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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재성, 배드민턴계 또 하나의 별을 떠나보내며

현역 시절 이용대 선수와 함께 올림픽 동메달, 최근 지도자로 성공적 변신했던 정재성

18.03.14 14:53최종업데이트18.03.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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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 정재성(좌)과 이용대(우). ⓒ IOC


지난 9일, 스포츠계에 비보가 전해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대한민국 배드민턴 남자복식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정재성 삼성전기 감독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사인은 급성 심장마비로 추정되고 있다.

정재성은 1982년생으로 완주중-전주농고를 졸업했다. 전주농고 3학년이었던 2000년 주니어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본격적인 국가대표 생활을 시작했다. 고교졸업 후 실업팀 삼성전기에서 1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다가 2002년 원광대에 입학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시기는 2003년. 대학 동기인 이재진(밀양시청)과 함께 복식조를 이뤄 그해 대한민국 배드민턴 최강전 남자복식 부문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2004년 최강전까지 석권했다. 특히 이 대회에선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김동문(원광대 교수)-하태권(요넥스 감독) 조를 제치고 우승한 터라 정재성-이재진 조는 남자복식의 새로운 샛별로 떠올랐다.

현역 시절 이용대와 함께 '남자복식의 교과서'로 불린 선수

이재진과 코트를 누비던 정재성은 2006년부터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이용대(요넥스)와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정재성-이용대 조는 호흡을 맞춘 지 1년도 안 되어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복식 동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이들은 베이징 올림픽 직전 열렸던 전영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올림픽 금메달 후보 1순위로 꼽혔다. 정재성의 위력적인 스매싱을 앞세운 후위 플레이와 이용대의 전위 플레이는 '남자복식의 교과서'로 불렸다.

하지만 부담감이 큰 탓이었을까. 세계랭킹 3위였던 정재성-이용대 조는 2008 베이징 올림픽 1회전(16강)에서 세계랭킹 7위 라스 파스케-요나스 라스무센(덴마크) 조에게 덜미를 잡히며 8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정재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2009년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 번째 올림픽을 준비했다.

정재성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날 옆에 있었는데 얼굴이 검게 변하시더라. 그런 모습을 보고 어머니 귀에 대고 '두 번 다시 도전하고 싶지 않았던 올림픽을 다시 도전하겠다'고 이야기했다"라며 런던 올림픽 도전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다시 일어섰다. 런던 올림픽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렸다. 절치부심한 정재성과 이용대는 2009년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데 이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과 남자복식 동메달을 따냈다. 2011년 프랑스오픈 슈퍼시리즈와 덴마크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인 2012년엔 전영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와 인도네시아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까지 석권하며 여전히 세계 최강임을 증명했다.

선수 생활 끝마치고 순조롭게 지도자로 변신한 정재성

그리고 찾아온 두 번째 올림픽. 하늘은 무심했다. 정재성-이용대 조는 4강에서 덴마크의 마티아스 보에-카르스텐 모겐센 조에 패배하며 결승 진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사실 정재성은 어깨 부상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야말로 투혼이었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견뎌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이자 마지막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선수 생활을 끝마쳤다.

"무조건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울었는데, 그토록 원하던 금메달은 아니지만 자식으로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동메달도 값지다고 생각한다. 하늘에서 보시고 좋아하셨으면 좋겠다."

정재성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 SBS 힐링캠프


선수 생활을 끝마친 정재성은 지도자로 변신했다. 2013년 삼성전기 여자팀 코치를 시작으로 이듬해엔 플레잉 코치로 잠시 코트에 복귀해 팀의 실업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2017년 한 해 동안 국가대표팀 코치를 겸했고, 그해 11월 삼성전기 남자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12월, 감독으로서 첫 대회였던 코리안리그 파이널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내며 지도력까지 인정받았다.

지난 1월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에도 참여하며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정재성이기에 그의 사망 소식은 너무나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향년 36세. 선수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발전을 위해 힘썼던 정재성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다. 코트를 누빌 때 가장 행복해 보였던 정재성. 우리는 그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고(故) 정재성
▲출생-사망 : 1982년 8월 25일(전라북도 전주)-2018년 3월 9일
▲신체조건 : 168cm, 67kg
▲주종목 : 남자복식
▲출신학교 : 완주중-전주농고-원광대
▲소속팀
-삼성전기 배드민턴단 선수(2001, 2006-2008, 2011-2012)
-국군체육부대 배드민턴단 선수(2009.02-2010.12)
-삼성전기 배드민턴단 코치(2013-2017.10)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코치(2017)
-삼성전기 배드민턴단 남자팀 감독(2017.11-)

▲주요 수상경력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동메달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
-2007 세계선수권 남자복식 은메달
-2007 세계혼합단체배드민턴선수권(수디르만컵) 은메달
-2008 세계남자배드민턴선수권(토마스컵) 은메달
-2008 전영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1위
-2009 대한배드민턴협회 최우수선수상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동메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
-2011 덴마크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1위
-2011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 1위
-2012 전영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1위
-2012 런던 올림픽 남자복식 동메달

▲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동메달리스트 정재성 빈소 9일 자택에서 숨진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 정재성 씨 빈소가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2006년 처음 배드민턴 국가대표로 발탁된 정씨는 2012년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에서 이용대와 조를 이뤄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현재 삼성전기 배드민턴단 감독을 맡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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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6기 김건엽
정재성 배드민턴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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