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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전 패배는 '보약', 신태용호의 도전은 이제 시작

여러가지 약점 노출됐지만, 실망하긴 일러... 개선한다면 남은 경기 기대해볼만

17.05.27 11:35최종업데이트17.05.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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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호의 허니문은 끝났다. 기니에 이어 아르헨티나까지 잡으며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던 '신태용의 아이들'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쓴 맛을 봤다. 하지만 진정으로 4강 이상이 목표라면 대회는 이제 시작된 것과 다름없다. 신태용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26일 오후 8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한국은 후반 10분 터진 키어런 다월의 선제 득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0대1 패배를 당했다. 이승우와 백승호를 벤치에 앉히고 경기를 시작한 한국은 이전 경기들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잉글랜드에게 시종일관 휘둘렸다. 0대1 스코어가 다행일 정도로 결정적인 찬스를 상대에게 다수 내준 한국이었다. 송범근 골키퍼의 맹활약이 없었다면 더 큰 점수 차이로 패배했을 가능성이 큰 경기였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잉글랜드에게 조 1위 자리를 내주고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됐다. 아쉬운 결과다. 조 1위로 진출하면 16강 상대가 C·D·E조의 3위 중 한 팀과 만날 수 있었지만, 조 2위로 올라감에 따라 C조 2위와 맞붙게 됐다. C조 2위는 포르투갈과 이란이 유력하다. 포르투갈은 우승 경쟁에 다크호스로 불릴 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이고, 이란은 언제 만나든 껄끄러운 상대다. 첫 번째 고비를 만난 신태용호다.

결과보다 '내용' 중요했던 잉글랜드전, 산적한 과제

사실 잉글랜드전은 결과보다 내용이 중요한 경기였다. 팀의 중심인 이승우와 백승호가 선발 출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이 얼마큼 경기를 이끌어 가느냐를 점검해보는 자리였다. 잉글랜드전에 새롭게 시도한 3-5-2 전술도 중요 체크 대상이었다.

문제는 점검에 나섰던 모든 부분이 불만족스러웠다는 점이다. 먼저 신태용 감독이 선택한 3-5-2 전술은 다소 허술했다. 3-5-2 포메이션에 대한 준비와 선수들의 이해도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양 쪽 윙백에 배치된 이유현과 우찬양의 위치가 애매했다. 활발하긴 했지만 공수 모두에서 합격점을 주긴 어려웠다.

이유현과 우찬양 개인의 문제라기 보단 구조의 문제였다. 윙백이 오버래핑을 했을 때 발생하는 빈 공간을 스토퍼(쓰리백 중 가운데를 제외한 선수) 혹은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으로 메워줬어야 했지만 부족했다. 한국의 스토퍼들의 발이 비교적 느린 점이 뼈아팠다. 스토퍼들은 상대의 발 빠른 공격수를 견제하기 위해 내려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중앙 미드필더들은 윙백이 비운 자리를 커버하면 중원에서의 밀도가 떨어졌다.

결국 연쇄작용으로 한국은 90분 내내 상대의 빠른 역습에 고전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압박을 통해 상대 공격의 시발점을 원천 봉쇄해야 했지만, 밀도가 떨어지다 보니 잉글랜드 미드필더들의 개인 전술에 자주 당했다. 윙백이 수비로 돌아오지 못한 측면 지역은 계속해서 넓은 공간을 상대에게 허용했다. 결국 상대의 측면 공격에 수차례 찬스를 내준 끝에 실점을 허용한 한국이다.

잉글랜드전 3-5-2 전술은 신태용 감독의 실험이었다. 실패했기에 16강부터는 크게 활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술보다 잉글랜드전에서 노출한 가장 큰 문제점은 여전히 중원의 힘이 약하다는 점이다.

승리에 의해 가려진 경향이 크지만 신태용호의 중원은 지난 두 경기 통해 대표팀의 약점처럼 여겨졌다. 그래도 중앙 미드필더의 핵심인 한찬희가 부상에서 복귀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 예상이 됐다.

