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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인피니티 워> 개봉 전 <아이언맨3> 복습하기

[리뷰] 영화 <아이언맨3>, 캐릭터의 브랜드 재정립에 고민한 흔적 엿보여

18.03.06 15:45최종업데이트18.03.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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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등 마블 히어로가 전부 나오는 시리즈 <어벤저스>의 신작 <어벤저스:인피니티 워>가 4월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이에 <어벤저스> 1편 바로 다음으로 개봉해 <어벤저스> 시리즈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었던 <아이언맨3>를 여러분과 함께 복습해보고자 합니다.

성공적인 블록버스터 히어로물을 만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요. 거대한 자본도 있겠고, 원작 만화의 이름값도 있겠고, 작품의 시장 규모도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겠죠. 그러나 '유명 영웅들이 악당과 합세해 도시를 신나게 박살내는 거대자본 영화들'은 나와도 너무 많이 나왔습니다. 자본을 아무리 들여도, 기본 이상의 작품성 없이는 흥행을 담보할 수 없게 된 것도 이미 한참 된 이야기고요. 이제 관객들은 히어로물을 선택함에 있어 거대자본과 작품성은 기본이요, 다른 맨, 다른 우먼과는 다른 해당 캐릭터만의 특별한'그 무엇'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아이언맨3> 중 한 장면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아이언맨>만의 브랜드를 위한 고민

이 '그 무엇'이 곧 '브랜드'일 겁니다. <아이언맨3>의 전작 <어벤저스>는 아이언맨을 담는 더 큰 그릇이자 아이언맨의 '연관 상품'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감독과 함께 다시 '독자 상품'으로 돌아온 <아이언맨3>는, 폭발적인 자본과 탄탄한 작품성을 기반으로, '아이언맨'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작품입니다.

자, 그렇다면 아이언맨만의 그 무엇, 다른 '맨'이나 '우먼'한테 없는 그 캐릭터만의 재미란 게 뭘까요. 재력가 바람둥이 토니 스타크가 자신이 직접 만든 '무기 옷', '수트'를 입고 싸운다는 설정이니, 아이언맨만의 개성은 바로 그 수트, 그리고 재력가 바람둥이라는 그의 캐릭터, 이렇게 두 가지일겁니다. 그리고 영화 <아이언맨3>는 아이언맨 캐릭터만의 특징인 이 두 가지 요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연구해, 다른 히어로물에선 보기 어려운, <어벤저스>의 다른 멤버들에게서조차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오로지 아이언맨이기에 가능한 재미를 최대한 끌어내는 데 성공한 작품입니다.

재밌어요.장점이 많지만, 사실 이거 하나면 굳이 다른 장점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없어지죠. 블록버스터의 본질은 재미니까요.

구체적으로 한 번 볼까요. 일단 아이언맨의 능력은 '수트'입니다. 본인이 초능력자여서 몸소 날고 뛰는 것이 아니라, 무기이자 방패이자 추진체를 '입고'싸우는 영웅이죠. 이 수트엔 인공지능이 있어서, 대화도 가능하고, 자동 조종도 가능하며, 우정도 나눌 수 있습니다.

네, 영화는 바로 이 '우정'에 주목합니다. 빈 껍데기 상태의 수트와 그 수트를 직접 제작한 '토니 스타크'가 나란히 앉아서, 서로를 마치 수십년지기 친구 대하듯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죠. 토니 스타크에게 수트란 '최고의 친구'인 겁니다. 마치 영화의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외로운 '공돌이 소년' 할리에게 그의 작업실이 가장 큰 친구이듯 말입니다.

그리고, 토니 스타크와 수트의 관계, 즉 창조자와 피조물, 입는 자와 입히는 것, '불안한 인간'과 '이성만이 존재하는 인공지능'이 나누는 우정은 인간 대 인간의 그것보다 더 돈독합니다. 토니 스타크가 <어벤저스> 당시의 일로 아무리 시달려도, 그가 몇날 며칠 밤을 세워도, 그래서 사랑하는 친구들이 그를 두려워 해도, 수트는 토니 스타크를 위해 늘 그 자리에 존재하니까요.

