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희 "강원교육 변화 시작, 앞으로 3~4년이 골든타임"

[인터뷰] 민병희 강원교육감 "1000인 원탁회의 통해 학부모들에게 많이 배워"

등록 2017.12.26 11:38수정 2017.12.2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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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희 교육감은 손님의 차를 비서실에 부탁하지 않고 직접 타서 내준다. 나비 넥타이를 맨 민병희 교육감은 오늘 강원도 교육청 직원 송년페스티벌에서 기타 연주와 독창을 할 예정이다. ⓒ 이종득


22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교육청에서 민병희 교육감 인터뷰를 진행했다. 3년만이다. 초등학생 학부모인 시민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시간을 내준 민 교육감은 오랜만에 보는 기자를 기억해주었고, 반갑게 맞이했다.

여전히 손님이 오면 직접 차를 끓여 내주는 민 교육감은 강원교육현장의 긍정적인 변화에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다고 서두를 시작했다. 지난번 선거에서 내건 핵심 공약인 선진국형 교실복지 정책을 설명하는 동안 매우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면서 그동안의 성과를 설명했지만, 아직은 미완성 단계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역의 학부모와 교사 등 1000인 원탁회의를 통해 얻은 많은 성과에 대해서는 교육 전문가가 된 학부모 생각에 매우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많아서 놀라움과 반가움이 컸다고 말했다.

전국기초학력평가에서 강원도가 오랫동안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도 지난 8년간의 노력이 곧 결과로 나타날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내년 동시지방선거에 강원도 교육감 후보로 출마하느냐는 질문에는 직답을 피했지만, 지난 8년동안 추진해온 교육정책의 마무리를 위하여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지기를 희망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교육 환경 변화가 아이들을 변하게 했다

지난 9월 영월고에 방문해 지역전문가들이 학교교육에 참여하는 '마을선생님' 수업참관 중 ⓒ 민병희 교육감 페이스북


다음은 민병희 교육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2017년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강원도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덕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한 해였습니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촛불 행동에 나서 부정한 권력을 탄핵시켰고, 그 힘은 이제 각계의 적폐 청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육계도 누리과정 파행, 국정교과서, 학교 통폐합 같은 소모적 갈등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개혁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우리 공동체 성원 모두에게 '애 많이 쓰셨다, 고맙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2014년 선거에서 강원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공약한 내용 중에 선진국형 교실복지(수업복지, 진로복지, 시설복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현재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평가하는지요?
"지난 3년간 강원도에서는 교실복지 철학이 친환경무상급식 완성, 한글교육책임제, 강원진로교육원, 감성디자인교실 등의 정책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부단히 노력했고 성과도 꽤 있었습니다.

감성화사업을 통해 교실환경을 바꾸었더니 아이들의 변화가 체감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아이들과 교실에서 생활하는 선생님들의 정서에도 좋은 변화가 나탔습니다. 결국 교육환경 변화가 긍정적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교육 선진국에 도달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죠. 국가 차원에서는 교육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서열주의'와 '학력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원인은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많은 것을 바꾸기에는 교육자치가 취약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향후 3-4년간 중요한 진전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밝히고 있는 교육 분야 국정과제와 교육개혁 로드맵이 강원도의 혁신교육 정책과 결합되면 바야흐로 한국 교육의 근본적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제는 학부모들이 교육 정책 전문가이다 

11월17일 [강원교육 1000人 원탁토론회]에 참여해 학교의 혁신과제에 대해 토론하는 민병희 교육감 ⓒ 민병희교육감 페이스북


-지난달 춘천 원주 강릉 등에서 강원교육 1000인의 원탁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취지와 목적, 그리고 성과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1000인의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들은 원탁토론으로 현명한 답을 찾아주시더군요. 토론 참가자들의 현장 투표를 통해서 첫 번째로 뽑은 강원교육 핵심과제는 '행복한 수업을 위한 교육과정 자율화 및 혁신'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선정한 핵심과제는 '배려와 공감의 인성교육 강화'였습니다. 저는 이 요구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혁신하라, 동시에 교육의 본질을 지켜라.'

1000명의 교육 구성원이 치열한 토론으로 도출한 방향은 누구도 쉽사리 바꾸지 못하는 강원교육의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새 정부의 교육 비전과도 결이 일치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교육 혁신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날로 다양해지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교육청에서 어떻게 받아 안을 계획이신지?
"최근 춘천·원주·강릉의 대표적인 맘카페 회원들과 정책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유아교육 공공성, 미세먼지 대응, 한글교육 책임제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는데요. 참가자들이 관련 주제에 대해 해박하기도 하고 또 행정의 빈틈을 잘 지적해 주셔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학부모들의 요구를 우리 교육청이 잘 받아 안고 협응하면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데 동감합니다.

간담회에서 한 학부모가 이런 말씀을 주셨습니다.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어렸을 때는 밖에서 맘껏 놀리고, 선행학습이나 사교육 없이 학교에 보내기만 해도 괜찮은 세상이 오면 좋겠다'고요.

제가 바라는 교육을 정확히,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의 언어로 표현해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대화하겠습니다. 부모님들로부터 많이 배워서 부모 마음으로 교육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

보수정권에 의한 민병희의 평가는 언제나 야박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야간자율학습 없이 동아리 활동을 하는 원주 치악고 '숨요일' 현장방문해서 학생들과 간담회 진행 ⓒ 민병희 교육감 페이스북


-기초학력 전국평가에서 강원도가 하위권을 기록했었습니다. 교육감님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과거 이 평가에서 좋은 성적 받기 위해 더디 배우는 아이들을 시험에서 배제하는 등의 비교육적인 '꼼수'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강원도의 평가 결과가 유독 안 좋게 나오는 경향도 있었을 겁니다. 교육부도 이 평가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올해부터 일제고사 방식의 기초학력 평가를 폐지했습니다.