그러나 한찬희에 복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원에는 의문 부호가 남겨졌다. 한찬희가 복귀했지만 중원에서의 경쟁력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큰 기대를 모았던 한찬희는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공을 쉽게 잃었고 수비 장면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못했다. K리그에서 유사시에 최전방 공격수를 볼 정도로 특출난 공격력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잉글랜드전에서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미드필더 임민혁의 플레이도 아쉬웠다. 가장 공을 기술적으로 다뤘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에는 고전했다. 특히 몸싸움에서 상대에게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 경기에서 모두 중원이 흔들렸다는 것은 좋은 소식은 아니다. 중원이 허술할수록 측면 선수들의 부담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측면 자원들은 순간적인 장면에서 에너지를 집중해야 되지만, 중원의 밀도가 떨어지면 측면 자원들은 체력을 중원 싸움에 상당 부분 할애해야 한다. 기니전 이승우의 근육 경련을 단순히 '헌신'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해결 가능한 '약점들'

다소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실망은 커녕 오히려 패배를 감사히 여겨야 한다. 패배를 통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약점을 다수 발견한 점이 긍정적이다. 16강이 목표가 아니라면 이날의 패배는 쓰디쓴 보약으로 여길 만하다.

약점을 노출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현재 신태용호가 노출한 약점은 대부분 16강전부터 해결이 가능한 약점들이다. 쓰리백에서 나타난 구조적 약점은 기니전에 성공한 포백으로 전환하면 당장 해결이 가능하다. 포백도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풀백들이 전진을 자제하면 중앙 미드필더들이 중원에 머무는 시간이 다소 길어져 중원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잉글랜드전에서 노출한 넓은 측면 뒷공간과 허술한 중원 밀도는 해결이 가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16강부터 선발 복귀로 복귀할 이승우와 백승호의 존재감이 결정적이다. 두 선수의 복귀는 한국이 잉글랜드전에 노출한 문제점 중 다수를 단번에 해결할 만하다. 먼저 백승호는 측면에 배치되지만 중원 지역에서도 영향력이 큰 선수다. 중원에서 공을 전방으로 연결해주고 드리블을 통해 상대의 압박을 뚫고 나온다. 한찬희만 제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한국의 중원은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백승호가 중원을 강하게 만든다면 이승우는 신태용호의 공격을 강하게 만든다. 이승우는 상대 수비수는 물론이고 미드필더들이 가장 경계하는 선수다. 상대는 이승우를 막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즉, 이승우를 향한 견제가 많을수록 다른 선수들은 좀 더 여유로운 공간을 부여받게 된다.

이승우를 향한 수비 집중으로 인해 미드필드진은 다소 넓은 공간에서 공을 다루면서 양질의 패스를 공격수들에게 제공할 수 있고, 공격진들은 벌어진 수비 공간을 파고든다. 최전방 공격수 조영욱이 이승우와 같이 뛸 때 더욱 위협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잉글랜드와 경기에서 이승우의 이런 능력은 증명됐다. 후반 초중반에 투입된 이승우는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투입과 동시에 남다른 퍼포먼스로 공격을 주도했다. 첫 터치만에 상대의 옐로우 카드를 이끌어냈다. 측면 공격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이승우의 과감한 전진 드리블에 잉글랜드 수비진은 뒷걸음을 쳤다. 선제 실점 후 잉글랜드로 완전히 넘어갈 뻔한 분위기를 이승우가 되찾았다.     

대회는 사실상 이제 시작이다. 24개국이 참가하는 대회에서 개최국인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할 것이라 예상하긴 어려웠다. 뛰어난 경기력과 아르헨티나전 승리 등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만족하긴 이르다. 신태용 감독을 비롯해 대표팀 선수들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패배는 곧 탈락이다. 진정으로 4강 혹은 그 이상의 성과를 원한다면 잉글랜드전에서 미리 노출한 약점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잉글랜드전을 통해 '한계'를 경험한 신태용호가 어떤 방식으로 '한계'를 넘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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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잉글랜드전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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