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풍자' 포스터 벌금형, 포스터 경매로 갚는다

[인터뷰] 200만원 벌금 갚으려 '표현의 자유를 팝니다' 경매전 여는 이하 작가

등록 2017.06.30 16:03수정 2017.06.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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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팝니다 이하 작가 경매전 포스터 ⓒ 이하


'국가가 사랑했던 블랙리스트 화가'

대통령 풍자 화가에게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하자, 작가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경매 작품을 들고 순회전에 나선다. 그 주인공은 이하 작가다. 대표작 20점을 3세트 만들어 3군데 지역을 돌며 펼치는 '벌금 충당 경매 퍼포먼스'다.

6월 30일, 서울 우이동에 있는 이하 작가의 작업실로 갔다. 작가는 신작들을 마무리 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음은 작가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지난 5월 31일 ,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옥외광고물관리법·경범죄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하 작가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전에 전두환 포스터를 담벼락에 붙여 기소된 사건은 벌금 10만 원에 기소유예였다. 그 동안 기소를 6번 당했는데, 당시 엮은 자료집을 보면 10대 '최고의 판결, 최악의 판결' 판례집에 저의 사건 판결이 최악과 최고의 판결로 함께 올라가 있다. 비슷한 기소 사건으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판결이 나오는 걸 보면 일관성 없어 웃기지도 않는다."

벌금 확보를 위한 경매 대잔치 포스터 이하 작가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경매' 포스터 ⓒ 이하


6번의 기소, 3건의 재판, 대법에서 벌금 2백만원 확정

- 위법 사항은 어떤 것들인가?
"7가지를 병합하여 심리한 판결이었다. '세월호'와 '미친 정부', 정권'퇴진'을 풍자한 스티커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하고 이를 시킨 혐의가 위법하다고 본 판결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예술표현의 자유를 제한 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건조물 침입과 광고법, 경범죄 및 교사 죄를 적용한 것인데, 열려있는 건물 옥상에 올라갔고 옥상에 올라갈 때마다 주인의 허락을 받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나. 현실성이 없는 억지고 말이 안된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혜정 변호사가 40매에 이르는 대법원 상고장을 치밀하게 썼는 데, 기각되고 말았다."

- 변호비는 어떻게?
"(사정을 아니까) 그림으로 드린다. 한 번 할 때마다 하나씩 드리다 보니 민변 변호사님 사무실에 가면 제 그림들이 많이 걸리게 되었다."


- 주로 거리와 광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까닭은?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팔자' 같다."

- (웃음) 이하 작가에게 '예술'이란?
"자기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가 관심있는 분야를 조형으로 표현하는 게 예술이잖은가. 제 모습을 어떤 형태로 만드는 데 그대로 나오는 거다."

- 그런데 유죄 판결과 벌금형이 나왔다.
"참 심하다. 논리적으로도 모순되는 게 많다. 판사에 따라 판결이 달라진다. 최근 판결 역시 운이 고약한 판사를 만난 것으로 생각한다."

- 그동안 전국을 돌며 유랑 미술을 벌였다고 들었다.
"지난 활동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2011년 종로 일대에 '나치 이명박' 포스터 붙임
2012년 부산 시내 박근혜 포스터, 연희동 일대 전두환 포스터 붙임
2013년 서울 지하철에서 '댓글 박근혜', '종북 김정은' 포스터 나눔
2014년 팽목항 세월호 추모 포스터, '개판 박근혜' 스티커 뿌림
2015년 '퇴진' 전단지 전국에 뿌림
2016년 '이하 아트 트럭' 전국 20여 개 도시 방문, '50초 초상화' 및 퍼포먼스
2017년 '이하 아트투어' 광주, 성주 소성리, 목포신항, 봉하마을, 50초 초상화 퍼포먼스


"거리에서 발표하고 퍼포먼스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 갤러리보다 거리, 지하철, 광장에서 벌이는 전단 퍼포먼스나 포스터 작업이 많다.
"저한테는 길바닥이 갤러리다. 거리에서 만나는 다수의 대중들이 관람자다. 제가 하는 그림의 내용과 형식이 갤러리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화이트 큐브, 메이저 미술시장에 들어 가려면 그런 미술 시장 속에서 정치를 해야 하는데... 굽신거려야 하고, 요구와 주문에 맞추어야 하는 게 나와 맞지 않는다.

