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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팬들은 왜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가?

[TV 리뷰] KBS <명견만리-방탄소년단과 K-POP의 미래> 편

18.02.26 15:59최종업데이트18.02.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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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명견만리-방탄소년단과 K-POP의 미래’ 편 홍보 이미지 ⓒ KBS


지난 2월 23일 KBS 교양프로그램 <명견만리>는 '방탄소년단과 K-POP의 미래' 편을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은 '렉처멘터리((Lecture+Documentary)'를 표방하며, 특정 분야에서 통찰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인물이 출연하여 한국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관련 미래 이슈를 취재하고 그 결과를 강연 형식으로 청중과 공유한다는 틀을 취하고 있다. 2015년 3월 첫 전파를 탔으며 이번 방송을 통해 두 번째 시즌을 새로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17년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한 데 이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에 초대를 받고 짧지만 강렬한 공연을 펼침으로써 한국과 미국 양쪽 대중매체를 통해 큰 화제를 모았던 7인조 보이 그룹이다. 이들은 또한 소셜미디어에서의 인기 지표를 반영하고 있는 빌보드 'Social50' 차트에서 지난 1년 동안 매주 1, 2위 자리를 오가며 꾸준히 국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이번 '방탄소년단과 K-POP의 미래' 편은 방탄소년단 프로듀서인 방시혁이 화자로 등장했다. 그는 이날 방송을 통해, 국적을 초월한 세계 팬들이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이유, 세계 대중음악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성과를 통해 K-POP의 현주소와 미래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방탄소년단의 시작부터 이들이 지금 위치에 서기까지 기울여왔던 노력과 도전, 고민 등의 내용이 비교적 담담한 구성으로 소개됐다.

이날 방송 내용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처음 세계 팬들의 주목을 받게 된 데는 춤의 역할이 컸다. 소위 '칼군무'로 불리는 이들의 춤은 격렬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대다수 평자들은 이를 두고 한국어로 노래하는 방탄소년단이 만국 공통언어인 춤을 매개로 세계 팬들과 소통함으로써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소셜미디어가 강력한 소통 도구로 등장하면서 전 세계가 각종 관심사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된 미디어 환경의 변화, 여기서 파생된 '커버 댄스 동영상', '리액션 동영상' 등 전에 없던 대중음악 수용문화의 양산 그리고 'ARMY'로 불리는 팬덤의 적극적인 응원 활동 등이 방탄소년단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 KBS ‘명견만리-방탄소년단과 K-POP의 미래’ 편 방송된 한 장면. 2017년 11월 19일 미국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레드카펫 행사장에 모여든 방탄소년단의 팬들. ⓒ KBS


하지만 이런 내용은 비단 방탄소년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K-POP 전반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설명하는 환경 요인에 해당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반면 방탄소년단 성공의 내적 동인으로는 상대적으로 대중음악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언급됐다.

방시혁에 따르면 이들의 음악은 곧 자신들 내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국 그 이야기를 세계 대중음악 트렌드라는 틀에 담아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것이 방탄소년단 음악의 주된 목표이고, 그 성과물을 세계 팬들과 효과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뮤직비디오 제작에 특히 공을 들이게 됐다는 설명 등이 이어졌다.

또한 이들은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춤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각 멤버들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일상적인 소식으로 담아 SNS를 통해 팬들과 공유함으로써, 공통의 음악적인 서사를 쌓아가는 일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방송에 나온 홍석경 교수(서울대 언론정보학) 평가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결국 이런 전략들이 세계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방탄소년단 스스로도 음악의 예술성을 획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해석했다.

그런가 하면 방시혁은 이런 전략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가급적 통제하지 않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일정한 자신감과 방탄소년단 멤버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관리 방식이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무척 대담한 것으로 느껴졌다. 이는 그 대담함만큼이나 위험가능성 또한 큰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냐면 인기에 비례해서 부적절한 유혹이 많아지는 게 이쪽 업계 생리인데다, 방탄소년단 멤버 대부분이 혈기왕성한 나이를 통과하고 있고, 이들이 주요 활동 무대로 삼고 있는 소셜미디어 또한 영향력이 큰 만큼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상처로 되돌아올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통제를 많이 한다고 해서 사고가 덜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 문제에 관한 한 왕도는 따로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일 것이다. 결국 방시혁의 바람처럼 방탄소년단이 앞으로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바람직스럽게 성장하려면, 부단한 자기 관리와 노력 그리고 주변 스태프들의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무난한 방법론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듯하다.

▲ KBS ‘명견만리-방탄소년단과 K-POP의 미래’ 편 홍보 이미지 ⓒ KBS


한편 이날 방송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세계인들이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이유, 세계 대중음악시장에서 이들의 위상을 통해 바라본 K-POP의 현주소와 미래 등에 관해 주로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전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명쾌한 정리가 이루어진 반면, 후자의 경우는 맥락 없이 현상을 나열하고 원칙적인 선언에 그쳤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는 방탄소년단의 성과가 비교적 구체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데 반해, K-POP에 대한 평가는 아직 과도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방송은 방탄소년단의 팬들뿐만 아니라, 이 아티스트들을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퍽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남을 수 있을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명견만리> 제작진이 방탄소년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이들에 대한 이해도와 호감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됐기 때문이다. 또한 퍼포먼스 디렉터 손성득과 뮤직비디오 아트디렉터 룸펜스 등 무대 뒤에서 방탄소년단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면면이 소개되고 그들의 육성을 직접 담아낸 점도 좋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명견만리> '방탄소년단과 K-POP의 미래' 편은 제목 그대로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에서 K-POP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프로그램이지만, 정작 이날 방송이 보여준 그 비결이란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누구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만한 성격의 것은 아니었다.

즉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특별한 방법에서 기인했다기보다는 일반적으로 강조되는 바람직한 자세와 부단한 노력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하는 편이 더 타당해 보였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결과는 특별한 비법을 원했던 이들에겐 지극히 실망스러운 것이었겠지만 말이다.

방탄소년단 명견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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