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닮은 여수시의회 물난리 외유

도원지구 우수저류시설 또 속수무책... 시의원 8명 미국으로

등록 2017.08.23 09:19수정 2017.08.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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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바다가 된 여수시 안산동 도원사거리 ⓒ 독자제공


[기사 수정 : 23일 오전 9시 50분]

지난 21일 오후 9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여수 시내에 109.5mm의 집중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전남 여수 도원지구 우수저류시설(아래 도원 저류조)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여수시 침수피해 관리부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잠수함 저류조'로 전락한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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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시간당 109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전남 여수 도원지구 우수저류시설이 있는 도로가 침수피해를 입은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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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바다가된 안산동 사거리 ⓒ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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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가운데 22일 오후 피해복구 공사가 한창인 모습 ⓒ 심명남


이날 비 피해는 만조와 겹치면서 도원 저류조가 폭우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곳 안산동 도원사거리 저류조는 2012년 6월부터 2년간 153억 원을 들여 '도원지구 우수처리시설 설치' 공사를 했다. 저류 용량은 약 1만2000톤이다. 여기에 대형 배수펌프 2대와 소형 펌프 1대를 갖췄다. 하지만 해마다 내리는 폭우에 도원사거리는 속수무책으로 잠기고 있다.(관련 기사: 40분 만에 넘친 '여수 150억 저류조' 대책은?)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도원지구 우수저류시설 보완대책을 요구했지만 여수시는 침수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홍보하며 공사를 강행했다. 이후 여러차례 침수피해를 당하면서 부실공사 논란이 일었다.

작년에는 70mm의 폭우에 잠기면서 여수시의회 경제건설위원회 8명 전원이 현장실사에 착수하며 보완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헛방이었다. 시민들이 일명 '잠수함 저류조'로 힐난하는 이유다.

이곳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뭘까? 여수시와 공사업체 관계자는 처음 바닷물의 만조수위와 겹치는 40분간 버틸 수 있는 용량이면 침수피해를 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계속적인 침수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집중호우는 약 한 시간 동안 쏟아졌다. 여수시가 밝힌 도원사거리 도로침수 피해상황에 따르면 오후 9시부터 1시간 동안 내린 비는 109.9mm다. 만조시간은 오후 9시 13분이었지만 오후 10시에 저수조가 가득 찼다. 이후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저수조 물 80%를 펌핑했다. 무려 8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이런 가운데 도로에 맨홀뚜껑이 열려 굴러다녔고 노면은 수압에 못 이겨 파괴된 곳이 속출했다.

주철현 시장 "항구대책 마련하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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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시간당 109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안산동 농협주변 지하상가가 침수된 모습. 이곳은 해마다 침수피해가 일고 있다. ⓒ 독자제공


22일 오후 공사현장에서 마주친 한 주민은 "도대체 저수조 공사를 왜 한 건지 모르겠다"면서 "이렇게 돈을 쓰려면 차라리 어려운 사람들이나 도와줘라. 여수시는 저수조 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철현 여수시장은 "집중폭우로 인한 용량초과와 만조시간이 겹치면서 일어난 불가항력적인 일이지만 침수와 도로파손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라"면서 "게릴라성 폭우에 대한 도원사거리 일대의 항구적인 대책을 강구하라"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날 복개공사에서 만난 여수시청 하수도과 관계자는 "도원저류시설은 폭우시 100% 침수예방이 안 되는데 100% 예방된다는 인식이 되다 보니 좀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면서 "그래도 예전에 비해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남산동처럼 우수가 들어옴과 동시에 펌핑되는 배수펌프장이 아니고 우수를 임시로 가뒀다 펌핑하는 곳이라 100% 침수예방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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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동에서 14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엠마트 조인훈(47세)씨는 "큰비가 오면 해년마다 일 년에 몇 번씩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빠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심명남


집중호우 피해를 매년 입고 있는 상인들은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공사가 끝난 지 3년이 흘렀지만 매년 연중 한두 차례는 꼭 침수 피해를 입는다는 것.

오케이청과 이학현(30)씨는 "어제 한 시간 동안 내린 폭우로 지하상가가 발목 위까지 찼다"면서 "매년 비가 오면 침수가 된다고 들었는데 올해 이사 와서 막상 처음 당하고 보니 너무나 황당하다"라며 빠른 재발방지 대책을 주문했다.

이곳에서 14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엠마트 조인훈(47)씨는 "이곳은 공사를 하기 전과 똑같다"면서 "큰 비가 오면 일 년에 몇 번씩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저류시설에 대한 여수시의 관리부실도 지적했다.

"물이 차기 전에 물을 빼서 폭우에 대비해야 하는데 관리가 안 되고 있어요. 지난 7월 중순경 물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해서 난리가 났습니다. 이후 민원을 넣어 살수차가 며칠째 상가 앞에서 물을 뺐습니다. 매년 이러니 믿음이 안갑니다. 이젠."

119의 늦장 출동도 지적했다. 김민영(42)씨는 "도원사거리 농협 지하상가에 물이 찬다고 전화를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면서 "이미 상가에 물바다가 되어 다시금 전화를 하니 무슨 용무로 전화를 했느냐 묻더니 소방차량 10대가 딴 곳으로 갔다고 답변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시의원 8명, 8박 10일 연수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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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집중호우 당시 발빠르게 피해현장에 나타나 교통통제와 침수피해 복구에 나선 여수시 고희권 시의원의 모습 ⓒ 독자제공


한편, 시간당 109mm 이상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후 침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당 7명과 무소속 1명 등 여수시의원(정옥기, 이선효, 김양효, 박옥심, 김종길, 강재헌, 이정만, 김희숙) 8명과 여수시 공무원을 포함한 일행 12명이 22일~31일까지 일정으로 8박 10일간 미국과 캐나다 연수를 떠나 비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연수 목적은 '관광 및 MICE 산업 활성화 도출 및 관련분야 우수사례 선진지 벤치마킹'이다. 이들은 22일 오전 2시 50분 외유를 위해 집결했다.

집중호우에 발 벗고 나선 시의원도 있다. 여수시 고희권 시의원은 폭우가 내리자 발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 차량을 통제하고 침수피해 복구에 나섰다.

물난리를 겪은 피해주민들에 따르면, 고 의원은 오후 10시 10분경 도원사거리 현장에 도착해 도로가 파괴되고 물이 가득 고인 화양면 방면으로 진입하려는 차량을 막았다. 또한 부인과 함께 침수된 지하상가에 물을 퍼내고 현장에 출동한 공무원과 침수피해 복구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수 도원지구 우수저류시설 #여수시의회 #고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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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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