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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마흔인데..." 눈길 끄는 조정석의 '공약'

[인터뷰] <투깝스> 직후 바로 무대로 간 이유 "'하드캐리' 칭찬 기분 좋지만..."

18.02.07 16:06최종업데이트18.02.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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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은 최근 종영한 MBC <투깝스>에서 정의로운 강력계 형사 차동탁과 그의 몸에 빙의된 사기꾼 공수창을 오가야 하는 1인 2역을 맡았다. ⓒ 문화창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투깝스>의 스토리는 크게 두 줄기의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사기꾼 영혼이 들락거리는 강력계 형사 차동탁과 의욕 넘치는 악바리 기자 송지안의 로맨스, 그리고 경찰과 그 몸에 빙의되는 사기꾼 영혼이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 극 중 조정석의 역할은 두 이야기에서 모두 중요한 차동탁 형사였다.

거기다 차동탁과 그의 몸에 빙의된 공수창을 오가야 하는 1인 2역. <투깝스>는 조정석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투깝스> 관련 기사 댓글에는 '오늘도 조정석이 하드캐리했네', '조정석이라 믿고 본다'는 반응이 빠지지 않았다. 드라마 종영 후 만난 배우 조정석은 이런 시청자들의 칭찬에 "기분이 좋다"면서도, "대본 구조상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저에 대한 칭찬이니 물론 기분은 좋죠. 하지만 연기는 대결이 아니라 앙상블이잖아요. 주연이라고 극을 혼자 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연기는 저만 잘하고 저만 튄다고 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하나의 공기를 만드는 작업이잖아요. 누구는 칼질하고, 누구는 양념을 뿌리고... 이런 식으로 다른 배우들과 주고받으면서 연기해야 해요. 한 명이 너무 튀면 작품이 산으로 가요." 

'1인 2역' 도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 문화창고


ⓒ 문화창고


스토리의 흐름상 조정석은 드라마의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해야 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분량. 하루에도 서너 번씩 두 캐릭터를 오가는 작업은 배우로선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흥미로운 작업"이었지만, 체력적인 부담은 피할 수 없었다. <투깝스>에 출연하는 4개월여의 시간 동안 평균 수면시간은 3~4시간이었다고. 평소 운동을 좋아해 나름 '강철 체력'이라 자부하던 조정석이었지만, 드라마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떨어지는 체력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아프거나 다치면 촬영할 게 없어지잖아요. 체력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죠. 보양식도 많이 먹고, 틈틈이 운동도 하고... 하지만 중반 넘어서면서는 많이 힘들더라고요."

조정석에게 쏠린 분량만큼이나, 스토리도 차동탁의 개인기에 치중한 면이 있었다. 주인공이 극의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빙의'라는 극의 큰 장치를 활용한다기보다는 임기응변식 해결이 많았다. 극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던 조정석이지만, 사건 해결 과정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다. 

"강력반 형사 역할 하신 분들 중에 좋은 배우들이 정말 많이 포진돼 있었어요. 초반에 그분들께 분량을 더 배분하고, 극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강력반 형사들이니까 수사하는 데 역할을 더 부여할 수도 있었을 거고요. 제 분량이 너무 많았는데, 좀 나눴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하하."

휴식 대신 택한 <아마데우스> 

체력의 한계를 느낄 만큼 힘들었던 <투깝스>를 마친 조정석. 하지만 <투깝스>를 마친 조정석이 택한 건 '휴식'이 아니라 '무대'였다. "연극 연습을 시작하자마자 충전이 되더라"며 웃는 조정석은 오는 28일 연극 <아마데우스> 개막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드라마 끝나고 이틀 정도 쉬고 바로 연극 연습을 시작했거든요? 지칠 줄 알았는데 연습실 가자마자 몸에 피가 확 돌더라고요.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충전도 되고요. 영화나 드라마 현장이 불편하단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아무래도 제 고향은 무대잖아요. 다 아는 얼굴들과 오랜만에 함께하니 반갑기도 하고... 그냥 다 즐거워요. (웃음)" 

<아마데우스>에서 아마데우스 역할을 맡게 된 조정석은 "나만의 모차르트를 구축하기보다는, 모차르트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잘 표현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릴 때 <토요명화>에서 만난 <아마데우스>는 비극적인 스토리임에도 매력적인 희극이었다고. 어린 자신에게 웃음을 줬던 아마데우스 역할을 맡게 됐다는 사실에 "마냥 기쁘고 설렌다"며 웃었다. 

"아까 '하드캐리', '믿고 보는 배우'란 칭찬 말씀해주셨는데, 제가 가장 듣고 싶고 기분 좋은 칭찬은 '무대에 있을 때 빛이 난다'는 이야기예요. 저는 연기에서 앙상블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무대가 바로 그렇거든요. 제 호흡과 연기가 관객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되기도 하고요. 무대는 숨을 곳이 없어요." 

머리와 가슴은 풍성하게, 몸뚱이는 가볍게

"무대 위에서 보낸 20대, 정말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어요. 그게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됐죠." ⓒ 문화창고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고, 무대에서 빛이 나던 배우였다. 하지만 무대 연기와 카메라 앞 연기는 호흡, 발성부터 다르다. 그래서 오랜 기간 무대에서 인정받던 배우도 처음 카메라 앞으로 오면 '과장됐다'는 평을 받기도 하고, 카메라 앞에서 칭찬받던 배우가 무대로 가면 '어색하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오랜만에 돌아간 연극 무대. 하지만 조정석은 "어색한 건 없다"고 했다. 따로 발성을 연습하기라도 했던 걸까?

"늘 언제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평상시에 따로 연습하진 않았어요. 호흡을 바꾸고, 발성을 바꾸는 일...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굉장히 쉬운 일이거든요. 꾸준히 해온 일이고, 그래서 몸이 기억하는 것 같아요. 

연기를 쉽게 하진 않지만, 연기를 어렵게 생각하며 하진 않아요. 다만 무대 위에서 보낸 20대가 허송세월이었던 건 아니거든요. 정말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어요. 그게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됐죠. 그래서 지금 '준비되어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거예요. 텍스트를 얼마나 잘 분석하느냐, 상상력으로 서브 텍스트를 얼마나 더 풍성하게 만들어 내느냐... 그렇게 머리와 가슴을 풍성하게 만들고, 연기는 몸뚱이를 이용해 편하고 쉽게 하는 편이에요."

천재 음악가 아마데우스를 연기하기 위해 피아노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조정석. 막이 오를 때까지 얼마나 완성도 있는 연주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실력을 키우는 과정 역시 아마데우스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고. 그렇게 조정석의 2018년은 <아마데우스>로 시작됐다. 그리고 조정석에게는 <아마데우스> 다음으로 실행할 2018년에 대한 계획도 있었다. 

"신년이 되면 누구나 생각을 많이 하게 되잖아요. 저도 그래요. 올해 든 생각은 '안 해봤던 역할 많이 해보자'예요. 애절한 멜로, 혹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안타고니스트(적대자)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피 튀기는 스릴러 장르도 해보고 싶고... 한마디로 이색적인 행보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내년이면 마흔이 되는데, 아홉수에는 변화를 꿈꾸게 되잖아요. 새해에는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2018년은 변신과 도전의 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내년이면 마흔이 되는데, 아홉수에는 변화를 꿈꾸게 되잖아요. 새해는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2018년은 변신과 도전의 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 문화창고



조정석 투깝스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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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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