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에서 울리는 만남의 바람

[2017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7] 마을 잇는 ‘아나바다·복합문화예술공간 울’ 개장식

등록 2017.11.15 15:32수정 2017.11.1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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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배움터경당)은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고민하며 2014년부터 해마다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열어왔습니다. '생명의 교육, 길을 찾아서'(2014년), '나로부터 행하는 교육, 공적 글쓰기'(2015년), '생명의 교육, 역사 위에 서다'(2016년)를 거쳐, 올해는 '생명의 교육, 생명의 마을'을 주제로 정했습니다. 

2017교육문화연구학교는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안양 동안구 비산3동 마을을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과 소망을 담아 진행됩니다. 기간은 10월 13일부터 12월 29일까지이고, 비산동 마을 관련 6가지 주제(△마을개선, △마을허브공간, △언론출판, △농사준비, △재개발연구, △문화사업)를 나눠 총화와 팀별 세미나 및 마을 대상 다양한 실천 활동 등을 병행해 나갑니다. - 기자 말

마을버스를 타고 내리는 길목, 길을 걷던 어르신들이 걸음을 멈춘다. 동네 작은 상가 건물에 70여 명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아장아장 걷는 꼬마 아이들도 보이고, 이팔청춘 한창인 중고등학생들도 보이고, 젊은이들도 보이고, 손주를 데리고 있는 할머니도 보인다.

가까이 다가갔다. 담박하게 구운 토종콩과 모락모락 김이 나는 시루떡을 개장 기념으로 나눠주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안을 들여다봤다. 깔끔한 목재 진열대와 분위기 있는 조명이 있고, 사람들은 마이크 앞에서 사부작사부작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위를 올려다봤다. '울 아나바다·복합문화예술공간'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11월 11일 '울' 개장식을 앞둔 풍경이다. 이날은 새들생명울배움터가 7년간 함께했던 마을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이 생기기를 바랐던 꿈이 펼쳐지는 날이었다. 2017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는 1개월 동안 밀도 있고 치열한 준비 과정을 거쳐 '아나바나·복합문화예술공간 울'을 낳았다. 갓난아이의 첫울음이 주는 기쁨과 만남의 감격을 함께 만끽하고자 아담한 잔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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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의 개장을 기념하며, 갓난아이의 첫울음이 주는 기쁨과 만남의 감격을 함께 만끽하고자 아담한 잔치를 열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우리의 '울', 사랑의 의무

아이의 첫울음은 부모의 사랑으로 터져 나온다. '울'은 그 사랑의 시작을 전태일 열사의 삶으로 삼았다. '울'의 정식 개장일은 11월 13일, 평화시장에서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바로 그날이다. '울' 개장식을 초대하며 페이스북에 쓴 새들생명울배움터 최봉실 대표의 글이다.


"47년 전 열악한 처지에 있던 어린 소녀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그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선사하려 했던 전태일 열사의 뜨거운 헌신을 기억하며 이 공간을 꾸려 가고자 합니다. 이 작은 공간에서의 이 작은 만남이 그의 뜨거운 사랑을 계승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공간에 몸을 담고 떠난 모든 이들에게 뜨거운 사랑이 전이되는 그런 신비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걸음에 큰 꿈입니다."

뜨거운 사랑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울' 개장식을 기획하고 준비했던 문화사업 분과 12명이 '사랑의 의무'라는 노래를 부르며 첫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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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사랑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사랑의 의무'를 부르는 문화사업 분과.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사랑은 언제나 가슴 아픔 언제나 슬픔
사랑은 언제나 그리움, 아픈 그리움
사랑은 언제나 생명 그리고 어둠
사랑은 언제나 만남 그리고 이별

