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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작은 거인 사익스, 제 2의 조 잭슨 되나?

[프로농구] KGC상승세 이끄는 전천후 외국인 가드

17.03.14 16:27최종업데이트17.03.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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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GC 인삼공사의 에이스는 단연 단신 외국인가드 키퍼 사익스(사진 오른쪽)다. ⓒ KGC 인삼공사


최근 프로농구에서 안양 KGC 인삼공사의 기세가 무섭다. KGC는 지난주 있었던 3경기에서 전승을 달성하는 등 시즌 성적 34승 15패로 1위에 올라있다. 2위 고양 오리온을 2경기 차로 따돌리는 등 서서히 선두 굳히기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KGC의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당장의 성적도 좋지만 경기가 거듭될수록 조직력이 더 탄탄해지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토종 주포 이정현(30·191cm)의 득점력이 꾸준한 가운데 오세근(30·200cm), 데이비드 사이먼(35·204㎝)의 '트윈타워'가 갈수록 높이를 더하고 있으며 양희종(33·194cm) 등 베테랑들의 노련미도 빛나고 있다. 백업 멤버들 역시 풍부한 만큼 내·외곽의 밸런스가 타팀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상승세에 가장 크게 불을 붙여주고 있는 선봉장은 단연 외국인가드 키퍼 사익스(24·178cm)다. 신장은 작지만 폭발적 운동 능력과 1번 특유의 센스를 바탕으로 상대 앞선을 그야말로 융단폭격하고 있다.

시즌 초중반까지만 해도 다른 포지션에 비해 앞선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KGC이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 반대가 됐다. 사익스의 존재로 인해 KGC를 상대하는 팀들은 앞선수비가 가장 부담스러워진 상태다.

득점, 게임리딩, 패싱까지… 전천후 가드로 거듭난 사익스

현재 사익스의 플레이는 그야말로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현란한 드리블과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장신 숲을 뚫고 골밑을 파고들어 드라이브인을 성공시키는가하면 상대 수비가 돌파에 신경을 쓴다 싶으면 3점, 미들 등 외곽슛으로 허를 찔러버린다. 골 결정력이 매우 좋아졌는지라 최근 10경기에서 20득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정현 외에 내외곽을 오가며 고득점을 올려줄 선수가 부족했던 KGC 입장에서는 가뭄 속 단비다. 이정현은 부담을 덜었고 상대팀들은 수비가 더욱 어려워졌다.

1번을 맡고 있는 선수답게 사익스는 고득점을 올리면서도 결코 독불장군처럼 혼자 플레이하지 않는다. 갈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있는지라 빠르게 돌파를 하면서도 양사이드에 있는 동료들을 놓치지 않으며 리바운드를 잡으면 지체 없이 달리고 있는 동료들에게 정확하게 택배 패스를 건네준다. 사익스의 패싱 능력이 좋아지면서 KGC 전체적인 외곽슛, 속공이 살아나고 있는 이유다.

사익스는 이른바 팀 내 분위기를 뜨겁게 달굴 수 있는 '쇼타임 가드'다. 신장은 작지만 자유자재로 덩크슛을 작렬할 수 있다. 속공 상황에서의 스피드를 살린 덩크는 물론 빈틈이 발견되면 원핸드, 투핸드는 물론 백덩크까지 거침없이 작렬시킨다.

손쉽게 덩크슛을 즐기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탄력이 매우 좋아 높은 타점에서 슛을 구사하는지라 작은 신장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비시에도 볼의 흐름을 잘 읽는 플레이로 많은 가로채기를 기록하고 있다. 그야말로 공수에서 약점이 없는 완전체 1번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사익스가 시즌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 정도로 잘해줄 것으로 기대한 팬들은 많지 않았다. 좀처럼 팀에 적응을 못하며 공수에서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고 이에 교체 얘기까지 수시로 흘러나왔던 이른바 '미운 오리새끼'였기 때문이다.

KGC는 지난 시즌 포워드 군단을 살리고자 슈터 스타일의 마리오 리틀(30·190cm)과 함께 했다. 화력은 좋았지만 리틀이 워낙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통에 시너지 효과가 적었다. 이에 김승기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는 2라운드 2순위로 1번형 사익스를 뽑았다.

하지만 사익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포스트에 힘을 보태줄 수 있는 포워드형 외국인선수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팀 내부에서도 대놓고 외국인교체를 시도하는 등 많은 움직임이 있어왔다.

우여곡절 끝에 김 감독은 사익스를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고 출장시간을 대폭 늘려줬다. 그리고 이는 '신의 한수'가 됐다. 절치부심한 사익스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어느덧 이정현, 오세근, 사이먼 이상 가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젊은 선수가 자신감을 얻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몸소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러한 사이먼의 모습은 흡사 지난 시즌 고양 오리온의 우승을 이끈 조 잭슨(25·180㎝)을 연상케 한다. 잭슨 역시 시즌 중반까지는 장신 군단 오리온에서 출장시간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후반에 접어들어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하자 단숨에 에이스급으로 발돋움한 바 있다.

잭슨은 폭발적인 돌파와 외곽포로 상대수비를 찢어내고 흔들어 버렸다. 여러 명이 자신에게 달라붙어 미스매치가 생겨나거나 빈 공간이 보이면 패스도 잘 넣어줬다. 오리온 포워드진이 무서운 것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잭슨이 선두에서 돌격대장 역할을 해줬던지라 상대 팀들의 탄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는 우승이라는 훌륭한 결과물로 연결됐다.

오리온 잭슨이 그랬듯 KGC 사익스 역시 막판 상승세를 몰아 팀을 우승까지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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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사익스 178단신 KGC 인삼공사 단신외국인가드 단신 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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