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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화제, 가족 위해 매일 목숨 거는 남자

[미리보는 영화] 영화 <올드마린보이>가 그린 가장의 무거움... 또 다른 힐링

17.10.26 11:49최종업데이트17.10.2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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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 마린보이>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하루하루 바다로 뛰어들어 각종 해산물을 건져 올리는 '머구리'는 분명 우리에게 익숙한 직업은 아니다. 물질을 전문으로 하는 남성 다이버. 그 특별해 보이는 삶이 다큐멘터리 영화 <올드마린보이>에 담겼다.

영화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잘 알려진 진모영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에서 이미 두 노부부의 사랑으로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준 터라 관객들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전작이 삶의 끝자락에 선 사람들에 대한 애잔함으로 다가갔다면 <올드마린보이>는 보다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삶의 무게

직업만 특별한 게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박명호씨 가족도 특별하다. 탈북자로서 낯선 땅에 가족과 함께 터전을 잡아야 했던 그의 과거가 영화에 직접 묘사되진 않지만, 그의 주름과 표정들 그리고 치밀하게 가족의 미래를 구상하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다. 매번 깊은 수심을 온몸으로 이겨야 하고 잠수병을 달고 사는 그는 '당장 오늘 물에서 못나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산다.

영화는 탈북자에 방점을 찍지 않고 박명호씨의 작업 과정과 가족의 일상 대화에 무게를 둔다. 사투리와 억양만 낯설 뿐 이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여느 가족과 크게 다를 것 없다. 진로를 고민하는 자녀, 노후를 생각하는 부모. 어쩌면 현재 대한민국 대부분의 가족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화두일 것이다.

영화 <올드 마린보이>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박명호씨는 차별과 암묵적인 배제를 이미 이겨낸 사람이다. 그에게 남은 과제는 자기가 없을 때 가족이 알아서 자신의 삶을 책임지게끔 힘이 되는 것. 자신의 몸무게에 맞먹는 잠수 장비를 매일 지는 그의 모습은 생활을 위해 삶의 무게를 기꺼이 감당하는 우린 주변의 부모, 사회인들에 대한 비유다.

영화엔 어떤 극적 사건이나 극적 갈등이 등장하진 않는다. 진로 문제를 두고 두 아들과 아버지가 살짝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긴 하지만 이내 아버지는 담담히 장비를 챙겨 나간다. 또 다시 날이 밝았기 때문이다.

푸른 바다를 무대로 둔 명호씨의 삶은 고단해 보이지만 기꺼이 그 무게를 지고 이리저리 작업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일종의 연대감을 느끼게 한다. 직업과 상황은 좀 특별해도 무던히 바다로 들어가고 최선을 다해 바다를 빠져나오는 그의 모습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영화 <올드마린보이>에 감독이 투자한 촬영시간은 <님아, 그 강을...>보다 약 100시간 많다. 바닷속과 육지를 번갈아 카메라에 담으며 감독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일단 푸른 바다와 잠수사의 굵은 땀방울을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 잊고 있던 삶의 의미를 환기시킨다.

한 줄 평 : 이 시대에 맞는 진정한 힐링 다큐
평점 : ★★★☆(3.5/5)

영화 <올드마린보이> 관련 정보
연출 : 진모영 감독
출연 : 박명호, 김순희, 박철준, 박철훈
제작 : 영화사 님아
배급 : CGV 아트하우스
러닝타임 : 85분
개봉 : 2017년 11월 2일


올드마린보이 진모영 머구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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