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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확률 56.5%, 2017 LPGA는 '기승전 코리아'

[미 여자프로골프] 23개 대회에서 13승 쓸어담은 무적의 한국 여성 골퍼들

17.08.29 10:06최종업데이트17.08.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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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독주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7월 U.S. 여자 오픈 대회 우승자 박성현은 24일(이하 한국시각)부터 28일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 헌트 & 골프클럽(파71·6천419야드)에서 열린 2017 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 오픈에서 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33만7500달러의 상금을 추가한 박성현은 올해 상금 랭킹에서도 유소연을 제치고 전체1위로 등극했다.

이번 박성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LPGA 역사상 최초로 5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선수들은 미국과 유럽 선수들의 대항전이었던 솔하임컵을 제외한 올해 열린 23개의 대회에서 13번이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무려 56.5%에 해당하는 경이적인 우승확률이다.

캐나다 퍼시픽 오픈 우승으로 시즌2승을 달성한 박성현은 올해 신인상을 사실상 예약해 뒀다. ⓒ LPGA.com



LPGA투어를 빛낸 한국 선수들 

1994년 고 구옥희의 탠더드 레지스터 대회 우승으로 시작된 한국 여자 골프 LPGA 정복의 역사는 1998년 박세리의 등장과 함께 본격화됐다. LPGA 투어 참가 첫해였던 1998년 맥도널드 챔피언십과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는 그 해에만 4승을 올리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특히 US 오픈에서 양말을 벗고 직접 연못에 들어가 공을 빼내는 장면은 IMF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기도 했다.

'여제' 박세리와 '슈퍼 땅콩' 김미현으로 대표되던 한국 여자골프는 2000년대의 시작과 함께 박지은과 한희원이 등장하면서 선수층이 더욱 다양해졌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 동안 적게는 4승(2004년), 많게는 9승(2002년)을 기록하며 LPGA 투어에서 입지를 넓혀 가던 한국 여자골프는 2006년 9명의 선수가 11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며 처음으로 한 해 두 자리 수 우승 기록을 달성했다.

2008년에는 브리티시 여자 오픈을 정복하며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신지애와 LPGA투어 첫 시즌에 US오픈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박인비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메이저대회 KPMF 챔피언십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만 27세의 젊은 나이에 LPGA 역대 7번째이자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의 위상이 가장 드높게 펼쳐졌던 시기는 바로 2015년이었다. 한국 여자 선수들은 박인비가 2개의 메이저 대회를 비롯한 5개 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김세영이 시즌 3승으로 신인왕에 오르는 등 무려 15승을 합작했다. 특히 KLPGA에서 활약하던 전인지는 초청선수로 출전한 US오픈을 포함해 2015년 한 해 동안 한미일 3개국의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며 '메이저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국은 작년에도 2015년 5승을 독식했던 박인비가 부상으로 제대로 투어를 치르지 못했음에도 9승을 올리며 선전했다(하지만 박인비는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장하나가 3승, 김세영이 2승을 올리며 한국의 상승세를 주도한 가운데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무려 21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는 1978년의 낸시 로페즈 이후 38년 만에 LPGA 신인상과 최저타수상을 동시 수상한 선수가 됐다.

2017년 9명이 23개 대회에서 13승 합작, 우승 확률 56.5%

올해도 한국 여자선수들의 LPGA투어 독주체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하나가 지난 2월 ISPS 한다 호주오픈 우승을 통해 스타트를 끊은 한국은 양희영(혼다 타일랜드)에 이어 박인비가 HSBC 챔피언십에서 부활을 알리는 우승을 차지했다. 신지애, 박인비에 이어 한국 골프 역사상 3번째로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한 유소연은 시즌 첫 메이저대회였던 아나 인스피레이션 대회을 정복했다.

박세리를 시작으로 박인비(2008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까지 한국 선수들과 유난히 인연이 깊었던 US 오픈에서는 올해 '장타여왕' 박성현이 LPGA 첫 승을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장식했다. 작년 초청 선수로 참가했던 3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TOP10 안에 들며 LPGA에 입성한 박성현은 올 시즌 신인상 포인트뿐 아니라 상금 랭킹에서도 단독 1위(1,87만8615달러)에 올라 있다.

박성현의 US오픈 우승은 한국의 독주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박성현을 시작으로 김인경(마라톤클래식,브리티시 오픈), 이미향(애버틴 에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을 거쳐 다시 박성현이 캐나다 퍼시픽 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최초로 LPGA 투어 5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특히 박성현은 3라운드까지 공동 12위에 머물러 있다가 마지막 날 7언더파를 몰아치는 괴력으로 역전우승을 만들어냈다.

올해 열린 23개의 대회 중 13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은 상금 랭킹에서도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단 한 번의 컷오프도 없이 매 대회마다 꾸준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박성현과 세계랭킹 1위 유소연이 나란히 1,2위에 올라 있고 올 시즌 다승왕(3승) 김인경이 4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 상금랭킹 20위 걸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명의 선수가 포함돼 있다(이는 재미교포인 14위 다니엘 강과 15위 미쉘 위를 제외한 숫자다).

한국 선수들의 우승 소식을 워낙 자주 접하다 보니 다소 무뎌진 감이 있지만 LPGA는 전 세계 모든 여자 골프 선수들이 꿈꾸는 최고의 무대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메이저리그나 NBA, UEFA 챔피언스 리그 같은 권위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은 어느 변두리의 미미한 투어가 아닌 세계 여자골프 최고의 투어에서 역대 최초로 5연속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선수들의 우승 확률이 무려 56.5%에 달하는 가운데 올 시즌 LPGA 대회는 아직 11개나 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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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박성현 유소연 김인경 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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