기존 미술계는 폐쇄적이다. 자기네들끼리 골방 같은 데서 끼리끼리 놀고 작품값을 높이기 위해 옥션을 통해 '장난'을 친다. 대중들이 모르는 게 아니다. 이런 메이저 미술 시장의 모습이 대중으로부터 미술이 멀어지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중들이 갤러리에 가 본 사람이 5%도 안 된다고 한다. 평생 안 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 만큼 대중과 갤러리가 멀다는 건데, 예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중과 가까워져야 한다. 그래서 출판 미술도 필요할 거 같아 <개발새발 예술인생 - 나는 이하입니다>(썰물과 밀물 2015)를 펴냈다. 제가 거리와 광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중과 함께하기 위해서고. 거리에서 발표하고 퍼포먼스할 때가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 단순히 거리에서 한다고 행복한 것은 아닐 것 같다.
"(행복한 건) 시민의 힘을 느낄 때와 호응을 받을 때다. 초상화를 그릴 때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 줄 때도 그렇고, 지난해 아트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경찰의 감시를 줄곧 받았다. 그러나 감시만 당한 것은 아니다. 경찰들로부터 격려와 호응도 받기도 하고, 아트 상품을 많이 사기도 했다. 이때 박근혜 정권이 공무원들 마음에서도 떠났고, 권력에서 쫒겨 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대중들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는 시대가 올거라 본다. 그렇게 가고 있다. 박근혜 같은 '못된' 정치 세력들이 결국 대중들에 의해 쫒겨나지 않았나. 그럴 수 밖에 없는 조건들이 생기고 있다. 핸드폰, 인터넷, 하이테크 기술력들이 대중들에게 주어지면서 권력이 대중들에게도 주어지고 있으니까."

샤먼 코리아 이하 작품 ⓒ 이하


'예술 표현의 자유'를 위한 지속 가능한 퍼포먼스

- 작품 제작과 작업비용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하나?
"엄청 많이 든다. '아트 트럭'은 2000만 원 들었다. 지지자들이 1만 명 정도 된다. SNS에 프로젝트를 올리면 팬들이 작품 주문을 한다. '셔먼 코리아' 작품 경우 몇 가지 버전으로 출력하여 만들었는 데 액자 없이 5만 원에 배포하여 100장 정도 팔았다. 또 따로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다."

- 지금까지 가장 높은 값에 팔린 작품은 ?
"유홍준 선생님께서 '셔먼 코리아' 큰 작품을 200만 원으로 구입하셨는데 가장 높은 값이었다. 목판화가 이철수, 좋아하는 홍성담 선생님 등 선배 작가 여러분도 기꺼이 기쁘게 구입 해주셨다."

- 문화재청장을 지내셨고, 미술평론가의 안목으로 사셨으니 이하 작가의 작품 가치를 짐작하는 데 참고가 되겠다. 그런데, 경매로 작품이 나오면 같은 작품도 그날 상황에 따라 달라 질 수 있겠다.
"그렇다. 10만 원부터 시작한다. 신청자가 없으면 유찰되기도 하고, 한 사람으로 그친다면 시작 값이 낙찰가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광주는 첫 경매 지역이라 참여가 많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데 모르겠다."

- 진행은 누가 하나?
"제가 직접 한다.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곁들여 우스개 소리도 섞어 가며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이하 아트 '표현의 자유를 팝니다' 이하 작가 경매 퍼포먼스에 전시될 아트 선물세트 ⓒ 이하


- 나름 대안으로써 유통 방식이 될 수도 있겠다. 경매는 처음인가?
"예전에 비공개로 몇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했으나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 어떤 작품들이 나오고 참가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귀여운 독재자 시리즈, 눈물 연작, 동물 시리즈, 피부 연작 등 2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다채로운 아트 상품도 종합 선물처럼 준비했다. 광주 지역 노래패들의 지원 공연도 함께한다. 벌금 마련을 위한 행사이기도 하지만 '예술 표현의 자유'를 위한 지속적인 퍼포먼스로 펼치는 일인 만큼 많은 동참을 바란다."
덧붙이는 글 '표현의 자유를 팝니다' 벌금 마련을 위한 경매 잔치.
광주 : 메이홀 -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23번길 1(남동 166-3), 2층
2017년 7월 1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문의: 아트액컬처 랑가 010-6678-6697)
 
부산 : 문화공간 MERGE
- 부산시 부산대학로 50번길 49
2017년 7월 8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서울 : 참여연대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9길 16, 참여연대 1층 까페
2017년 7월 22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문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02-723- 0666)
#이하 #표현의자유 #대통령풍자 #메이홀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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