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추친하는 반계 분교... 폐교활용의 '좋은 예' 될까?

지난 2월 폐교된 반계 분교, 학교역사박물관으로 추진 계획

등록 2017.04.06 09:09수정 2017.04.0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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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폐교된 장곡초등학교 반계 분교의 모습이다. ⓒ 이재환


지금으로부터 대략 50여 전 년 전. 고덕면 상장리에서 한내(고덕)까지 가는 대략 4km 정도이다. 당시의 아이들은 면 소재지에 있는 고덕초등학교까지 십 리가 넘는 거리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어서 등하교했다. 여름 장마철에는 아이들은 줄지어 다리도 없는 강을 맨발로 건너기도 했다. 누가 봐도 아찔한 장면이다.

이를 보다 못한 충남 예산군 고덕면 상장리 주민들은 마을에 초등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예산군청과 교육청 등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관료들을 설득했다. 일부 주민은 학교를 세우는 데 자신의 토지를 기꺼이 내놓기도 했다.

상장초등학교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1968년 9월 개교했다. 하지만 이 학교는 개교 25년 만인 지난 1993년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 절차를 밟았다. 학교 터는 이후 민간에 매각처리 되어 현재 공장이 들어선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 상장초등학교 졸업생 최아무개씨는 "지금이라면 학교 부지가 민간 사업자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았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설립된 학교가 헐리고, 부지가 공장으로 전락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최씨처럼 폐교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과 기억을 가진 경우는 흔하다.   

더 이상 '막무가내' 매각은 없다

하지만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인 농촌 마을에서 학교가 폐교되는 것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문제는 폐교 이후 학교와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있다. 최근 홍성군 장곡면에 살고 있는 김오경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인근에 있던 장곡초등학교 반계분교가 지난 2월 28일부로 폐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혹시라도 학교가 그대로 방치되다가 민간에 팔려 공장이나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홍성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홍성군의 경우 지난 1992년 학계 초등학교가 폐교된 이후, 광천의 광신초등학교와 장곡면의 장곡초등학교 오서 분교와 반계 분교까지 모두 8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물론 최근에는 폐교가 된다고 해서 즉각 공장부지와 같은 산업  용도로 매각되는 경우는 없다. 이와 관련해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폐교가 될 경우 교육청이 우선적으로 자체 활용 방안을 검토한다"며 "이후 시군청과 같은 지방 자치단체에게도 학교 매입을 권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조차 매입할 수 없는 경우에만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민간매각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할 경우 매각 절차를 미루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홍성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은 학교를 마을 공동체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 부지를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기관에 매각할 경우 그나마 주민들의 반대가 덜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폐교를 마냥 방치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해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폐교를 매각하지 않고 유지할 경우 보안 장비와 청소인력 등이 필요하다. 유지비는 년간 500~6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며 "폐교가 늘어날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계분교 학교역사박물관으로 활용계획, 폐교 활용 대안 될까 

결과적으로 폐교 활용방안은 교육청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5일, 충남도교육청과 홍성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장곡초등학교 반계 분교의 경우 '학교역사박물관'으로 꾸며질 계획이다. 물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얼마 전 폐교가 된 반계 분교를 학교역사박물관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해당 부서에서 관련 업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박물관에는 충남도내 폐교에서 가져온 각종 물건들이 보관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폐교의 간판이나 사진 및 학교에서 쓰였던 각종 집기들과 심지어 학생들의 학적부와 같은 기록물 등을 한데 모아 박물관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오경씨는 "반계분교가 버려져 방치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라며 "학교역사박물관으로 의미 있게 활용된다면 당연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김오경 씨의 말처럼 반계 분교의 학교역사박물관 추진이 폐교 활용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계분교 #장곡 #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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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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