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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슬럼버> 광화문 테러 압권, 강동원도 멋은 있는데...

[미리보는 영화] 장르적 충실함 담았으나 맥락 거세된 스토리 아쉬워

18.02.07 22:07최종업데이트18.02.0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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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골든슬럼버> 공식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언제나 나보다 남을 더 위하며 살던 평범한 택배기사가 있다. 배달 도중 눈앞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사고로 유력 대통령 후보가 사망하고, 택배기사는 난데없이 암살범으로 지목된다. 정보기관은 사건을 조작하고, 언론은 과거사를 뒤적여 그를 정신이상자로 몰아간다. 억울하다고 아무리 소리쳐봐야 돌아오는 건 공허한 메아리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무작정 도망치는 것밖에 없는 주인공에게 지원군이 하나씩 나타난다.

7일 서울 용산CGV에서 첫 공개된 영화 <골든슬럼버>는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탄생했다. 택배기사에서 하루아침에 테러범으로 몰린 김건우 역에는 배우 강동원이, 강동원을 돕는 전직 국정원 요원 민씨 역은 배우 김의성이 맡았다.

장르적 재미는 충실하다

영화는 '모범 시민상'을 받은 선량한 시민을 대선 후보 암살범으로 만든 뒤 죽여 없애려 한다는 국가 정보기관의 '계획'에서 시작된다.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비밀 요원들은 국가를 위한답시고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과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망가뜨리고 짓밟는다.

거대 권력에 의해 평범한 개인의 삶이 조작된다는 설정은 스릴러 장르의 흔한 소재 중 하나다. 하지만 영화는 왜 그 대통령 후보가 제거되어야 했는지, 왜 주인공이 누명을 쓸 대상자로 지목됐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맥락이 사라지면 국정원의 진지함은 우스워지고, 주인공의 절박함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역동적이고 복잡한 정치상황을 매일 같이 지켜보고 있는 대한민국 관객들이 국정원 테러 음모 조작 등의 소재만 대바늘로 얼기설기 엮어 놓은 듯한 스토리에 얼마나 빠져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화 <골든슬럼버>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골든슬럼버>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다만 영화는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에 충실하다. 108분 러닝타임의 대부분은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격투신 등에 할애됐는데,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광화문 세종로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폭탄 테러신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광화문 로케이션은 한국영화 사상 최초다. 더군다나 해당 폭파신이 촬영된 시기는 탄핵 촛불 집회가 한창이던 2017년 겨울이라, 허가가 쉽지 않았다고. 하지만 스태프은 약 네 달 가량 치밀하게 사전 준비를 진행했고,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주연배우 강동원은 7일 언론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감독님이 기회가 딱 한 번밖에 없다고 부담을 많이 주셨다"면서 "정말 기억에 남을 촬영이었다"고 회상했다. 보조출연 200명, 제작지원 50명 등 총 450여 명의 제작진이 동원됐고, 50대의 차량, 14대의 카메라 등 대규모 물량이 투입되었다고. 어렵게 얻어낸 허가였던 만큼, 한 번에 멋지게 완성해야 한다는 노동석 감독의 부담감도 강동원 못잖았을 것이다. 현실적이고 익숙한 공간인 광화문 세종로를 배경으로 펼쳐진 이질적인 폭파신은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 외에도 도시 전역의 CCTV를 피해 배수로를 이용해 도주한다는 <골든 슬럼버>의 상상력은  그간 할리우드 영화나 미드에서나 보았던 배수로 탈주극을 우리 스크린에 옮겨놓았다. 실제 홍제천 지하 배수로에서 촬영된 추격신은, 미로와 같은 배수로에서 긴박하게 움직이는 카메라를 통해 팽팽한 긴장감과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반가운 신해철의 목소리, 추억을 부르다 

영화의 이야기는 크게 건우와 민씨의 탈주극, 그리고 끝까지 건우를 믿고 돕는 친구들의 우정으로 나눌 수 있다. 단칸방에서 어린 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컴퓨터 수리공 금철이(김성균 분), 이혼전문변호사가 된 동규(김대명 분), '57분 교통정보' 리포터가 된 선영이(한효주 분),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건우를 대신해 죽음을 택한 국정원 요원 무열(윤계상 분)까지. 건우와 친구들은 젊은 날을 함께 밴드로 활동하며 우정을 쌓았지만, 언제부턴가 먹고 사는 게 바빠져 연락이 뜸해진 우리 보통의 친구들이다.

