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페르시아 문명 답사...열흘로는 어림도 없다

[이란 역사문화기행 ②] 답사 돌아보기

등록 2017.03.09 13:29수정 2017.03.0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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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직항노선이 개설되길 희망하면서...

야즈드의 조장(鳥葬)터 '침묵의 탑' ⓒ 이상기


이란으로 가는 비행기는 현재 직항이 없다. 한 때 대한항공이 테헤란까지 직항노선을 운행했지만, 미국의 대 이란제제로 인해 이미 오래 전에 끊겼다. 지금은 카타르의 도하, 태국의 방콕, 중국의 북경에서 환승해 이란으로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그 중 태국의 방콕을 거쳐 테헤란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방콕에서 대기시간이 1시간 40분밖에 되질 않아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오전 9시 35분 비행기여서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하는 어려움은 있다. 그러나 저녁 7시 35분에 테헤란에 도착해 하루를 편히 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 일정은 11일이지만, 가는 날 오는 날 이틀을 빼면 순수 문명답사는 9일이다. 9일 동안 이란 페르시아 문명을 살펴본다는 것은 넌센스다. 관광안내서를 보면 이란 관광을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놓았다.

첫째가 '클래식 이란'이라는 2주일짜리 일정이다. 이란 역사의 핵심지역만을 보는 가장 보편적인 일정이다. 테헤란에서 출발해 이란 중부의 이스파한(Isfahan)과 야즈드(Yazd)를 거쳐 쉬라즈까지 내려가는 코스다. 이번 우리의 이란 페르시아 문명답사도 큰 틀로는 이 일정을 따르고 있다.

초가잔빌의 지구라트 ⓒ 이상기


두 번째가 '터키에서 파키스탄까지'라는 한 달짜리 일정이다. 터키와의 국경 가까이 있는 마쿠(Maku)에서 파키스탄 국경 가까이 있는 미르자베(Mirzaveh)까지 북서에서 남동으로 내려가는 코스다. 무려 4420㎞나 되는 대장정으로, 이란의 역사와 문화의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긴 일정이다. 이처럼 여행 일정이 2주 또는 한 달로 짜여진 것은 관광비자가 15일짜리와 30일짜리 두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가 18일짜리 이란 서부 여행이다. 테헤란에서 시작해 서북쪽의 타브리즈(Tabriz)로 올라간 다음 자그로스(Zagros) 산맥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온다. 중간에 하마단(Hamadan)과 케르만샤(Kermanshah)를 거쳐 가장 남쪽의 슈쉬(Shush)와 초가잔빌(Choqa Zanbil)까지 답사하게 된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수사(Susa)의 페르시아 궁전 유적과 초가잔빌의 지구라트를 여행할 수 있었다. 수사는 슈쉬의 옛 이름이고, 지구라트(Ziggurat)는 피라미드식 신전 건축으로 기원전 13세기 엘람시대 문화유산이다.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영묘 ⓒ 이상기


네 번째가 테헤란에서 마슈하드(Mashhad)까지 이어지는 10일짜리 종교순례 일정이다. 마슈하드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이란의 시아파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최고의 성지다. 그것은 마슈하드에 시아파 8대 이맘인 레자(Imam Reza)의 영묘(靈廟)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영묘는 신성한 무덤과 사원을 말한다. 이 코스는 알부르즈(Alborz) 산맥을 따라 동서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연경관도 훌륭한 편이다. 이 일정의 마지막은 아프카니스탄 국경 토르바테 잠(Torbat-e Jam)에서 끝난다.

마지막 다섯 번째가 사막 투어다. <천일야화>에 나오는 오아시스 마을을 체험하고 싶다면 이 코스를 여행해보는 것이 좋다. 이스파한을 출발해 나인(Na'in)과 야즈드를 거쳐 케르만(Kerman)과 칼루츠(Kaluts)까지 이어진다.

야즈드는 도시 이름 자체가 신성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케르만은 케르만주의 주도로 양탄자(Carpet)가 유명하다. 칼루츠에서는 사막의 모래성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야즈드와 나인을 답사할 수 있었다.  

테헤란을 중심으로 한 이란 현대사

카자르시대 골레스탄 궁전 ⓒ 이상기


우리 답사 프로그램의 제목은 이란 페르시아 문명답사다. 고대 페르시아 문명에서부터 현대 이란까지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상 중요지점을 방문해 문화유산을 살펴보는 답사로 이루어져 있다.

여행이기보다는 답사라는 말이 더 적당하다. 그것은 역사와 문화의 현장과 박물관 답사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란 페르시아 문명답사는 테헤란에서 시작해 역사의 현장을 한 바퀴 돈 다음 테헤란에서 끝난다.

첫날 테헤란에서 하루를 지내며 현대 이란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예정이다. 현대라고 하면 테헤란을 수도로 삼은 카자르(Qajar) 왕국 때부터 잡는 게 좋은 것 같다. 카자르 왕국은 1794년 모하마드 한 카자르(Mohammad Khan Qajar)가 잔드(Zand) 왕조를 무너뜨리고 테헤란을 수도로 세운 현대 왕조다. 국가의 공식 명칭은 숭고한 이란국(Sublime State of Iran, دولت علیّه ایران)이다.

