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부부가 사는 요양원에 가봤더니...

[탐방취재] 지역 실버타운 신풍요양원...믿고 맡겨도 좋은 이곳, 안전에 청결까지

등록 2017.03.08 14:01수정 2017.03.0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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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신풍역 맞은편에 위치한 신풍요양원의 모습 ⓒ 심명남


"추억은 그리움이다. 어릴적 그리움은 오래도록 남는다."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요양원 취재를 마치고 느낀 소감이다. 고독사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그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8일 노인복지시설인 전남 여수 '신풍요양원'을 찾았다. 작년에 문을 연 이곳은 대지 900평에 건평 290평 규모로 수용인원 29인으로 허가가 났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는 이곳은 현재 16명의 어르신들이 복지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치매환자가 대부분이고 드물게 당뇨와 심장질환 환자도 있었다.

슬리퍼 없는 요양시설, 왜일까?

신풍요양원 노경숙(50세) 사회복지사의 모습 ⓒ 심명남


요양원 입구에 들어갔다. 문 앞에서 실내화를 찾았더니 이곳 관계자는 "슬리퍼나 실내화가 없다"고 말했다. 왜냐고 묻자 "어르신들이 양말로 다니는데 일반인들이 슬리퍼나 실내화를 신는 건 안 맞다"면서 "방문자는 미안하지만 어르신들과 똑같이 규정에 따라 달라"고 말했다. 처음엔 이해가 안갔지만 시설을 둘러본 후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치고 꽤 괜찮아 보였다. 이곳 요양시설이 색다른 이유다.

요양보호시설은 요양보호사들이 얼마나 어르신들을 잘 케어하느냐에 따라서 그 이미지가 달라진다. 이곳에 종사하는 한 요양사는 "우리 시설은 29인 시설치고 활동공간이 넓고 시설이 깨끗한 것이 자랑이다"면서 "단지 찾아오는 길이 좀 불편하다"고 일러줬다.


신풍역 맞은 편에 위치한 신풍요양원은 여수공항을 조금 지나 맞은편 마을에 위치한다. 하지만 진입이 불가해 1.5km를 더 지나 신산마을에서 유턴해 와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다. 시설 앞 신호등에서 비보호 좌회전이 생기면 좋을 듯싶다.

한 요양전문가에 따르면 "3~4시간 재가서비스를 받아도 홀로계신 노인들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치매 환자들은 인지능력이 없어 아무 곳에나 용변을 봐서 냄새가 심하기 때문에 케어가 필요한데 요양서비스를 받으면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틈을 통해본 치매부부의 방안에는 할머니 옆으로 남편의 침대가 약간 보인다 ⓒ 심명남


요양원은 한때 어르신들에게 '현대판 고려장'이라 여겨지던 시절도 있다. 신풍요양원 노경숙(50세) 사회복지사는 "요즘 세대는 요양원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지만 우리 어머니 세대는 아직도 요양원에 가는 것 자체가 나를 버린다는 고려장에 비유한다"면서 "그 세대는 아직도 인식의 경계점이 뚜렷하지만 요양시설에 들어오면 수준 높은 복지서비스를 받들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곳은 부부전용실도 있다. 부부가 치매를 앓고 있는데 할아버지에 비해 할머니가 더 심해 남편이 아내를 잘 챙겨 준다. 늙어서도 함께 요양원에서 노후를 보내는 모습이 이채롭다. 취재를 요청하자 이곳 관계자는 두분의 프라아버시를 위해 취재는 어렵다고 거절했다. 목욕탕은 방처럼 훈훈함이 느껴졌다.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 때문이다. 식당은 어르신들이 몰래 들어가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 전자키로 항상 잠근채 유지되고 있었다.

누워만 있던 어머니 걷게 한 효자 오병삼씨

누워만 있던 어머니를 걷게한 아들 오병삼씨가 어머니를 운동시키는 모습 ⓒ 심명남


취재 중 복도에서 운동을 시키고 있는 한 모자를 만났다. 김정일(82세)어르신은 처음 이곳에 올 때는 걷지도 못했다. 그런데 산단 일용직에 근무하는 아들이 매일 와서 운동을 시켜 지금은 건강이 좋아졌다. 둘째 아들 오병삼(56세)씨의 말이다.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뇌혈관성 치매가 왔는데 요양전문병원에 있다 작년 11월 담낭이 썩어 병원에서 수술을 했습니다. 요양병원에 있을 때는 신경안정제를 맞아 항상 누워만 계셨는데 이곳에 오니 그 약을 안 드시고 매일 운동을 시켰더니 잘 걸고 생기가 있어 좋습니다."

오씨는 어머니와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에 대해 "학창시절 집안이 어려웠는데 제가 형에게 물려 입던 교복을 새것으로 사달라고 떼를 썼더니 새 교복을 사주시던 당시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라고 회상했다.

요양원에서 만난 김옥희(53세)씨가 엄마를 보살피고 있다 ⓒ 심명남


또 김수덕(83세) 할머니는 당뇨합병증에 허리협착증을 앓고 있다. 딸 김옥희(53세)씨는 "엄마가 광주 오빠 집에 살다 그쪽 요양원에서 모셨더니 버려졌다는 생각에 많이 힘들어 하신것 같아 저희 집에 모셨다가 이곳에 오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집에 있을 때는 갈등도 많았다. 딸은 엄마가 많이 걸으면 건강이 좋아질 것 같아 자주 운동을 시켰다. 욕심이 앞서다 보니 좀 더 걷자고 자주 싸워 힘들었다. 하지만 기력이 약한 엄마 맘을 이해하는데 역부족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 노인 전문교육을 받은 시설에 맡기게 됐다.

9년 경력 요양보호사 김순옥씨는 "어르신들은 말 한마디라도 불안하지 않게 안정감을 줘야한다"면서 "평생 힘들게 살아왔는데 노후에 저리 망가졌나 보다 싶어 앞으로 우리일이라 생각하면 슬퍼진다. 하지만 어르신들을 깨끗이 씻겨 기뻐하는 모습을 볼때면 내가 이길을 잘 택했다는 생각을 가진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풍요양원 #치매 #고독사 #복지서비스 #재가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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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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