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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전쟁 속,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났다

[리뷰] 보수적인 시대 속, 억척스럽게 꽃 피고야 만 장미처럼... 영화 <로즈>

17.04.14 18:22최종업데이트17.04.1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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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Xoo엔터테인먼트


다니엘 루이스, 나탈리 포트먼, 제이크 질렌할, 토비 맥과이어, 레이철 와이즈, 나오미 왓츠, 다니엘 크레이그 등을 쟁쟁한 스타덤에 앉히고, <나의 왼발>(1989) <아버지의 이름으로>(1993) <더 복서>(1997)로 아카데미상에 6번이나 노미네이트된 인물 묘사의 대가로 정평이 나 있는 짐 셰리든 감독의 새 영화 <로즈>(2017)가 지난 6일 공개되었다.

"내 이름은 로즈 맥널티. 나는 내 아기를 죽이지 않았다"라는 '로즈'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로즈>는 2차 세계대전 중 아일랜드 아름다운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주인공 '로즈'(루니 마라)의 사랑과 삶을 다룬 멜로 영화다. 2012년 개봉한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로 제84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은 후, <캐롤>로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루니 마라가 용감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로즈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을 연기한다.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운명적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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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는 1942년 아일랜드는 2차 세계대전 중, 영국과의 갈등이 팽배해져 한 층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전쟁을 피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온 로즈는 여성에게 억압적인 마을에서 자유롭게 살아간다. 그의 아름다운 미모와 당당함에 매혹된 남자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그녀를 유혹한다.

그러나 로즈는 영국인 공군 장교 마이클(잭 레이너 분)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곤트 신부의 질투와 마을 사람들의 질시로 병으로 취급받아 자신의 아이를 낳자마자 죽였다는 혐의까지 더 해져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정신병원에서의 감금 생활 50여 년이 흐른 어느 날, 노년의 로즈(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병원의 이전에 따라 수용 여부를 재심받게 되고, 그녀의 재심사 담당자로 정신과 의사 그린 박사(애락 바나)가 병원을 찾아와 감춰진 그녀의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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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찾은 정신과 의사 그린 박사(에릭 바나)에게 로즈는 그동안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성경책의 여백에 수십 년간 빼곡히 적어 내려간 일기를 보여주고 비밀로 감춰뒀던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린 박사는 로즈의 드라마틱한 삶의 스토리를 하나씩 알게 되고 마침내 아무도 몰랐던 50년 만의 그녀의 비밀이 드러난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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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는 1942년과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는데, 회상 속의 1942년대 주인공 로즈와 현재의 정신병원에 감금된 노년의 로즈 이야기를 번갈아 교차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젊은 시절의 로즈는 루니 마라가, 노년의 로즈는 실제 나이 80세인 <모건>(1967), <맨발의 이사도라>(1970)로 제19회, 제22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두 번 거머쥐었던 배우 버네사 레드그레이브가 50년 동안 한 곳에 감금생활을 하는 로즈를 연기한다.

영화는 한 명이지만 두 배우가 연기하는 로즈는 확연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나 의상이나 몸짓 등으로 같은 로즈임을 관객이 느끼게 한다. 젊은 로즈는 그 시대의 부조리함을 모두 짊어진 인물이고, 노년의 로즈는 그 시대의 암울함을 고발하고 아직도 진실을 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질타하고 숨겨진 비극적인 진실에 이르게 하는 역을 해낸다.

노년의 로즈를 연기 한 버네사 레드그레이브는 "나는 로즈 인생의 끝부분을 연기하고, 내 인생도 끝을 향해 가고 있으니 내 인생 끝까지 로즈와 함께 할 것 같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한다.

아일랜드의 유명 작가 시배스천 배리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로즈>는 로즈의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 전쟁과 겹친 아일랜드와 영국의 갈등, 그리고 로즈를 감금으로 몰고 간 시대적 배경을 다룬 역사 드라마이기도 하다.

시대와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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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는 여성에게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선택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세상에 맞섰던 '로즈(루니 마라)'의 삶을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풍광 속에서 미스터리 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려 감동을 준다.

로즈에 대한 사랑, 집착으로 그녀의 삶 도처에 은밀하게 그림자처럼 등장하는, 관능적인 매력을 뿜어내며 로즈의 비극적인 삶을 주도하는 인물 곤트 신부(테오 제임스)의 연기도 볼만하다.

짐 셰리든 감독은 <나의 왼발>(1989) <아버지의 이름으로>(1993) <더 복서>(1997)로 아카데미상에 6번이나 지명되었으며, 탁월한 인물 묘사로 한 여성의 비극적인 삶과 사랑을 보여줘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곳곳에 "사람들은 병에 걸렸어요. 진실을 못 보는 병", "사랑의 눈으로만 진실을 볼 수 있어요" 등의 대사는 원작이 가진 아름다움을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

짐 셰리든 감독은 보수적인 시대를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주인공 로즈가 외부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 그녀를 둘러싼 세속적인 인물들과의 관계, 충격적인 진실까지도 아름답게 완성했다. 예상치 못한 진실과 마지막 반전으로 감동을 극대화한다.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산속 오두막, 하얀 바닷가,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 아름다운 로즈의 의상,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숲과 나무들, 이 모두가 로즈의 아름답고 처절한 사랑을 돋보이게 한다. 지난 12일 개봉했다.

로즈 루니 마라 짐 쉐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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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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