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첫방부터 불쾌... 아이돌 연습생 두번 죽인 양현석의 '갑질'

[주장] JTBC <믹스나인>은 왜 데뷔 무산으로 끝나야 했나

18.05.04 19:26최종업데이트18.05.04 19:26
원고료로 응원

올해 1월 종영한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 우승자들의 데뷔 계획이 최종 무산됐다. ⓒ JTBC


사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방영 전 제작발표회에서 최종 우승 팀에 대한 계획을 물었을 때, YG 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누가 뽑힐지도 결정이 안 됐기 때문이다. 우승 팀이 결정되면, 소속사 분들과 상담을 해야 한다"는 모호한 대답만을 남긴 바 있다. (2017년 10월 17일 <스포츠경향> "'믹스나인' 제작발표회, YG 양현석 "문제 있는 아이돌 시장에 필요한 프로그램")

당시에는 거대 기획사의 자본에 근거한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종영 후 4개월 만에 우승자들의 데뷔 계획이 공식 무산되면서 결국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셈이 됐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데뷔 경험이 있으나 주목받지 못하고 잊힌 아이돌, 소속사 사정으로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들에게 재기 기회를 준다는 의의는 달콤했으나 그뿐이었다. 방영 시작 후 <믹스나인>이 잠시나마 주목받은 것은 양현석 대표의 막말과 갑질, 그리고 YG 엔터테인먼트라는 간판만 믿은 안이한 기획 때문이었다. 1화부터 양현석 대표는 전국 곳곳의 중소 기획사를 '시찰'하며, 각 대표들이 자신 있게 선보이는 연습생들의 무대를 관람한 후 '가능성 있다'라고 판단되는 이들만을 차량에 탑승시켰다. CL, 승리 등의 심사위원이 있었지만 가장 핵심은 '양현석의 마음에 드는가'였다. "왜 내 맘에 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지?"라는 발언도 나왔다.

화제성은 잃고 양현석의 독설만 남았다

<믹스나인> 초기 방송분에서 YG 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참가자들에 대한 독설을 날리며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 JTBC


오만한 내려보기는 독설로 이어졌다. 그룹 코코소리의 멤버 소리를 심사하면서 "이 나이 되도록 뭐했나", "되는 일은 없는데 하는 일은 많은 것 같다"는 인격 모독에 가까운 말을 쏟아냈고, 3회 어떤 참가자에게는 "말부터 가르쳐야겠구나"라는 폭언을 일삼았다. 이후 그의 말이 화제가 되고 비판 받자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대중은 YG 엔터테인먼트가 과연 '참가자들을 위해 진정성 있는 기획'을 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모든 참가자들은 불공정한 계약을 감수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했다. 공정위 감사 결과에 따르면 YG 엔터테인먼트는 대금 지급과 수익만 배분하면 전속계약이나 계약서 상의 의무를 이행할 어떤 책임도 없었다. 이뿐 아니라, 출연자를 하차시키기로 결정해도 해당 소속사에만 통보하면 됐다. (2018년 5월 2일 <스타투데이> 공정위, '더유닛'·'믹스나인' 불공정 계약 적발)

그렇게 해서라도 이 서바이벌에 출연한 멤버들이 주목 받았다면 넘어갈 수도 있었다. 170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이 있었으나 그들을 담을 시간은 부족했고 몇몇 선택된 연습생들만 주목받을 수 있었다. 남녀 성대결 구조는 그렇잖아도 불공평한 구조를 더욱 불공평하게 만들었다. 1%에도 미치지 못한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은 종영까지 0점대 후반을 겉돌았다. 포털 검색창이나 SNS로도 화제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연습생-소속사들의 허탈함은 누가 보상하나

그렇게 프로그램이 끝났다. YG 엔터테인먼트는 '인기 없는 오디션' 우승자들에게 '4개월 활동기간과 해외 공연'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각 소속사들에게 3년의 계약 기간을 제시했다고 한다. 당장을 기약하기도 힘든데 3년 동안 권리를 넘기라는 제안은 중소 소속사들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연습생들과 전직 아이돌 멤버들은 데뷔를 향한 절박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대형 기획사의 기획력과 자본을 믿었던 중소 기획사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건 '아쉽게도 화제가 되지 못했다'는 변명뿐이다.

최소한 과정이라도 아름다웠다면 모를까. <믹스나인>은 폭언과 독설로 얼룩졌으며 공정하지도 않았던 경연장이었다. KBS의 경쟁 프로그램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도 미숙한 진행으로 발목 잡혔지만 적어도 '선배 군단'의 애정은 있어 보였다. 게다가 이들은 오는 17일 걸그룹 유니티의 론칭을 앞두고 있다.

<믹스나인>의 실패는 앞서 성공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달콤한 선례들만 취하고자 했던 대규모 기획사의 무지와 오만함이 만든 결과다. 양현석은 수많은 연습생들과 중소 기획사들의 수년간의 노력을 '나태하다'고 평가했고, 이들에게 공정하지 못한 판에서 경쟁을 강요했다. 그 후 인기가 없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말만 남기고 발을 뺐다. 미디어와 대기업 '갑질'이라 봐도 무방하다.

갈 길 잃은 연습생들과 중소 기획사,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화려한 무대를 꿈꾸며 연습실에서 땀 흘리고 있을 이들의 허탈함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YG 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168)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믹스나인 오디션 아이돌 YG엔터테인먼트 JTB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