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아픈 4월'을 보내면서

잊지 않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등록 2018.05.01 16:19수정 2018.05.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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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저녁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4주기 추모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 윤성효


올해도 벌써 4월이 지나갔다.

잔인하고 아팠던 2014년 4월의 그날 이후로 속절없이 4년이 지나가고, 다시 4월을 떠나보낸다. '세월호'라는 이름 앞에 우리는 모두 아파하고 부끄러워하고, 분노하며 주먹을 촛불을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세월호의 아픔들을 보며 떠나는 4월 앞에 부끄럽기만 하다.

나는 세월호의 엄마가 아니다. 하지만 '엄마'다. 내 아이를 한없이 사랑하는 엄마다.

엄마란 존재는 땀 흘리며 헌신적으로 아이를 키워낼 의지가 있고, 아이의 잘못을 품을 수 있는 관용이 있고, 아이의 아픔을 공감할 따뜻한 심장이 있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버릴 용기가 있다. 지친 아이를 다독거리기도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아이를 위해 대신 나서주기도 하지만,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주고 싶어도 묵묵히 지켜보며 혼자 일어서길 인내로 기다리기도 한다. 

엄마는 이 사랑으로 세상을 사랑한다.

내가 덕을 쌓으면 내 자식에게 다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을 도우며 착하게 살아가기도 하고,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좀 더 살만하길 바라며 환경을 지켜나가고 부조리한 일들을 드러내고 함께 해결해나가기도 한다.

진짜 엄마들은 이렇게 점점 더 진화하며 세상을 품는다.


그림형제의 동화집에는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엄마가 숲으로 먹이를 찾아 나선 사이에 변장에 능한 늑대가 나타나 집에 있는 아이들을 몽땅 잡아먹는 이야기다. 물론 꼭꼭 숨어 혼자 남은 막내 염소가 엄마 염소에게 이 사실을 알려 풀밭에서 잠든 늑대의 배를 가르고 통째로 먹혔던 아기 염소들을 무사히 살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이야기에서 늑대는 엄마 흉내를 내어 꽁꽁 걸어 잠근 염소네 집의 문을 열게 한다. 목소리를 변조하고, 자신의 앞발에 밀가루를 뿌려 하얗게 만들어 '엄마'라고 하며 아이들을 속인다.

터무니없는 동화 이야기 같지만 이 늑대 엄마를 보면 가짜 엄마가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가짜 엄마는 '속이는 존재'다. 자기 안에 감춰 둔 시커먼 속내를 보여주지 않고 밀가루 바른 하얀 앞발을 내보이는 존재다. 게다가 '욕심 많은 존재'다. 일곱 마리나 되는 아기 염소들을 차례로 꿀꺽 꿀꺽 삼켜버릴 만큼 지나치게 욕심이 많다. '과유불급'하니 배가 너무 불러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 '진짜 엄마'에게 당하는 꼴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가짜 엄마는 치명적으로 '자기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모르는 존재'다. 진짜 엄마가 배를 가르고 아이들을 살리고 대신 넣어둔 돌멩이 때문에 배가 아파도 물이나 마시러 우물가로 가는 어리석은 존재다. 자기가 뭘 먹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배만 부르면 되니 돌멩이를 넣어두어도 깨닫지 못한다. 아마도 아기 염소 모양의 다이너마이트를 놓아둬도 마구 먹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엄마 부대'라는 말에 화가 난다.

차가운 바다에서 안타깝게 떠나보낸 우리 아이들의 아픔에 공감할 마음도 없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슬픔을 돌아볼 마음도 없는, 시대의 아픔에 맞서기 위해 촛불 집회에 참여한 여고생의 뺨이나 때리는 엄마 부대에게서는 진짜 엄마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도 없다. '가짜 엄마'부대이다.

성주땅의 아픔은 이해할 마음도 없이 '사드 적극 찬성'을 외치는, 민족의 염원인 '평화로운 한반도'의 시작 앞에서 '종전협정 반대'를 외치는 그들은 감히 '엄마'라는 이름을 마음대로 사용한 '가짜 엄마'이다. 진짜 속내는 숨기고, 진짜 엄마의 마음인 냥 세상을 보듬은 척 하지만 공감과 이해의 마음, 사랑과 인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욕심 많은 '가짜 늑대 엄마'이다.

더불어 '어버이 연합'은 또 무엇인가!

정치적 견해는 누구나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표현하고 행동하는 그 마음 안에 다음 세대를 사랑하고, 세상을 보듬을 따뜻한 시선이 없다면 감히 '엄마'라는 말도 '어버이'라는 말도 써서는 안된다. '엄마'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면, '어버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면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보아야 하는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엄마다. 진짜 엄마다. 4월이 가도, 4년이 가도, 40년이 가도 세월호와 세월호의 아이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진짜 엄마의 마음으로 기억하고, 함께해 나갈 것이다.
#진짜 엄마 #가짜 엄마 #세월호 #잊지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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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 보물들을 찾아 헤매는 의미 탐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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