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순직 인정받은 아버지 "비정규직과 함께 하겠습니다"

단원고 김초원·이지혜 교사 순직 인정, 도운 시민에 감사

등록 2017.07.20 15:52수정 2017.07.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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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3개월만에 순직 인정 받은 세월호 희생 기간제교사 김초원, 이지혜 교사의 아버지가 국민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있다. ⓒ 김종훈


"그간 아파해 주시고 함께 해주신 모든 국민 여러분 정말로 고맙습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는 기자회견 내내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지난 3년 3개월 도움 주셨던 한분 한분이 떠올라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며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돌아보면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김성욱씨의 딸 김초원 교사와 단원고 2학년 7반 담임 이지혜 교사가 정부로부터 순직 인정을 받기까지는 한마디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단원교 교사 9명이 숨졌다. 이중 정규직 교사가 7명, 기간제 교사가 2명이었다. 문제는 참사 직후. 박근혜 정부는 김초원·이지혜 교사에 대해서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거부했다.

참사 당시 두  교사는 세월호 5층에 있었다. 같은 층에 머물던 화물기사들은 모두 빠져나왔다. 두 교사는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에 주저하지 않고 4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자신의 구명조끼까지 벗어준 두 교사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의 '세'자조차 싫어했으니, 인사혁신처와 교육부 공무원들이 꼼짝도 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부는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아버지들에게 '기간제 교사라 안 된다'는 법 조항만 들이밀며 두 교사의 죽음을 차별했다.

시민들은 끝까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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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씨는 딸의 순직 인정을 위해 3년 3개월을 달려왔다. 사진은 2015년 4월 4일 안산에서 광화문으로 상복을 입고 도보행진을 했을 당시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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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씨는 딸 김초원 교사의 순직 인정을 위해 전국을 누볐다. 사진은 2015년 9월 스님들과 함께 오체투지를 했을 당시다. ⓒ 이희훈


박근혜 정권이 끝끝내 외면했지만 시민들은 함께했다. 부당한 차별이 억울하고 분하다 외치는 김성욱씨를 향해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순직 인정 요구 서명판을 만들어 채워나갔다. 전국에서 30만5000여 명이 순직 요구 서명에 동참했다.

시민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거리마다 피켓을 들고 순직 인정 요구의 당위성을 알렸다. 종교계에선 오체투지까지 벌이며 생전의 신분 차별이 죽음에까지 이어져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시민들이 움직이자 결국 정치권도 화답했다. 146명의 국회의원이 두 교사의 행정소송에 힘을 보태는 탄원서를 작성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월 15일 스승의날을 맞아 두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렸다.

지난 5일 인사혁신처가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사혁신처는 지난 14일 위험직무보상심사위원회를 열고 두 교사의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했다. 가족에겐 지난 18일 최종적으로 통보됐다.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고맙다'는 말만 반복한 이유다.

김초원·이지혜 교사만 순직 인정

그러나 두 교사의 순직 인정을 뒷받침하는 공무원연금법 시행령에는 분명한 한계점도 존재한다.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2조 4항에는 '인사혁신처장이 인정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순직 처리를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바꿔말하면, 인사혁신처장의 판단에 따라 유동적으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여부가 판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이 사건을 보조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두 분 교사의 순직 인정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순직 인정의 길은 오히려 쉽지 않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충북 청주에서 폭우가 내렸을 때 침수된 도로에서 물을 빼내던 충북도로관리사업소 소속 무기계약직 박아무개씨가 작업 도중 사망했다. 공무원연금법에는 '공무원이 재난·재해현장에 투입돼 인명구조·진화·수방 또는 구난 행위 중에 사망하면 순직 공무원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이 말은 곧 무기계약직인 박씨는 공무상 재해를 당했어도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세월호 참사 당시, 김초원·이지혜 두 교사 '기간제'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던 것과 동일한 지점이다.

"비정규직 현장으로 달려간다"

이 때문에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향후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순직 인정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는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세월호 뿐 아니라 기간제교사와 비정규직 현장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혜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도 "(정부의) 시혜로 두 교사의 순직이 인정된 것은 아니었다"며 "무수히 많은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공무원 권리를 위해 더 열심히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에는 4만5000여 명의 기간제 교사들이 있다. 전체 교사의 10분의 1이 넘는 숫자다.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경우 국민들의 염원과 행동으로 정부가 순직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른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간제 교사들과 무기계약직 공무원들이 순직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개정된 시행령에는 인사혁신처장의 '특별한' 허가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순직 인정이 가능하다고 강조돼 있다.

#순직 인정 #세월호 3주기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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