. ⓒ 조현준


제목에 대해 감독은 "언제까지 침묵만 하고 있을 것인지, 계급 사회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모습이 많이 있는데 우리가 지나쳐 온 시간들을 돌아보자는 의미로 지었다"고 말했다.

참고로 몰래카메라를 찍는 도구로 활용되는 시계는 실제로 조현준 감독이 입북했을 때 착용했던 것이기도 하다. 영화 <삐라>를 찍기 위해 캐나다 쪽 여행사를 통해 입북한 그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담았다.

"삐라는 임진각에서 보수단체들이 대북 선전용으로 날리곤 했잖나. 그걸로 인해 남남갈등이 심해지고, 진보와 보수 갈등, 심지어 파주 지역 주민들까지도 갈등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그 삐라의 대상인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제가 캐나다 국적이라 그곳 여행사를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중앙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한 후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 생활을 했고, 이내 ABC 방송사 소속으로 1년을 일하면서 여러 다큐멘터리 작업에 참여했다. 당시 만든 작품이 한 쿠바인의 개인적 아픔과 국가의 검열을 다룬 <얼라이브 인 하바나>다. 이후 그는 <트랜스시암> <황색바람>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칸영화제를 통해 "작품을 세계 영화계에 알리고 싶었다"던 그는 대학가 원룸임대업자와 학생들 간 갈등을 다룬 극영화를 준비 중이다.

ⓒ 조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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