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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들, 자랑스럽다"... 끝내 울어버린 의성사람들

주민 700여명. 마지막까지 응원전 펼쳐... "컬링 재미 알려줘서 고맙다"

18.02.25 12:20최종업데이트18.02.2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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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가즈~~아!!!". 평창올림필 여자 컬링 결승경기가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실내체육관에 모인 700여 명의 군민들은 스웨덴을 꺾고 금메달을 따기를 기원하며 응원전을펼쳤다. ⓒ 조정훈


"금메달 가즈~~아!!!". 평창올림필 여자 컬링 결승경기가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실내체육관에 모인 700여 명의 군민들은 스웨덴을 꺾고 금메달을 따기를 기원하며 응원전을펼쳤다. ⓒ 조정훈


"영미, 영미, 영미...."

의성실내체육관에 모인 700여 명의 주민들이 김은정 선수가 '스톤'을 미끄러트리자 일제히 "영미"를 부르며 안타까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마지막 스톤을 던진 우리 선수들이 손을 내밀어 스웨덴 선수들에게 악수를 청하자 "잘했다"며 환호를 보냈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8시부터 경북 의성 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운 주민들과 의성여고 학생들은 피켓과 응원봉을 들고 한국 여자 컬링팀의 우승을 기원하며 응원전을 펼쳤다.

주민들은 승리의 'V'자 모양에 '금메달, 의성 마늘소녀 가즈아', '의성 마늘햄 먹고 은정아 힘내자', '초희야, 선영아, 경애야, 영미야' 등의 피켓을 들고 한국 선수들이 스톤을 던질 때마다 일어나 환호를 했다.

첫 게임인 1엔드에서 한국이 앞서나가자 우승에 부풀었던 주민들은 4엔드부터 역전 당하자 "괜찮아, 괜찮아"라며 힘을 낼 것을 기원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외치고 "힘내! 힘!"이라며 간절함을 나타냈다.

5엔드에서 한국이 4대2로 뒤쳐지면서 휴식시간이 주어지자 일부는 "이제 은메달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며 빠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며 더욱 큰 목소리로 응원에 나섰다.

앞줄에 선 주민들은 북과 꽹과리, 징을 치며 "은정아 힘내", "영미, 경애" 등을 부르며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이들은 "의성 마늘 먹고 가자~~, 힘내라 우리 소녀들"이라고 부르며 승리를 기원했다.

25일 오전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5엔드가 끝난 후 경북 의성실내체육관에 모인 주민들이 꽹과리와 북을 두드리며 응원을 하고 있다. ⓒ 조정훈


"금메달 가즈~~아!!!". 평창올림필 여자 컬링 결승경기가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실내체육관에 모인 700여 명의 군민들은 스웨덴을 꺾고 금메달을 따기를 기원하며 응원전을펼쳤다. ⓒ 조정훈


8앤드에서 1점을 보태며 7대3으로 점수차를 좁히자 응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9엔드에서 스웨덴이 1점을 더 보태며 8대 3으로 경기를 마무리짓자 주민들은 "괜찮아, 괜찮아"라며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김영미와 김경애의 고향 마을인 철파리에서 왔다는 김상동(58)씨는 "우리 선수들이 너무 대단하고 잘했다"면서 "은메달을 딴 것도 대견한데 이제 한국의 컬링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컬링 선수들의 모교인 의성여고 후배 이세나(3학년) 학생은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대단하고 자랑스럽다"며 "선배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승연 학생도 "다음 기회가 있으니 실망하지 말아 달라"며 "선배들이 우리들에게 큰 선물을 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의성 출신 컬링 선수들을 보기 위해 대구와 경북에서도 많은 주민들이 의성실내체육관을 찾아 응원에 동참했다. 이들은 의성주민들과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함께 응원전을 벌였다.

의성여고 학생들이 25일 오전 의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컬링 결승전 응원을 하면서 선배들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금메달 가즈~~아!!!". 평창올림필 여자 컬링 결승경기가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실내체육관에 모인 700여 명의 군민들은 스웨덴을 꺾고 금메달을 따기를 기원하며 응원전을펼쳤다. ⓒ 조정훈


자녀들과 함께 구미에서 왔다는 박소영(42)씨는 "평창까지 못 가지만 여기라도 오고 싶었다. 경기를 보는 내내 불안했다"면서 "하지만 은메달도 소중하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에게 그동안 고생했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안동에서 온 김아름(31)씨는 "처음에는 결승전에 올라갈 거라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며 "작은 시골 마을인 의성에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했다. 고맙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대구에서 온 이영훈(26)씨도 "금메달을 딴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은메달도 잘 했다고 격려하고 싶다"면서 "컬링이 인기 없는 종목이었는데 의성 자매들이 인기 있는 종목으로 만들었다. 나도 꼭 한 번 컬링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금메달 가즈~~아!!!". 평창올림필 여자 컬링 결승경기가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실내체육관에 모인 700여 명의 군민들은 스웨덴을 꺾고 금메달을 따기를 기원하며 응원전을펼쳤다. ⓒ 조정훈


25일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아깝게 스웨덴에 져 은메달을 차지하자 의성실내체육관에서 응원하던 주민들이 "은정이 잘 했다"며 환호하고 있다. ⓒ 조정훈


의성실내체육관을 빠져나가는 주민들 가운데는 안타깝다며 눈물을 보이는 이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첫 메달을 딴 것에 대해 감사하고 기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다음 올림픽에는 반드시 금메달 가즈아"라고 외쳤다.

한편 이날 의성농협 등은 사과와 의성마늘즙, 과자, 음료수 등을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응원에 동참했다.

"금메달 가즈~~아!!!". 평창올림필 여자 컬링 결승경기가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실내체육관에 모인 700여 명의 군민들은 스웨덴을 꺾고 금메달을 따기를 기원하며 응원전을펼쳤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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