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과 걱정까지도 푸른 파도에 실려 보낼 수 있을까?

[다낭여행1] 낮 다르고 밤 다른 베트남 다낭의 아름다운 미케해변

등록 2017.04.13 11:27수정 2017.04.13 11:28
0
원고료로 응원
베트남 다낭하면 빼내놓을 수 없는 명소가 있습니다. 바로 미케해변입니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미케해변은 베트남 다낭직할시를 소위 '새롭게 뜨는 관광지'로 만들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베트남 다낭에 있는 미케해변의 아름다운 모습 ⓒ 전갑남


미케해변은 미국의 유명한 출판지인 <포브스>에 의해 '세계 6대 해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20km가 넘는 긴 백사장과 아름다운 해변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합니다.


원초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미케해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지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미케해변의 첫인상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바닷가'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쪽빛 바다의 미케해변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 전갑남


미케해변의 한낮 ⓒ 전갑남


맑은 하늘 아래,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바다, 파도에 부서지는 하얀 포말이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미케해변은 원초적인 모습 그대로입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백사장은 말 그대로 환상적입니다. 쭉쭉 뻗은 야자수, 야자수잎을 엮어 만든 지붕의 비치파라솔도 이색적인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붐빌 것 같은 한낮의 미케해변은 의외로 한가합니다. 유럽 관광객들이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 간혹 눈에 띕니다. 햇볕을 좋아하는 유럽인들이 따가운 일광욕을 즐기기에 최고일 듯싶습니다.


야자수 그늘막 아래 일광욕을 즐기는 관광객들. 미케해변은 의외로 한낮은 한산하였습니다. ⓒ 전갑남


우리 일행은 파도 가까이 다가가기로 했습니다.

손에 신발을 들고 모래밭을 밟는 일행이 손짓을 합니다.

"신발을 벗고 모래를 밟아 봐요! 따뜻하고 너무 부드럽네요."

아내와 나도 신발을 벗었습니다. 바짓가랑이도 올렸습니다. 모래밭을 걷는 촉감이 부드럽습니다. 발가락에 닿는 느낌이 따뜻합니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발바닥에 닿으니 발 마사지를 받는 것 같습니다.

팔짝팔짝 뛰어가던 아내가 모래밭에 핀 색다른 꽃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여기 바닷가에 웬 나팔꽃이 피었어요!"
"무슨 나팔꽃?"
"이거 나팔꽃 아니고, 뭐예요?"
"그러게. 나팔꽃과 비슷하네!"

모래밭에 무더기로 자라면서 꽃을 피워 낸 나팔꽃 모양의 덩굴식물. ⓒ 전갑남


강렬한 햇살 아래 꽃을 피운 모래밭 덩굴식물이 참 신기합니다. 나팔꽃 같기도 메꽃 같기도 합니다. 잎줄기 겨드랑이에 듬성듬성 꽃이 피었습니다. 나팔모양의 짙은 분홍꽃잎 색깔이 참 예쁩니다. 

아내가 줄기를 걷어 올려봅니다.

"고구마밭에서 어쩌다 피는 고구마꽃과도 비슷해! 고구마 종류인가?"

줄기를 뻗은 덩굴식물의 모양새가 고구마와 비슷해 보이긴 하는데, 잎이 다르고 줄기도 많이 다릅니다. 더욱이 모래밭에 고구마를 심을 리는 만무하고요.

나중에 알아보니 우리나라 남부 갯가에서 볼 수 있는 갯메꽃과 같은 종류인데, '미국나팔꽃속'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아무튼 바다 모래밭에 자생하는 생명력이 신기합니다.

맨발로 바닷물을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고운 모래가 부드럽습니다. ⓒ 전갑남


잔잔하게 출렁이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시원합니다. 바닷물이 와 닿는 모래밭은 딱딱하여 걷기에 편합니다.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가슴에 닿으니 뜨거운 한낮의 열기는 멀리 달아납니다.

한낮과는 달리 밤에 모습을 바꾼 해변

미케해변은 오후 들어 해가 어둑어둑해지자 한낮과는 딴판으로 변했습니다. 해가 숨은 하늘에는 하얀 달이 두둥실 떴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많은 인파가 바닷가로 나와 열대의 열기를 식히고 있습니다. ⓒ 전갑남


해맑은 웃음으로 바닷가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 전갑남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 숨어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로 몰려나왔습니다. 한가한 낮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열대야를 피해 강가로 몰려나오는 우리네 한여름이 연상됩니다. 천혜의 자연이 준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곳 다낭 시민들이 부럽습니다.

바닷가에 몰려든 수많은 인파가 파도와 함께 출렁입니다. 밝고 순수한 미소를 담은 사람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합니다. 젊음과 낭만이 넘쳐납니다. 바다는 젊은이만의 차지가 아닙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여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식힙니다.

한적한 곳에 자리 잡아 깊은 명상에 빠져있는 사람이 눈에 띕니다.

"저분 좀 봐! 가부좌를 틀고 참선을 하시나 봐?"

시끌벅적한 모래밭에서 한 남성이 미동도 없이 명상 중입니다. 런닝 셔츠의 가벼운 옷차림에 가부좌를 틀었습니다. 사찰에서 참선을 하는 스님의 자세와 영락없이 똑같습니다.

한 남성이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긴 모습이 너무도 진지하였습니다. ⓒ 전갑남


지그시 눈을 감고 무아지경에 빠진 모습은 너무 진지합니다. 수련을 하는 스님 같지는 않은데, 숙연한 자세에서 어떤 경건함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우리는 범상치 않은 모습을 뒤로 하고 꽤나 오래 걸었습니다. 가던 길을 돌아오는데, 좀 전에 만난 그분의 명상 수련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흐트러짐 없는 꼿꼿한 자세 그대로입니다.

시끄러운 소음과 현란한 불빛 아래 명상을 통해 무슨 깨달음을 얻으려는 걸까?

아내가 곁을 지나면서 작은 목소리로 내게 묻습니다.

"저분, 철썩철썩 부딪치는 파도소리에 마음으로 겪는 온갖 시름과 걱정을 실어 보내려는 것은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네!"

나도 천천히 걸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아름다운 미케해변의 출렁대는 파도소리에 기쁘고 좋은 일들이 우리에게 실려 오기를...

아내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걱정과 시름도 푸른 바다에 떨쳐내길 소망했습니다. ⓒ 전갑남


#베트남 #다낭 #미케해변 #갯메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모임서 눈총 받던 우리 부부, 요즘엔 '인싸' 됐습니다
  2. 2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3. 3 카페 문 닫는 이상순, 언론도 외면한 제주도 '연세'의 실체
  4. 4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5. 5 윤 대통령 한 마디에 허망하게 끝나버린 '2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