아자디 타워 ⓒ 이상기


카자르 왕국은 1921년 ‎페르시아 코사크 기병대장 레자 한(Reza Khan)의 쿠데타로 무너졌다. 1925년 레자 한은 카자르 왕국의 마지막 왕 아마드 샤(Ahmad Shah)를 폐위시키고, 자신이 왕이 되어 팔레비(Pahlavi) 왕조를 열었다.

팔레비 왕조는 1941년 레자의 아들인 무하마드(Muhammad)에게 계승되었고,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막을 내렸다. 그 후 이란은 이맘 호메이니(Imam Khomeini)가 실권을 행사하는 신정국가로 바뀌게 되었다. 1979년 4월 1일 이란은 이란 이슬람공화국(Islamic Republic of Iran, جمهوری اسلامی ایران)이 된다.

첫째 날 우리는 팔레비 왕조의 궁전이었던 사드 아바드 궁전(Sa'd Abad Complex)과 니야바란 궁전(Niyavaran Palace)을 보았다. 그리고 고대부터 사산제국까지 문화유산이 전시되어 있는 이란 국립박물관을 살펴보았다.

카자르 왕국의 궁전이었던 골레스탄궁(Golestan Palace)은 마지막 날 테헤란으로 돌아와서 방문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아자디(Azadi) 타워를 보고 이란 남서부 페르시아 걸프에 인접해 있는 아바즈(Ahvaz)로 날아간다.

학술답사로 이루어진 프로그램

수사의 고대 유적 다리우스 궁전 채색 타일 프리즈 ⓒ 이상기


둘째 날은 이란의 고대유산을 살펴보았다. 수사에 있는 엘람 시대부터 페르시아 시대까지 문화유산을 찾아보았다. 그것은 초가잔빌의 지구라트와 수사의 고대유적 그리고 다니엘(Daniel) 영묘다.

셋째 날은 쉬라즈로 이동하면서 사산제국의 유적인 비샤푸르(Bishapur)를 살펴보았다. 비샤푸르 그곳은 샤푸르(Shapur) 황제의 흔적이 남아있는 궁전이자 신전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샤푸르 황제의 궁전터, 물의 신전, 마애 부조 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넷째 날 답사는 하루 종일 쉬라즈에서 이루어졌다. 쉬라즈는 파르스(Fars)주의 주도로 학문과 예술의 도시였고, 1750년부터 50년 동안 잔드 왕조의 수도였다. 그러므로 시내를 중심으로 근현대 문화유산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는 그 중 카림 한(Karim Khan) 궁전, 나란제스탄(Naranjestan) 궁전, 허페즈와 사디(Saadi) 영묘, 바킬(Vakil) 바자르, 이맘자데(Imamzadeh) 사원, 핑크 모스크 등을 살펴보았다. 이들은 모두 시내에 위치하고 있어 하루에 충분히 살펴볼 수 있다.

페르세폴리스의 상징 '만국의 문' ⓒ 이상기


다섯째 날에는 쉬라즈를 떠나 야즈드로 향하면서 페르시아 제국으로 알려진 아케메네스 제국의 유적을 찾아다녔다. 쉬라즈를 떠나면서 꾸란(Quran) 게이트를 보고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페르세폴리스를 살펴보았다.

페르세폴리스는 그리스어로 페르시아의 도시라는 뜻이다. 페르세폴리스에서 북서쪽으로 12㎞ 떨어진 곳에는 페르세폴리스와 대비되는 개념인 네크로폴리스(Necropolis)가 있다. 낙쉐로스탐(Naqsh-e Rostam)으로 불리는 이곳엔 페르시아 왕들의 영묘가 절벽 위에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다시 북동쪽으로 58㎞ 떨어진 곳에 파사르가데가 있다. 파사르가데는 키루스 황제의 궁전과 영묘가 있는 곳으로 무르갑(Murghab) 평원에 자리 잡고 있다. 파사르가데의 키루스 영묘는 현재까지도 거의 완벽한 상태로 남아 있다.

독일의 문화예술 평론가 빙켈만(J. J. Winckelmann)이 고전주의 이상으로 여긴 '고귀한 단순(Edle Einfalt)'과 '조용한 위대(Stllle Größe)'를 이 영묘에서 느낄 수 있다. 궁전은 폐허가 되었지만, 그 위대한 역사를 보여주는 데 손색이 없다.

돌라트 아바드 정원 ⓒ 이상기


여섯째 날 답사는 야즈드와 나인에서 이루어졌다. 야즈드는 이슬람교뿐 아니라 조로아스터교의 성지다. 자메 마스지드가 유명하고, 조로아스터교 불의 사원이 유명하다. 시 외곽에는 조장(鳥葬)터인 침묵의 탑(Tower of Silence)이 있다.

이곳에서 만난 돌라트 아바드 정원(Dolat Abad Garden)은 카림 한의 별장으로 1750년 만들어졌다. 이 정원은 잔드 왕조시대 대표적인 정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다.