사랑은 언제나 소망 그리고 기도
사랑은 언제나 침묵 그리고 의무
사랑은 그렇게 위로 그리고 환희
사랑은 그렇게 힘 그리고 노동

사랑은 그렇게 언제나 사랑
사랑은 그렇게 절절한 구원
사랑은 그렇게 뜨거운 행함
사랑은 그렇게, 사랑은 그렇게 삶

- 사랑의 의무, 작사·작곡 최봉실 -

청소년 시절 최봉실 대표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사랑을 해야 잘하는 거지' 하고 고민했다. 그러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좌절을 맛봤다. 그로 인해 대학에 가서는 친구를 사귀지 않겠다 다짐하기도 했다. 한때 관계에 대한 마음을 접었던 그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있다"고 '울'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인사말을 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친구 고민이에요. 아무리 어려워도 친구 때문에 그 시절을 견디면서 살아갑니다.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교육해야 할까요? 좋은 친구를 잘 만날 수 있게, 자신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배움터경당에서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세상과 자연을 만나는 일, 그 만남을 잘하는 게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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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를 잘 만날 수 있게, 자신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게 우리 아이들을 키워가야 한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친구들과 우정이 깊어지면 기쁨이 넘치게 된다. 최봉실 대표는 그러한 기쁨을 더 많이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태어난 공간이 '울'이라고 했다. '울'은 '울타리, 우리'의 준말이며, '울림'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최 대표는 이 공간에서 우리로 하나 되는 '만남'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가치를 가꿔 나가기를 바랐다. 

최 대표는 '울'을 통해 결국 우리 사회의 문화가 바뀌기를 꿈꾼다고 했다. 그래서 문화를 바꾸기 위한 가장 쉬운 실천을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로 삼았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내놓아서 꼭 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도록, 그 연결고리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쓰지 않는 물건을 기증받아 소통과 만남을 위한 매개체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허투루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허투루 만남이 이뤄지지 않도록 말이다. 

'아나바다·복합문화예술공간 울'은 배움터경당의 교육이념이기도 한 '더불어, 더 나은, 온전한' 문화가 샘솟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사람들이 '울'에 머물다 가면서, 서로를 지켜 내고 함께하고 붙들어 주고, 더 나은 방향으로, 온전해질 것을 기대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게 사회에서 소용이 없다는 판단이 되지 않도록, 어른들이 안일하게 있지 않고 분발하여 더 좋은 문화를 만들어가자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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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실 대표는 사람들이 '울'에 머물다 가면서, 서로를 지켜 내고 함께하고 붙들어 주고, 더 나은 방향으로, 온전해지기를 기대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새로운 길, 나를 넘어서 숲으로

복합문화예술공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축하 공연은 풍성했다. 노래와 낭송이 이어졌고, 그 속에는 '울'에서 만남의 바람이 눈물 나도록 신명 나도록 울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건너서 마을로

윤동주 시인의 시에 동화라는 그룹이 국악가락을 붙인 곡 '새로운 길'을 배움터경당의 명소유 학생(12세)과 김윤미 씨(32세)가 불렀다. 김윤미 씨는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윤동주 시인은 아가씨들이 강제로 잡혀가는 그런 몹쓸 일을 당하지 않는 평화로운 마을을 꿈꾸었던 거 같다"며 "'울'이 내(나)를 건너서, 한 사람 한 사람을 건너서 숲을 이루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명소유 학생은 "'울'이 우리에게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길이 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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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유 학생은 '새로운 길'을 부르며, "'울'이 우리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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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담은 울이 마주하는 인생마다/생명의 물줄기 되길/나무가 되고 숲이 되길/온 생명 태어난 바다가 되길" 자작시를 낭송하는 이재호 씨.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만원 지하철 안에서 시상이 잘 떠오른다는 직장인 이재호 씨(34세)는 '울'이 마련되기까지 마음과 정성을 들여 수고한 이들을 생각하며 "눈물 담은 울이 마주하는 인생마다/생명의 물줄기 되길/나무가 되고 숲이 되길/온 생명 태어난 바다가 되길" 바라는 내용의 자작시를 낭송했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뮤지컬 곡을 노래한 이학진 씨(44세)는 "이 공간에서 물건과 사람이 만나고, 새로운 쓰임과 환원이 일어나며, 파편화된 관계의 조각들을 모을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울'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을 주도적으로 기획한 내지선 씨(36세)와 김주열 씨(40세) 부부는 부활의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라는 노래를 부르며, "'울'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사랑이라는 이름이 더해져서 더 많은 이웃들에게 흘러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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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이 만들어지기까지를 기록한 영상을 보며 참석자들이 미소 짓고 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지금 너한테로도 누가 먼 길 오고 있을 것이다"