영화 <골든슬럼버>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서로 생사확인이나 하고 지내던 사이지만, 위기의 순간 건우가 도움을 요청하는 대상도, 건우의 요청에 응하는 이들도 결국 친구다. 죽어야할 건우가 사라진 뒤, 국정원 요원들은 친구들을 찾아가 갖은 방법으로 회유하고 협박한다. 온 세상이 함께 건우를 정신이상자인 암살 용의자로 몰아가지만, 친구들은 미디어보다 자신들이 직접 겪은 건우를 믿는다.

이런 친구들의 우정을 설명하기 위해선 꽤 많은 러닝타임이 필요했겠지만, 감독이 택한 건 고 신해철의 음악이었다. 노동석 감독은 "신해철의 음악에는 청춘, 젊음, 추억, 공감의 메시지가 있다. 건우와 친구들의 우정과 청춘을 대변하기 위해 사용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감독의 의도대로, 촌스러운 의상을 입고 즐겁게 '그대에게'를 연주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친구들 사이에 쌓인 시간과 그들의 추억은 충분히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또, 반가운 신해철의 음성으로 흐르는 '힘을 내!'는 마치 이 영화만을 위해 만들어진 OST처럼, 가사와 선율이 영화와 꼭 어울린다. 

둘이라 더 좋은 강동원의 1인 2역 

영화에서 '착해빠진' 택배기사 건우를 연기한 강동원은 '평범한 택배기사'를 연기하기엔 너무나 눈에 띄는 비주얼의 소유자. 노동석 감독은 "건우는 늘 곁에서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이미지로 그리고 싶었다"고 했는데, 미남 배우의 대명사인 강동원과는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다.

하지만 노 감독은 "막상 작업을 하다 보니, 강동원의 소탈하고 소시민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 "강동원 안에 있는 건우의 모습을 최대한 영화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 <골든슬럼버>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강동원은 곱슬머리와 독기라고는 1도 없어 보이는 순박한 눈빛으로 건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골든슬럼버>를 위한 강동원의 도전은 이게 다가 아니다. 데뷔 후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는다. 감독은 "강동원의 얼굴은 좌우 이미지가 다르다"면서, "건우를 연기할 땐 주로 좌측 얼굴, 실리콘을 연기할 땐 주로 우측 얼굴을 사용해 닮은 듯 다른 느낌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연출상의 도움도 있었겠지만, 극과 극 성향의 두 캐릭터를 완성한 건 결국 눈빛이었다. 순박하다 못해 바보 같은 건우와, 피도 눈물도 없이 냉정한 실리콘. 상반된 두 매력의 강동원을 한 화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골든슬럼버>가 주는 볼거리 중 하나다. 14일 개봉.

한 줄 평 : 영화 속 국정원이 그린 큰 그림, 디테일이 아쉽다. 
평점 : ★★★ (3/5) 

영화 <골든슬럼버> 관련 정보
원작 : 이스타 코타로 <골든슬럼버> 신초샤 출판
감독 : 노동석
출연 : 강동원, 김의성, 김성균, 김대명, 한효주
제작 : 영화사 집
제공·배급 : CJ엔터테인먼트
크랭크인 : 2017년 1월 24일
크랭크업 : 2017년 5월 7일
개봉 : 2018년 2월 14일
상영시간 : 108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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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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