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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러 가기 전, 꼭 봐야 할 '대통령' 다큐멘터리

[당신이 놓친 다큐] < EBS 다큐프라임 > 대통령은 누구인가?

17.05.04 11:04최종업데이트17.07.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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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맞이해 EBS 다큐프라임이 준비한 카드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을 만들어낸 나라 미국의 초대 대통령 탄생 과정과 45번째 대통령을 뽑는 대선 과정을 통해 '대통령'의 의미를 돌아보는 다큐멘터리가 지난 1일과 2일 방송됐다. 말 그대로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취하는 '온고지신'이 아닐까?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독립된 국가로서 '대통령 중심제'를 45번이나 수행해 온 과정은 그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가 들썩이는 대선 과정에서 복기해볼 만한 문제다. 누구를 뽑느냐 이전에 대통령을 뽑는다는 행위 자체로서의 정치적 의미, 그 본질을 짚어보는 과정으로서 <EBS 다큐프라임> '대통령은 누구인가'는 유의미하다.

ⓒ EBS


대통령은 미국 독립 투쟁의 산물

5월 1일 방영된 <다큐프라임-대통령은 누구인가> 1부 '미스터 프레지던트, 대통령의 탄생'은 지난한 미국 독립투쟁사의 과정을 나열한다. 당시 미 대륙과 유럽 사이의 대서양을 건너는 것은 오늘날 아프리카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듯 목숨을 건 여정이었다. 그 생사를 오간 여정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낙원이 아닌 극심한 추위, 죽은 동료의 시체를 먹는 풍습이 생길 정도의 굶주림, 인디언의 무자비한 공격이었다. 그런 역경을 뚫고 차츰 미 대륙에 자리를 잡아가던 이주민들,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자신들을 영국민이라 생각했다.

그 상황을 악화시킨건 본국이었다. 18세기 무모한 식민지 전쟁으로 인한 국부의 피폐함을 식민지, 그 중에서 경제적 안정을 일구어 가는 미 대륙으로 부터 징수하고자 한 본국 정부는 사탕, 종이 등에 관세를 부여했고, 이런 본국과 식민지 미 대륙의 갈등은 '보스턴 차 사건'을 계기로 학살과 무장 투쟁으로 국면을 전환하며 '독립'을 향해 나아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역사 교과서에서 배운 사실들이 아니다. 그 행간을 채운 사람들이다. 본국의 무자비한 관세에 대하여 '내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며 투쟁했던 버지니아의 패트릭 헨리를 비롯하여, '대표없이 관세없다'며 영국 상품 불매 운동을 시작으로 독립 전쟁을 이끈 새뮤얼 애덤스, 샘 콕까지. 이들의 중단없는 저항의 과정이 독립 전쟁이고, 그 결실이 바로 독립이자, 그 결과물이 대통령이란 미국의 새로운 제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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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년 낭독된 독립 선언서, 그로부터 미국의 헌법이 만들어지기까지 11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미국은 새로운 정치 체제와 관련해 치열하게 논쟁했다. 무엇보다 영국의 국왕제와 다른 새로운 제도를 원했다. 무엇보다 시민 투쟁의 결과물인만큼, 평등한 시민의 권리가 담겨있는  제도라야 했다. 그래서 그 결과 대통령이 탄생했다.

당시 '프레지던트'는 지역단체, 위원회, 대학 총장 등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란 뜻이었다. 무엇보다 너무 큰 권력을 휘두를 것을 우려해 처음에는 3명의 대통령까지 고려했다니, 격세지감이다. 이들은 한 명의 대통령을 두는 대신 의회와 법원의 삼권 분립 제도를 철저히 해, 권력의 집중을 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상원과 하원으로 분리된 의회와 법원, 연방 정부라는 분립된 국가 권력이라는 제도적 안전 장치가 그의 독주를 막아낼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 보험 제도를 통과시키기 위해 거친 지난한 의회 설득 과정처럼 말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통령은 각하가 아닌 '미스터 프레지던트'다.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전권을 행사하는 독점 권력이 아니다. 세계 최초로 왕정제와는 다른 권력 체제를 탄생시킨 미국. 이들은 첫 대통령으로 조지 워싱턴을 뽑았고, 워싱턴은 재선 이후 스스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루어 낸다. 그는 군주가 아닌 국민의 동의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는 대통령 제도를 완성시켰다.

국민이 국가를 만든다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절대적 표수로 보면 힐러리가 트럼프를 이겼다. 하지만 미국 대선의 승자는 트럼프였다. 왜 다수의 득표를 하고도 힐러리는 트럼프에게 진 걸까? 이기고도 지는 선거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다큐프라임> '대통령은 누구인가?' 2부에서 바라본 미 대선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미 대선 과정은 자신을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한바탕 축제 같다. 그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슬로건을 스스로 만들어 걸고, 자원 유세에 나선다. 집집마다 찾아다니기도 한다. 갖가지 방식으로 유세 과정에 참여한다. 미국의 공공 정치 참여 비율은 28%이다. 겨우 28%? 이 비율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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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만난 노년의 자원봉사자가 초등학생 어린이들과 논쟁을 벌인다. 우리 식의 훈계와 대꾸가 아니다. 아이들은 어른에게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어른은 경청한다. 어른들은 그렇게 정치에 관심을 가져주는 아이들이 고맙단다. 선거 과정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쉽다. 어른들은 아이와 함께 풋볼 시합에 가듯 선거 과정을 함께 한다. 아이들도 당당하게 말한다.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도대체 어린 시절부터의 이런 당당한 참여는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미국의 선거는 '즐기는' 과정이다. 선거 후 정치 보복을 두려워해야 하는 사생결단의 과정이 아니다. 물론 자신의 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비난도 한다. 하지만 그조차도 과정의 일부다. 우리는 간혹 투표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정치적 행위라 자조적으로 말하지만, 미국에서 선거는 투표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 과정의 한 매듭에 불과하다.

그 해답은 시민 권리에 대한 교육에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은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 배운다. 국민의 권리와 투표에 대해 토론한다. 우리 식으로 외워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다. 너희는 학생이지만 국민이기도 하다고 선생님은 강조한다. 스스로 학생 헌법을 '제정'해보기도 한다. 교실은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현장이다.

특정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교육이 아니다.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저소득층 지역을 중심으로 각 학교마다 이루어진다. 국민의 권리는 참여로부터 시작되고, 더 나은 시민으로 깨어있기 위해 이는 당연한 권리라는 의식은 미국 사회 전반을 지배한다.

이러한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변화의 과정이자, 결과물이 대통령 선거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나라의 미래와 방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실천한다. 시민들의 평등한 권리로서의 국가, 그 전제가 되는 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잘 교육받고 그에 대해 제대로 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이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경구가 한국과 달리 미국으로 가면 풀뿌리 민주주의 교육의 경구로 변화된다고 한다. 평등한 시민들의 권리로서의 대통령, 과연 5월 9일 우리가 뽑으려고 하는 대통령도 그런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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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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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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