나인은 정말 시골의 조그만 도시다. 그러나 10/11세기에 건설된 자메 마스지드가 있다. 이 사원의 특징은 이완(Iwan)이 네 개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완은 중앙의 알현실로 이어지는 높은 아치 형태의 문을 말한다.

나인에서 우리는 민속박물관을 보고 폐허가 된 나린 성채(Narin Castle)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서 나인을 떠난 우리는 2시간 이상을 달려 이스파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에 가기 전 우리는 하주(Khaju) 다리의 야경을 잠깐 살펴보았다.

이스파한의 이맘 마스지드 ⓒ 이상기


일곱째 날 일정은 이스파한 문화유산 답사다. 이스파한은 시내에 볼거리가 너무 많아 하루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많은 일정을 하루에 소화했다. 그 때문에 시 남쪽의 아르메니아 지구에 있는 기독교 반크(Vank) 대성당은 보질 못했다.

이스파한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는 체헬소툰(Chehel Sotun) 궁전, 이맘광장 주변 문화유산과 바자르, 자메 마스지드, 시오세 다리가 있다. 체헬소툰 궁전은 40개의 기둥이 있는 궁전을 말한다. 이맘광장 주변에는 알리 카프(Ali Qapu) 궁전, 이맘 마스지드, 쉐이크 로트폴라(Sheikh Lotfollah)  마스지드가 있다. 

여덟째 날 답사지는 아비아네(Abyaneh)와 카샨(Kashan)이다. 아비아네는 사막 속 오아시스 마을이고, 카샨은 고대 시알크(Syalk) 문명 유적이 있는 유서 깊은 도시다. 아비바네는 해발 2100m의 고산지대에 있으며, 붉은 벽돌로 지은 전통가옥이 특징이다.

2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조로아스터교의 전통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카샨에서 우리는 역사적인 건축인 부르제르디(Buroujerdi) 저택, 카자르 시대의 대표적인 정원 핀 가든(Fin Garden)을 살펴보았다.

페르시아 카펫 ⓒ 이상기


마지막 아홉째 날 우리는 테헤란으로 돌아와 카자르 시대의 궁전인 골레스탄궁을 살펴보았다. 골레스탄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골레스탄궁 주변에는 그랜드 바자르가 있어, 그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이란에서의 마지막 쇼핑을 즐겼다.

그리고 첫째 날 보지 못한 박물관인 카펫 박물관과 유리 도자기박물관을 보았다. 카펫은 이란의 문화와 전통, 수공예기술을 아는데 정말 중요하다. 그것은 카펫에도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이다. 유리와 도자기는 인류의 문명교류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유물이어서 꼭 방문할 필요가 있다.   ‎

나에게 있어 최고의 문화유산은?

페르세폴리스 전경 ⓒ 이상기


이번 페르시아 문명답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화유산은 초가잔빌의 지구라트와 페르세폴리스의 아케메네스 궁전 그리고 이스파한의 이맘광장이다. 지구라트는 처음 보는 종교유적이어서 그렇고, 페르세폴리스는 웅장함과 정교함 때문에 감동을 받았다.

이스파한은 그들의 표현대로 세계의 진주로 불린다. 이맘광장 주변에 궁전, 마스지드, 바자르가 함께 있어, 이곳이 한때 정치와 경제 그리고 종교의 중심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답사 둘째 날 찾아간 초가잔빌의 지구라트는 우리가 묵었던 후제스탄(Khujestan)주 수도 아바즈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져 있다. 1961년부터 10년간 초가잔빌 지역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이 진행되었고, 핵심유산인 지구라트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지구라트는 엘람시대 최고의 신 인슈쉬나크(Inshushinak)에게 봉헌된 신전이다. 중동지역에 남아있는 지구라트 중 가장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

이맘광장 야경: 왼쪽이 이맘 마스지드, 오른쪽이 알리 카프 궁전 ⓒ 이상기


페르세폴리스는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제국의 위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라흐메트(Rahmet)산 서쪽에 만들어진 의전용 궁전으로 면적이 12만5000㎡에 달한다. 알렉산더 대제에 의해 파괴되었지만, 남아있는 유물만으로도 페르시아 제국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다.

만국의 문, 사자의 몸에 독수리 머리를 한 그리핀, 아파다나궁전의 조공행렬 부조, 황소를 공격하는 사자 부조 등은 조각예술의 정수다. 그리핀은 땅과 공중을 지키는 동물의 왕으로 페르세폴리스를 보호해 준다. 페르세폴리스 역시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맘광장은 문화유산적 가치도 대단하지만, 밤에 가면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다. 특히 비가 온 다음이라면 궁전과 마스지드 그리고 바자르의 반영을 볼 수 있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돔과 미나렛이 어우러진 이맘 마스지드, 돔만으로 그 특징을 보여주는 로트폴라 마스지드, 벽돌과 목조건축이 잘 어우러진 알리 카프 궁전 등은 전혀 다른 실루엣을 보여준다. 조용하고 차분한 밤 넓은 광장을 독차지하는 것도 또 하나의 추억이다.  
#테헤란 #수사와 초가잔빌 #쉬라즈와 페르세폴리스 #야즈드와 나인 #이스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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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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