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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시즌 '6경기' 뛴 김영권, '특혜'가 아니면 무엇인가

[주장] '2018 월드컵' 수비 불안한데, 터키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

18.01.17 15:42최종업데이트18.01.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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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이 부족한 선수를 선발하지 않는다면 논란은 없다. 국가대표 팀에 발탁될 근거가 충분한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김영권은 지난해 여름 장기간의 부상에서 돌아왔다. 7월 중순 리그 경기를 통해 복귀전을 치렀고 AFC 챔피언스리그(아래 ACL) 무대에도 섰다. 하지만 2017시즌 출전 횟수는 총 6경기에 불과했다.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이 선발 출전한 6경기에서 팀은 무려 15골을 헌납했다. 그가 나선 경기 성적은 2승 1무 3패.

김영권이 속한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지난 시즌 중국 슈퍼리그(이하 CSL)를 제패한 최고의 팀이다. CSL 역사상 최초로 7시즌 연속 우승이란 역사까지 썼다. ACL에서도 매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아시아 최고의 팀 중 하나다. 그런데 김영권이 나서면 불안했다. 그가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다면, 당연히 의구심이 생긴다.

화려했던 과거

김영권 ⓒ KFA


김영권의 과거는 화려했다. 김영권은 이집트에서 열린 2009 U-20 월드컵부터 이름을 알렸다. 희소성이 있는 왼발잡이 중앙 수비수, 나이에 걸맞지 않은 대담함, 정교한 태클 능력 등을 뽐내면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6강 진출을 결정지었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vs 미국)에선 선제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김영권은 거칠 것이 없었다. 21살 어린 나이에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며 동메달 획득에 일조했고, 조광래 감독이 지휘하던 국가대표팀에도 데뷔했다. 특히 2012 런던 올림픽에선 황석호와 함께 무결점 수비력을 자랑하면서 사상 첫 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올림픽을 마친 뒤에는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과 손을 잡았다. 당시 광저우를 이끌던 리피 감독은 "김영권은 가까운 미래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도 활약할만한 특급 재능"이라면서 높은 평가와 기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권은 승승장구했다. 광저우 입단 직후부터 주전 자리를 확보했고, 2017시즌까지 7년 연속 리그를 제패하는 데 힘을 보탰다. 2013 ACL 결승전에선 FC 서울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이면서 우승을 이끌었다. 다리오 콘카, 히카르두 굴라트, 호비뉴, 지난해 여름 바르셀로나로 떠난 파울리뉴 등 최정상급 외인들이 득실한 곳에서도 김영권의 입지는 굳건했다.

김영권의 현재

김영권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비수였다. 2012 런던 올림픽 성적과 아시아 최고를 다투는 광저우에서의 활약 및 입지가 증명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김영권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전부터 흔들렸다. 막강한 전력을 갖춘 소속팀에선 문제가 없었지만 대표팀은 달랐다.

김영권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중앙 수비수로 출전이 어렵다면 왼쪽 풀백으로 나설 정도로 입지가 탄탄했다. 특히 승리가 절실했던 우즈베키스탄과 홈경기에선 자책골까지 유도했다. 안정적인 수비력에 날카로운 왼발 킥까지 보유한 특급 수비수였다.

문제는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이란전이었다. 당시 한국은 압도적인 경기 내용을 보이면서 최소 무승부가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김영권이 수비 지역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며 결승골을 헌납해 패하고 말았다. 우즈베키스탄에 운이 조금 따랐다면 한국은 월드컵 본선행이 아닌 플레이오프를 치렀어야 할 수도 있었다.

한 번이면 실수지만 반복되면 실력이다. 김영권은 이란전에서 보여준 아이러니한 모습을 반복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전이 대표적이다. 홍정호와 함께 중앙 수비수 자리를 차지한 김영권은 아쉬운 판단과 실수로 4실점 완패를 막지 못했다. 특히, 코너킥 상황서 라피크 할리체에 내준 두 번째 실점은 김영권의 명백한 실책이었다.

김영권은 월드컵 이후에도 대표팀 수비의 중심으로 활약했지만 불안한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돌아 뛰는 선수를 쉽게 놓치고 순간적인 침투에 무기력하게 뚫렸다. 잘못된 판단에 이은 무리한 압박으로 일대일 기회를 내주고 공만 바라보다 실점을 내주는 모습까지 보였다.

'특혜'가 아니면 무엇인가

김영권은 2016시즌 막판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하며 10개월 가까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지난해 7월에서야 복귀에 성공했고 8월에는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영권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2017시즌 6경기(리그 4·ACL 2)에 나섰지만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김영권이 출전한 6경기에서 무실점은 없었다. 평균 실점은 무려 2.5점에 달했다. 3실점 이상 경기도 세 차례나 있었다. 실점을 김영권만의 탓으로 돌릴 수 없지만 중앙 수비수인 만큼 큰 책임이 있었다.

대표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에서 김영권을 주전으로 썼다. 이란전에선 '괴물 신인' 김민재가 아니었다면 아찔했던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불안한 볼 처리로 빠른 역습을 허용하는 장면만 세 차례 이상이었다. 몸싸움과 공중볼 경합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판단 실수로 인해 상대 공격수와 김승규 골키퍼가 마주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우즈베키스탄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7년 9월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정우영과 김영권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참사나 다름없었던 10월 유럽 원정 평가전, 11월 A매치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김영권은 자신이 대표팀에 어울리는 선수란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부상 복귀 이후 소속팀과 대표팀 경기를 통틀어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신태용 감독은 김영권에게 또다시 기회를 줬다. 반면 김민재와 최철순, 김진수와 함께 '2017시즌 K리그 클래식 베스트 11'에 선정된 중앙 수비수 오반석은 이번에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누군가는 소속팀에서 제 아무리 좋은 활약을 보여도 대표팀 유니폼 입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김영권의 대표팀 재발탁, '특혜'가 아니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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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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