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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경기장에 등장한 한국 자동차 브랜드, 슈퍼볼에서도?

미국인의 축제, 미식 축구 결승전 '슈퍼볼' 속 스포츠 마케팅

18.02.05 17:58최종업데이트18.02.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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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테니스를 본 적도 없는 사람들도 정현 선수가 투혼을 불사르며 유명 선수들을 차례대로 물리치고 승승장구한다는 소식에 TV를 켰다. 심지어 어린 시절 가족끼리 저녁을 먹을 때면 8시 뉴스에 자주 등장하던 '로저 페더러'와 준결승에서 맞붙는다는 소식은 많은 한국인을 흥분시키며 TV 앞에 앉게 했다.

하지만 낯선 테니스 경기를 보고 있으니 계속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다. 'KIA Motors'라는 문구가 경기장 이곳저곳에 부착된 것이었다. 2002년부터 최상위 스폰서로 윔블던 테니스를 꾸준히 후원하고 있는 기아자동차가 정현이라는 스타의 탄생과 함께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거둔 순간이었다.

이렇듯 산업으로 확장된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는 대중이 알게 모르게 전 세계 대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스포츠 마케팅의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식축구리그(NFL)의 결승전 '2018 슈퍼볼'이 2월 5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에 열렸다.

윔블던 테니스 스폰서를 한 기아자동차 ⓒ 신준호


엄청난 돈이 모이는 슈퍼볼

"2010년 이후 미국에서만 매년 1억 명 이상의 시청자"(아카데미 시상식이 3300만 명)
"'슈퍼볼 경기를 위해 좋은 TV를 살 의향' '음식을 시켜 먹을 의향' 있다고 하는 응답자 '다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의 성인 중 33%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슈퍼볼로 인해 소비 시장에서 즉각적으로 그리고 잠재적으로 소비될 예상 금액 '153억' 달러"
"30초당 광고료 10년 전 '270만 달러(약 30억)'에서 현재 '500~550만 달러(약 55억에서 60억)'로 증가"

위의 문장들은 가장 간략하게 슈퍼볼에 담긴 경제적 가치를 보여주는 말들이다. 미식축구리그(NFL)는 전 세계 스포츠 종목 중 가장 경제적인 가치가 많이 포함되고 드러나는 종목으로 유명하다. 트레이드 시스템이 발전했기 때문에, 트레이드 시즌이면 각 구단과 에이전트 사이의 숨 막히는 신경전은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돈을 두고 벌이는 미묘한 눈치 싸움으로 그 수준이 엄청나다.

이와 더불어 쿼터 틈틈이 나오는 광고나 덕지덕지 붙어 있는 엄청난 양의 광고판은 스포츠를 통해 활기차면서도 건강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은 대기업들의 구미를 당기는 마케팅 포인트다. 매년 슈퍼볼을 통해 나온 광고들에 순위가 매겨질 정도로 엄청난 주목을 받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올해 주목받은 포인트들

1. 국내 기업들의 고군분투

현대, 기아 자동차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엄청난 광고비를 들여 슈퍼볼에 광고를 선보여왔다. 미국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자사의 자동차를 홍보하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실제로 기아 자동차가 작년에 선보였던 자동차 니로의 '영웅의 여정' 광고는 미국에서 슈퍼볼 광고 선호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 시장에서 침체기를 겪고 있는 현대 기아 자동차는 올해 슈퍼볼에서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였다. 작년 비교적 광고료 단가가 싸다고 평가받는 경기 종료 직후에 광고를 내보냈던 현대자동차는 가장 시청률이 높은 4쿼터 중간에 광고를 보내는 등 총 2편의 광고를 내보내며 심기일전했다.

물론 슈퍼볼 광고 하나만으로 한 해 실적에 완전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지만, 작년 어마어마한 광고료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실적과 시장 점유율에서 모두 하락세를 보인 뒤 내린 과감한 결정이다. 올해는 소아암 환자를 꾸준히 지원해온 현대 자동차의 자체 단체 '현대 오프 온 휠스'를 내세워 이미지 개선에 도전했다.




다른 분야로는 삼성전자와 LG 같은 TV 제조사들의 경우 좋은 화질을 통해 슈퍼볼을 시청하고 싶어 하는 미국인들의 심리를 파고들어 슈퍼볼 특수로 최대 45%까지 TV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며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했다.

2. 미국 방송사 NBC와 평창의 콜라보레이션

슈퍼볼을 중계하는 미국 방송사 NBC는 이번 평창올림픽의 중계를 맡았다. 슈퍼볼 중계만으로 5억 달러(약 5500억) 이상의 중계료 이익을 얻을 거라고 예상했던 NBC는 2월 내내 중계하게 될 평창 올림픽에서도 성공적인 중계를 위해 슈퍼볼을 통한 과감한 홍보를 진행했다.

우선, 한국에서는 미식축구 중계가 원활하지 않은 점을 파악해 평창과 협력해서 평창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슈퍼볼 중계를 선보였다. 이와 더불어 '슈퍼볼 브런치'를 제공함으로써 평창올림픽 이전에 방송사의 주요 행사인 슈퍼볼을 성공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30초에 50억~60억 원에 가까운 엄청난 이익을 볼 수 있는 슈퍼볼 광고 일부 시각에 기업의 광고를 내보내는 대신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대표팀 에이스 5인의 스토리를 담은 단편 영화를 송출했다. 슈퍼볼을 대다수의 미국인이 시청하는 만큼 대표팀에 대한 자긍심과 이목을 집중시키는 광고를 자체 제작하여 평창 올림픽 중계를 많이 시청하도록 하려는 목적이었다.

우승을 차지만 필라델피아 이글스 ⓒ 신준호


이밖에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가수만 나올 수 있는 하프타임 쇼에 2004년 공연 도중 함께 무대에 선 가수 자넷 잭슨의 신체 일부를 노출하는 실수를 저질러 대중의 비난을 받았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오랜만에 무대에 다시 나와 훌륭한 공연을 보여주며 주목을 받았다.

이렇듯 스포츠의 본질보다는 슈퍼볼을 둘러싼 마케팅이 더욱 주목받는 경향이 있는 것이 NFL 프로 미식축구의 세계다. 국내에서는 중계도 잘 해주지 않는 비인기 종목에 해당하지만, 스포츠를 둘러싼 마케팅의 최고봉을 보여주는 슈퍼볼은 미식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산업적 측면만 둘러봐도 아주 흥미롭고 매력적인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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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게재합니다.
미식축구 스포츠마케팅 NFL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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