수트의 인공지능을 소프트웨어라 이른다면,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기계로서의 수트' 또한 매력적입니다. 그야말로 '수트'이다 보니 토니 스타크 말고 다른 인물들한테 입히거나 아예 수트 혼자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데, 그 과정에서 기가 막힌 장면들이 계속해서 쏟아집니다. 많은 이들이 토니 스타크가 물에 빠지자 수트의 팔 부분이 분리돼 나와 그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언급하더군요.

이를 '구원은 내 안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기호로 보는 해석도 있는데, 글쎄요. 영화적으로 일리있는 분석이지만, 전 그냥 그 장면을 '끝내주게 멋있는 장면'으로만 기억해도 충분하지 싶습니다. 수트를 악당에게 입혀 악당을 제압하는 장면도 건질만한 장면입니다. 아이언맨의 그녀, 페퍼가 수트를 입는 장면도 언급 안 할 수가 없군요.

그렇다면 '수트가 없을 때의 토니 스타크'에 대한 묘사는 어떨까요. <어벤저스>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토니 스타크에게 묻습니다. "수트가 없을 때의 당신은 뭐지?"이에 토니는 답하죠. "천재 공학자, 바람둥이, 백만장자!" 네, 비록 <어벤저스>에서 큰 일을 당해 트라우마에 시달리긴 하지만, <아이언맨3>의 토니는 여전히 바람둥이에 백만장자에 천재 공학도입니다.

다만, '수트'에 대한 묘사 방식은 1편과 2편의 그것을 보다 발전시키고 다양화하는 데 있다면, 천재 공학자, 바람둥이, 백만장자로서의 '토니 스타크'에 대한 묘사는 전작들과 접근법이 다소 다릅니다. 여전히 잘난 척 하고 떠벌리기 좋아하는 그이지만, 3편의 토니는 본인의 허세와 잘난척을 마음껏 즐기지 못합니다. 아니, 즐기긴커녕 입만 좀 다물었어도 좋았을 상황에 실없이 나불대다 심각한 곤경에 처하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지요. 전국 방송에 대고 테러리스트에게 자기 집주소를 번지수까지 불러주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그게 무슨 고생이랍니까. 물론 보는 관객들이야 쾅쾅 터지니 즐겁지만.

영화 속 '토니 스타크'에 관한 묘사, 미국 자체에 대한 은유이기도

영화 <아이언맨3> 중 한 장면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토니 스타크의 허영과 불안은 미국 자체에 대한 은유이기도 합니다. 그는 자본가이고, 공권력도 아니면서 '민중의 지팡이' 노릇을 하고, 허영심에 차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며, 테러에 대한 트라우마로 신음합니다.

헐리우드 제작 블록버스터에서 미국이란 나라의 자아성찰을 보는 것, 절대 흔한 경험은 아니죠. 중력을 무시하며 신나게 달리는 영화지만, 테러와, 테러의 '원인 제공자로서의 미국'을 묘사할 떄 만큼은 진지함과 진중함을 유지합니다. 이 설정은 두 가지 면에서 즐겁습니다. 정치적 공정성을 볼때의 심리적 안도감이 하나고, 토니 스타크의 캐릭터에서 '미국'을 발견해낸 각본가의 재기가 또 다른 하나죠. 그리고, 영화는 진지할 필요가 있을 땐 충분히 진지해지면서도, 진지한 장면에 바로 연이어 농담섞인 싸움 장면을 과감히 삽입하는 것 또한 주저하지 않습니다. 과감한 편집이지만, 조금도 어색하거나 튀지 않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 토니 스타크 캐릭터의 성공적인 묘사는 편집의 승리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수트와 토니 스타크에 대한 매력넘치는 묘사는, '아이언맨'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수트를 입은 토니 스타크'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 놓습니다.영화는 악당이 등장하는 처음부터 아이언맨수트가 '총출동'하는 절정부에 이르기까지 단 한 순간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요. 그리고, 극한의 속도감 안에서도 주인공이 겪는 내적 갈등에 대한 묘사나 정치적 함의, 테러리스트에 대한 경멸조의 농담 따위의 곁가지 요소들을 섬세히 살려내지요. 블록버스터 히어로물에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제공하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다가올 <어벤저스>의 새 시리즈와 <아이언맨>의 네 번째 작품을 기대해봅니다.

어벤저스 아이언맨 아이언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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