각 시도를 줄 세우는 방식의 평가는 문제가 있지만, 기초학력 문제는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기초학력이 부진한 아이들, 특히 강원도에 많은, 가정환경이 어렵고 돌봄에서 소외되어 결국 배움에서 뒤처지는 아이들을 위한 답을 찾자고 지난 몇 년간 부단히 우리 직원들에게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육청이 최근 의미 있는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조기개입'과 '한글교육 책임제'입니다. 현재 교육부의 기초학력 정책은 공식적으로 초등 3학년에서 진단과 사후처방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시점이 늦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돌봄을 잘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한글 문해력이 떨어져 학습 부진으로 빠지는 연결 고리를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육청은 유치원-1·2학년 단계에서 '즐겁게 책 읽어주기'와 체계적인 한글교육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기초학력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겁니다. 향후 3-4년 뒤의 강원도 아이들의 기초학력을 한번 평가해보면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입니다."

11월23일 춘천기계공고 정문에서 수험생을 응원하는 민병희 교육감 ⓒ 민병희교육감 페이스북


-현재 재선 교육감으로 8년째 강원 교육을 이끌고 있습니다. 내년 동시 지방선거에 강원도 교육감 후보로 출마하는지요?
"이 자리에서 말하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불어 민병희가 출마하냐, 안하냐는 중요한 논점이 아닙니다.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개혁의 방향이 무엇이고, 그것에 화답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규명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만약 3선에 도전한다면 의미와 목적이 있을 텐데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분명한 것은, 향후 3-4년이 한국교육, 그리고 강원교육의 '골든타임'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1995년의 5.31 교육개혁 이후로 한국 교육은 큰 틀에 변화가 없었습니다.

현 정부에서 시도교육청에 대대적인 권한 이양 작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수업·평가 혁신에 방점이 찍힌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고 입시 개혁의 청사진도 나올 것입니다. 정치권력과 별도로 장기 교육 비전을 다루는 '국가교육회의'도 만들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 분야 국정과제는 강원교육 정책과 거의 오차가 없습니다.

변화의 조건은 무르익고 있습니다. 다음 4년은 이 응축된 변화의 잠재력을 현실의 변화로 만들어내느냐, 못하느냐의 중대한 기로인 셈인데, 교육감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이 시대적 과제에 올바르게 답변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좀 더 좁혀서 얘기하면, 교육의 공공성이 가장 취약하다고 할 수 있는 유아교육과 고교교육에 대해서 혁신의 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아교육은 질 좋은 국공립 유치원 비율이 너무 낮다는 점에서, 고교교육은 입시교육에 경도되어 사회적 공공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학벌 경쟁소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향후 4년간 강원교육의 수장은 이 부분에서 정부와 협력해 구체적인 변화를 일구어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이 인생에 큰 도움도 되지 않는 문제풀이 경쟁에 소진되지 않고, 교육 선진국 아이들처럼 보다 행복하게 공부하면서 '살아갈 힘'을 키워가는 것. 이것이 이 시기, 강원교육과 한국사회가 당면한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12월12일 심각해지는 영서권 미세먼지 문제를 주제로 원주 '암까페' 회원들과 간담회 장면 ⓒ 민병희 교육감 페이스북


-끝으로 지난 8년 동안 강원도 교육을 이끌어 왔습니다. 지금까지 정말 잘했다고 평가받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3가지만 소개해주시고, 앞으로 꼭 해야 할 정책이 있다면 그것 역시 3가지만 소개부탁드립니다.
"뭐니뭐니 해도 전국 최초로 유·초·중·고 친환경 급식지원 완성을 이루어낸 것에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고교 평준화입니다. 덕분에 중학교 자유학년제와 수업·평가 혁신의 밑바탕을 만들 수 있었고 대학 진학에서 강원도 학생들의 발목을 잡던 내신 불이익 족쇄를 풀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앞서 언급한 한글교육책임제입니다. 이것은 시행한지 1년밖에 안되어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긴 힘들지만, 3-4년 뒤에는 공교육의 책무성과 '모두를 위한 교육'을 대표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앞으로 꼭 해야 하는 것은, 첫 번째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정책입니다. 강원도 국공립 유치원 취원률을 50%까지 올리고 사립유치원의 투명성을 강화하겠습니다.

두 번째, 강원도 맞춤형 고교 혁신 정책입니다. 정부도 고교학점제 정책 추진을 발표했는데, 이것을 강원도에 액면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학생 저마다의 진로적성에 맞게 수업 선택권을 늘리고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확대하자는 취지는 십분 공감합니다. 특성화고 학과 첨단화도 병행 추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직문화와 교원인사 혁신입니다. 이 모든 변화를 추진하는 힘은 결국 교사로부터 나옵니다. 아이들과 지역을 사랑하는 교원을 임용하고, 교사들이 서로 협력하고 배우며 전문성을 키우고, 검증된 리더십이 강원교육의 변화를 앞장서 일구는 교원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모든 교육 정책의 시작과 끝이라고 믿습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강원도교육청 #강원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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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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