"마을의 유래, 유적을 찾아보라. 조상의 땅에까지 갈 수 없는 사람은 멀리 갈 것 없이 자기 동네 우물가 버드나무는 누가 언제 심었는지, 저절로 났는지, 지금 이 동네 이름은 왜 그렇게 지었으며 언제부터 불리기 시작했는지, 또 이곳이 예전에는 무엇을 하던 어떤 곳이었는지, 맨 처음 이 동네로 들어와 살기 시작한 사람은 누구였으며, 그는 어느 곳에 터를 잡았는지, 그가 살던 그 집은 아직도 그대로 있는지, 섬세한 지도를 그려 보기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적어 놓아라. 실없이 보이는 이 면밀한 그림이 바로 당대의 기록이요, 후대한테는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최명희, <혼불> 5권 225쪽)

배움터경당의 가장 높은 배움의 단계를 걷고 있는 '울학' 수업에서 이번 학기 읽고 있는 소설 <혼불>의 한 구절이다. 이 <혼불>의 한 구절 한 구절과 함께 '울'은 태동했다. '울학' 수업을 하는 3명의 선생님과 2명의 학생들은 마을허브공간의 총기획팀을 맡아, '울'의 시간과 공간의 맥을 잡아 갔다. 이들은 <혼불>을 읽으며 사유의 깊이를 더했고, 엄마의 양분으로 태아가 자라듯, <혼불>은 '울'의 모태가 되었다.

<혼불>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의 모습과 한을 낱낱이 풀어헤치는 소설이다. <혼불>은 '울'에 가장 먼저 비치된 소설이다. 최봉실 대표는 "'울'에서 만남의 기쁨을 누리게 될 텐데, 여전히 슬픔과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한을 다 풀고 새로운 미래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울'의 제일 처음 책을 <혼불>로 정했다"고 했다. '울학' 수업의 최봉실 대표, 조우영·김재광 교사, 구한글·양권진 학생은 <혼불>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구절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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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의 구절을 낭독하는 '울학' 팀. 왼쪽부터 김재광 교사, 조우영 교사, 양권진 학생, 최봉실 대표, 구한글 학생.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인연이란 그런 것이란다. 억지로는 안 되어. 아무리 애가 타도 앞당겨 끄집어 올 수 없고 아무리 서둘러서 다른 데로 가려 해도 달아날 수 없고잉. 지금 너한테로도 누가 먼 길 오고 있을 것이다. 와서는, 다리 아프다고 주저앉겄지. 물 한 모금 달라고."(최명희, <혼불> 1권 77쪽)

만남을 위해 지금 누군가가 먼 길을 오고 있을 거라는 구절이 마음에 울림을 준다. 인연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란다. 인연은 다리가 아파 주저앉았다가 물 한 모금 달라는 외침으로 이뤄지는 것이란다. <혼불>의 한 구절을 들으며, 앞으로 펼쳐질 '울'에서의 만남이 그런 경이로운 것이기를 바랐다.

허나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저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애끓는 사랑 노래를 불러야 하고, 자신의 모난 부분을 깎고 다듬어야 한다. 허브공간 팀에서 주축이 되어 활동한 이동원 교사(35세)와 권경아 씨(35세) 부부가 교육문화연구학교 첫 시간에 불렀던 영화 <원스>의 'Falling Slowly'를 애타는 마음으로 노래했다. 이어 구한글 학생(19세)과 이동원 교사는 고 신해철 씨의 '민물장어의 꿈'을 불렀다.

"더 많은 분들과 더 지속적이고 깊은 만남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준비가 덜 된 미숙한 상태로, 자신의 틀 속에 갇힌 상태로 만나는 것은 위험합니다. 자기 성찰이 있어야 우리를 새롭게할 수 있습니다. 조급하지 않고 더 경각하려고 합니다. 수많은 분들의 손길이 '울'을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작은 문을 통과해, 여러분들이 계시는 바다로 나아갑니다. 이 바다에서 저희는 더 큰 꿈을 품습니다." (구한글 학생)

"'울' 개장을 하면서 착실하게 걸어왔던 모든 걸음들이 옳은 길, 참된 길을 걷고자 해 왔던 것들입니다. 그 길을 끝까지 걸어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늘 포기하고 싶고, 나 자신을 깎아야 하는 길인데, 이 공간에서 더 힘차게 이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간절한 소망을 담아 노래했습니다." (이동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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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깎아야 하는 길을 힘차게 걷고자 하는 소망을 담아, 구한글 학생과 이동원 교사는 '민물장어의 꿈'을 노래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우리의 만남이 울리다

'아나바다·복합문화예술공간 울'에 찾아온 인원은 150명. 지난 9월 30일 '마을감사장터' 때 오셨던 마을 어르신들도 있었고, 지인의 소개로 멀리서 시간을 내어 찾아온 이도 있었다.

