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부산시장의 영화판 흔들기

부산시, 최윤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해임... "정치적 보복" 영화계 발끈

18.02.08 17:00최종업데이트18.02.0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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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상위원회 최윤 운영위원장(가운데) ⓒ 부산영상위원회


이용관 이사장 선임으로 부산영화제 사태가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곧바로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놓고 영화계와 서병수 부산시장이 또 다시 충돌했다. 재임기간 내내 대립했던 한국영화와 서병수 시장의 악연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병수 시장으로 인해 '영화 도시'를 표방했던 부산은 어느 정도의 대외적인 이미지 훼손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 시장이 이용관 이사장 선임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한 부산영상위원장을 사실상 해임하려 한다는 <오마이스타> 보도 이후 영화계는 잇단 성명을 발표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관련기사: 이용관 지지에 따른 보복? 부산영상위원장 해임되나).

이 과정에서 7일로 예정됐던 부산영상위원회 총회는 13일로 연기됐으나, 부산시는 최 위원장을 해임하고 새로운 운영위원장을 선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는 영화계의 요구를 귀담아 듣지 않고 '소통 불가' 입장만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영화제 사태 재연

지난 5일 부산독립영화협회는 성명을 통해 "만약 최윤 위원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이사장 선출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혹은 석연치 않은 불분명한 이유로 재신임되지 않는다면 부산독립영화협회와 지역의 영화인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부산시가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한 지역 영화인들의 강한 의구심과 우려에 명확히 답하기를 촉구하며 현 최윤 운영위원장의 재신임을 이행하길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기관 인사시스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지역 영화인들과의 철저한 공조와 청취를 통해 인사를 진행하길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6일에는 영화단체연대회의와 한국영상위원회가 함께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단체들은 "부산시가 또다시 인사 보복조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며 "이번에는 부산영상위원회 최윤 위원장이 그 타깃이다"라고 우려했다.

영화단체연대회의는 "정당한 평가 없이 임기 한 달을 앞두고 최윤 위원장을 해촉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정황상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우리 모두가 우려하는 대로 부산시가 정당한 이유 없이 최윤 위원장의 연임을 막는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라고 우려했다. 2014년 <다이빙벨>로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 탄압의 재연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부산시장의 사과를 요구하였음에도 서병수 시장은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며 "서병수 부산시장은 청와대로부터 내려온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몸소 실천해 온 인물로 밝혀졌다. 서 시장이 그 어떤 사과나 반성 없이 또 다시 동일한 방식으로 영화계를 탄압하는 것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고 거듭 우려를 나타냈다.

같은 날 부산영화평론가협회도 "최윤 운영위원장의 경질이 사실상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판단한다"라며 "재신임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 우리는 지역의 영화계와 문화계를 아우르는 범시민 연대를 조직하여 부산영화계와 부산영화기관의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영화제도 망쳐놨는데, 영상위원회는 일도 아닐 것

부산영상위원회 촬영 스튜디오 ⓒ 부산영상위원회


이에 대해 부산시 측은 지난 6일 "총회를 13일로 연기했으나 기존 위원장 연임이 아닌 새로운 위원장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고 밝혔다. 부산시에 따르면 위원장 교체로 방향을 잡았고 총회 당일 위원장을 선정을 위해 10명 정도의 후보자를 놓고 저울질 하는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영화단체가 부산영화제 이사장 선임에 따른 보복 인사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거기는 원래 그런 말 하는 단체들이 아니냐"며 "인사권자는 부산시장이고, 운영위원장은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선 부산시에서 후보군으로 선정해 놓은 인물들이 대부분이 함량 미달 인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 언론에서도 이들의 전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을 정도다. 2016년에도 서병수 시장은 영상 쪽과 무관한 측근 친박인사를 임명하려다 지역 영화인들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

한편 부산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 운영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학교 측 관계자들 역시도 서병수 시장의 영상위원장 경질 방침을 비판하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부산 아시아영화학교 국제 영화비즈니스아카데미는 영화 프로듀싱과 비즈니스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전문 교육기관을 만든다는 최윤 위원장의 아이디어와 비전에 따라 아시아 전역의 많은 영화인들의 호응 속에 지난해 1기 교육생을 배출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학교가 이제 시작 단계인 데다 당장 3월 초에 아시아 16개국에서 선발된 올해 교육생들의 입학식이 있는 만큼 최윤 위원장의 연임은 학교의 안정적인 운영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영화계는 운영위원장을 바꾸겠다는 것은 정치적 보복을 넘어 부산영상산업 전체에 대한 타격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부산영상위 관계자들도 "기존에 시작한 사업들이 탄력을 받아야 하는 시점에서 위원장 교체는 업무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어두운 표정이었다.

지역 영화계 인사들은 "부산영화제를 망쳐 놓은 전력이 있는 시장이 영상위원회까지 망쳐 놓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만, 영화나 영상분야를 정치적인 이유로 짓밟을 수 있다는 박근혜식 인식을 가진 시장이 존재한다는 건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 비극"이라고 한탄했다.

온라인 반응들 역시 서병수 시장의 옹졸한 처사와 시장 선거 전 알박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상황 전환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부산지역의 한 영화인은 "서병수 시장 때문에 영화도시라는 표현이 부끄러울 정도"라면서 "반성이나 사과는 없고 계속 악수(惡手)만 두고 있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부산영상위원회 서병수 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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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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