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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직후 무인도로 간 감독... 그가 찾은 결과물

4년 만에 개봉하게 된 <눈꺼풀>... 오멸 감독 "세월호,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18.03.30 14:41최종업데이트18.03.3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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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눈꺼풀> 포스터 ⓒ 자파리필름


영화는 달마 대사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는 걸로 시작한다. 참선 중 졸음이 쏟아지자 자신의 눈꺼풀을 도려내고 다시 참선에 들어갔다는 달마 대사의 이야기를 한 노인(문석범)이 읊는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을 홀로 지키고 있는 이 노인은 떡을 빚으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영화 <눈꺼풀>은 이처럼 거친 바다, 그 바다를 곁에 두고 살고 있는 노인과 온갖 생물에 주목한다. 2014년 8월부터 약 4개월 간 한 무인도에 들어가 촬영한 해당 작품은 제20회 부산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받는 등 2관왕에 올랐지만 극장 개봉이 불발됐고, 약 4년 만인 오는 4월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29일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선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오멸 감독은 "그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참선이었다"고 영화에 대해 운을 뗐다.

"누구에게든 빌어야겠다는 심정"

2014년 4월 16일 참사를 접한 후 잠을 이룰 수 없었다던 오멸 감독은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을 뿐이지 (사건이) 정리된 건 하나도 없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달마 대사 이야기를 넣은 것에 그는 "불교적으로 접근한 게 아닌 많은 분들이 잠 못 이뤘을 그 시간을 기억하기 위한 참선이었다"며 "저는 종교를 믿진 않지만 뭐든 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 갖다 붙였다. 그랬어야 할 것 같은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달마가 눈꺼풀을 도려냈을 때 통증처럼 유가족 분들이 아픈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중략) 정말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전작) <지슬>에선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지방지를 태웠는데 그땐 이것(떡을 빚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제사상 사진에서 백설기를 보고 무인도에서 직접 떡을 만들었다. 절구로 쌀을 빻고, 떡을 만들기까지 1박 2일이 걸리더라. 그만큼 정성이 담겨야했다. 이 작업으로 (희생자 분들께) 노잣돈을 드리듯 먼길 가시는데 식사처럼 떡이라도 든든하게 드시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오멸 감독)

감독과 일부 스태프는 2개월 간 해당 섬에서 캠핑 생활을 하기도 했다. 오멸 감독은 "처음엔 무인도라 되게 고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스태프들 몸이 건강해져서 나왔다"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을 느꼈다"고 당시를 고백했다.

쥐의 정체

영화에선 노인 주변에 등장하는 여러 생물을 등장한다. 새끼뱀과 풍뎅이, 지네 등이 노인의 방과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노인은 이들과 공존한다. 그러다 유독 노인을 괴롭히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들쥐였다. 영화에서 쥐는 노인이 유일하게 의지하고 세상 소식을 듣는 수단인 라디오를 망가뜨리고 급기야 식수원인 우물에 빠져 물도 오염시킨다. 여기엔 나름의 상징이 담겨 있었다.

"쥐는 위기 시에 배에서 제일 먼저 탈출하는 동물이다. 영화를 찍었을 땐 차마 얘기 못했는데 우선 절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절구는 가난한 시절엔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쌀을 빻는 도구였다. 하지만 현대사회로 접어들며 이 도구의 기능이 바뀌었다. 한국 사회 시스템이 바뀐 걸 상징하려 했다. 절구가 망가지는 건 곧 시스템이 무너지는 걸 상징한다. 

그리고 쥐는... 현대건설, 그 MB 생각을 많이 하며 담은 것이다. 쥐로 인해 해결할 수 없는 구조가 생긴 것이다. 쥐가 노인의 달력도 찢고, 라디오도 부수잖나. 영화에서 작은 목소리로 종종 노인이 쥐에게 말한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고. 하지만 모든 게 쥐의 잘못은 아니다. (노인 역시) 이 시대를 잘 대처하지 못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멸 감독)

영화 <눈꺼풀>의 한 장면 ⓒ 자파리필름


간절함과 아픈 마음이 담겼지만 영화는 4년 동안 묵혀야 했다. 박근혜 정권이 서슬 퍼렇던 때였다. 오멸 감독은 "영화 <다이빙벨> 문제가 있지 않았나. 문서로든 어떤 형태로든 직접적으로 개봉을 못한다고 전달받은 건 없지만 업계에서 조심스러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 영화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는 시점이라 잠시 뒀다"고 개봉이 미뤄진 이유를 전했다.

영화 <눈꺼풀>을 통해 남는 질문이 있다. 과연 달마 대사는 자기 눈을 도려내면서까지 무엇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으며 어떻게 사건을 기억하고 또 고통 받는 분들과 연대해야 할지를 답하는 오멸 감독 말에 정답이 있어 보였다.

"<눈꺼풀>은 질문하는 영화다. 우린 어떡해야 하고 넌 어떡할 건지. 그때는 무기력증으로 그렇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가능성이 좀 생기지 않았나? 7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지금 어떤 언론에선 피로감을 얘기하고 있지만 세월호는 끝없이 질문해야 하고 다가서야 한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 작업을 꾸준히 하려 한다. 

지금 배가 올라온 건 중요한 사실이지만 돌아가신 분들에게 떡 한 조각 만들어주지 못했던 당시 마음이 참 고달팠다. 배는 올라와 있지만 속 시원한 진상규명은 안 되지 않고 있나. 돌아가신 분들이 평안하게 계셨으면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오멸 감독)

영화 <눈꺼풀>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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