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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10주년 선물 곡까지... '믿듣' 다비치, 여전하네

[리뷰] 다비치 정규 3집 < &10 > 믿고 듣기에 충분한 발라드 강자

18.02.01 12:47최종업데이트18.02.0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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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리와 강민경 두 멤버로 구성된, '믿고 듣는' 여성 듀오 다비치가 지난달 25일 세 번째 정규앨범 < &10 >을 발표했다. 2013년에 나온 < MYSTIC BALLAD Part2 > 이후 거의 5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앨범이다.

다비치는 2008년 첫 번째 정규앨범 < Amaranth >을 발표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후 많은 히트곡들을 발표하며 실력 있는 아티스트로서 자리매김했다.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 곡 '너 없는 시간들'을 포함한 9개의 신곡이 실렸다. 이들의 첫 번째 히트곡이었던 '미워도 사랑하니까'가 리메이크 버전으로 담겨 있다.

'믿고 듣는' 다비치, 여전한 발라드 강자

사실 앞서 언급한 '믿고 듣는'이라는 표현은 소속사가 배포한 자료에 나오는 말이다. 물론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그만큼 다비치는 스타일이나 실력 면에서 어느 정도 완성된 아티스트다. 이번 앨범 역시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강점인 가사 전달력과 호소력 있는 창법도 여전하고, 이들이 가장 잘 하는 발라드 곡들의 완성도도 높은 편이다.

이번 앨범에 실린 곡들의 사운드는 전반적으로 겨울에 어울리는 포근한 분위기로 구성돼 있다. 피아노와 현악기 소리를 많이 사용했으며 그런 만큼 서정적이고 클래시컬한 분위기가 주류를 이룬다.

담담하게 시작해서 서서히 고조된 감정이 절정에서 시원하게 터지는 곡 전개 방식은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다비치의 그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들의 보컬 능력이다. 저음역대 보컬은 속삭이는 듯 섹시하고 고음역대 보컬은 기교 없이 쭉 뻗는 청량감이 일품이다.

여러 명의 작사가가 참여한 노랫말은 대부분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그 곡들이 거의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 사랑이 끝났거나 끝나는 시점에서 후회하거나 매달리거나 단념하는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다.

소속사에 따르면, 1번 트랙 '우리 둘'은 다비치 데뷔 10주년을 맞아 동료 아티스트인 이적이 직접 만들어 선물한 곡이다. 무대 위에서 서로 힘이 돼주며 함께해 온 이들의 이력을 떠올리고 듣다 보면 마음이 금방 뭉클해진다. 특히 "우리 함께 있다는 게 둘이 닮아 간다는 게 참 신기하고 놀라워서"라는 대목이 좋다. 각종 의미 있는 자리에서 연인이나 친구, 동료와 함께 짝을 지어 부르면 잘 어울릴 법한 노래다.

슬프지만 '신파'는 아닌, 한층 성숙해진 감정표현

다비치 새 앨범 < &10 > 앨범 재킷. ⓒ B2M 엔터테인먼트


2번 트랙 '너 없는 시간들'은 이별 후의 정한을 노래한 곡이다. "마음이 툭 하고 끊어진 것 같아"로 시작되는 인상적인 첫 구절부터 마치 한 편의 짧은 드라마를 보듯 감상하게 된다. 화자의 심리를 그려낸 것처럼 묘사한 노랫말과 이에 호응하는 드라마틱한 곡 전개가 이를 뒷받침한다. 슬픈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신파처럼 들리지는 않는데, 그건 두 사람의 청초한 보컬이 빚어내는 카타르시스 때문일 것이다.

4번 트랙 '그래도 우리'와 5번 트랙 '사랑하지 말아요'는 각각 이해리와 강민경의 자작곡이다. 두 곡 모두 사랑을 소재로 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화자가 사랑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쪽인 데 반해, '사랑하지 말아요'의 화자는 그 끈을 놓으려고 하는 쪽이다. 같은 듯 다른 두 멤버의 개성과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 두 곡을 비교해 들으면 특별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가장 감탄한 부분은 발라드에 관한 한, 다비치의 감정 표현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들은 지금 자신들의 나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이야기, 감성을 발라드라는 틀 안에 솜씨 있게 담아낼 기회까지 얻었다. 이들의 발라드가 하루 자고 나면 쏟아져 나오는 고만고만한 발라드 곡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

이처럼 뛰어난 발라드 가수는 타고나기도 하지만 연륜을 쌓아가며 완숙한 경지에 다가가기도 한다. 더욱이 요즘 가요계는 장르를 불문하고 눈에 띄는 여성 듀오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특히 실력과 스타일을 폭넓게 검증받은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그런 점에서 지금 다비치의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고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다비치의 롱런을 응원한다.

다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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