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 향기를 드립니다

세월호 유족과 촛불시민들에게

등록 2017.03.27 11:28수정 2017.03.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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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 향기 냉이꽃 향기에 취하다 ⓒ 최종수


냉이꽃 향기를 보냅니다


사랑도 깊어지면 호수가 될까. 옥빛 호수 옥정호에는 그리운 형님이 살고 계신다. 고향을 호수에 묻고서 이주한 골짜기에서도 다 떠나고 달랑 외딴집으로 살고 있다. 7년 동안 키운 블루베리 나무 여섯 그루를 캐서 트럭에 실고 간다. 추어탕 김밥 샌드위치를 챙겨서 달려간다.

옥정호 머리맡에 심은 고추밭에서 지주대와 고추대 뽑기 일손을 돕는다. 허리가 휘청거린다. 잠시 올려다보는 하늘은 파랗다. 고추대 뽑다가 발아래 냉이꽃에 화들짝 놀랐다. 냉잇국을 좋아하는 누님이 떠올랐다.

한봉 벌통에 둘러싸인 외딴집 텃밭에서 누님과 냉이를 깼다. "봄처녀가 따로 없네요." "하하하" 도란도란 이야기꽃도 향기롭다. 손으로 뽑은 냉이가 두 손 가득 찼다. 앙증맞은 꽃들은 은하수 별빛을 담았다. 냉이꽃 향기는 어떨까.

한 뿌리 한 뿌리 냉이가 부케가 되자, 누구에게 이 꽃을 선물할까. 탄핵으로 사드로 지친 촛불 시민들이 떠올랐다. 좋은 음식만 보아도 떠오르던, 하늘로 가신 어머니처럼 떠오르는 세월호 엄마들. 두 손 가득 안은 냉이꽃이 눈물꽃처럼 아른거린다.

세월호 아이들 서러운 눈망울처럼 눈부신 냉이꽃 
미수습자 엄마들 눈에 고인 피눈물,
두 눈에 맺히는 이슬
부끄러워 하늘을 본다
세월호 유족들 염원이 하늘에 다다르길 간절히 두 손 모은다
첨부파일 냉이꽃.jpg
#봄처녀 #세월호 #촛불 #미수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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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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