비산3동을 가로지르는 큰길을 글자 '울'로 디자인한 초대장을 개장식 때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초대장 뒤에는 엽서처럼 '울'에 대한 기대와 소망의 말을 적는 란을 만들었고, '울'을 찾은 이들은 이를 나누어 주었다. 박인섭 씨(31세)는 "작은 넉넉함이 우리 모두를 아우르는 '울'이 되길"이라고 했고, 안양YMCA등대생협 최미경 이사장은 "문화의 꽃을 활짝 피워 주시길"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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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산3동을 가로지르는 큰길을 글자 ‘울’로 디자인한 초대장. 뒷면에는 ‘울’에 대한 기대와 소망의 말을 적는 란을 만들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2006년도부터 현재까지 배움터경당 근처 비산초등학교 후문 건널목에서 매일 아침 교통지도를 하는 문수곤 안양시의원은 "아침 교통지도를 할 때 배움터경당 학생들이 행복한 얼굴로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해 준다. 덕분에 배움터경당 학생들과 인사를 나눈 날은 더 활기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문화와 예술이 더욱 더 숨쉬고, 이 길을 따라서 비산3동 지역 주민이 소통과 친목을 다지는 마을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축하 인사를 했다.

문 의원은 행사장에서 이렇게 오래 있어 보기는 처음인 거 같다고 했다. 의정활동을 하면 많은 행사를 다니게 되어서, 보통 20분 정도 앉아 있다가 자리를 옮기게 되는데, 한 시간 넘도록 앉아 있었다면서 개장식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개원중학교 나승표 교장은 "'울'이 따뜻한 양털의 느낌도 나고, 울 엄마나 울 아빠 할 때의 느낌도 난다. 초대장 디자인의 울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한반도의 모습이기도 한 거 같다. '울'의 걸음이 전국적인 하나의 울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개장식을 마치면서 최봉실 대표는 "'울'의 디자인을 한반도 모양이라고 해 주셔서 기쁘다. 서로 달라서 만날 수 없다는 사람들의 생각과 경계를 허무는 데 힘을 냈으면 좋겠다. 분단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한반도가, 평화로운 한반도가 되는 그날까지 '울'을 새기면서 공간들을 가꿔 나가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울'은 11월 13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평상시에는 아나바다 매장으로 운영되고, 공연을 하거나 모임을 하거나 전시를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꾸려진다. 매장을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가구와 물건을 새 걸로 장만하려 했다. 새로운 것을 사려던 고민도 잠시, 아나바다 매장의 취지를 살려서 인테리어 기본 골격 외에는 쓰던 물건, 같이 나누고자 하는 것들로 공간을 채워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증한 물건으로 공간을 꾸미겠다는 뜻을 알리자, 일산·강남·분당, 심지어는 포항에서까지 냉장고, 테이블, 쇼파, 행거 등 기증의 손길이 이어졌다. '울'은 언제든 기증을 환영한다.

'울'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마을버스 정류장 앞에 위치한다. 바로 앞 정류장은 앉아서 버스를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그래서 매장 앞 데크를 마을 주민들이 버스를 기다릴 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했고, <혼불>에 나오는 '체리암(滯離巖)'이라 이름했다. (관련 기사 : '나는 세 아이의 엄마다') <혼불>의 '체리암'은 손님이 왔다가 돌아갈 때 마지막까지 배웅을 하는 곳으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는 만남의 공간이다. '울'은 이 공간을 돈을 내야만 쉬는 공간이 아니고, 차도 마시고 책도 보고 쉬어갈 수 있는 장소로 일궈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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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바다·복합문화예술공간 울’ 개장식을 마치고 함께한 이들과 찍은 단체 사진.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덧붙이는 글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카페 바로가기(http://cafe.daum.net/kyungdang)
새들생명울배움터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https://www.facebook.com/saedeullifefence)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마을 #아나바다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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