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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하우스>의 부활, 취지는 좋지만 글쎄...?

[TV리뷰] MBC <신동엽의 러브하우스>의 적통 계승한 JTBC <내집이 나타났다>

17.02.04 16:09최종업데이트17.02.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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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첫 방영한 JTBC <내집이 나타났다>. 한때 유행했던 공익 예능의 계보를 잇고 있다. ⓒ JTBC


2000년대 초,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신동엽의 러브하우스>(아래 <러브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기 좋게 집을 고쳐주던 공익성 강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지금도 각종 TV 프로그램을 통해 <러브하우스>의 메인 테마곡을 심상치 않게 들을 정도니, 당시 <러브하우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러브하우스>의 대성공 이후 한동안 주춤하던 집방예능은 최근 들어 tvN <렛미홈> <내방의 품격>,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 등을 통해 부활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 모두 <러브하우스>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내방의 품격> <헌집줄게 새집다오>는 인테리어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인테리어 노하우(<내방의 품격>)를 배우거나 스타들의 셀프 인테리어 시공기(<헌집줄게 새집다오>)를 다룬다는 점에 있어서 <러브하우스>와 완전히 성격을 달리한다.

그나마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의뢰인의 집을 고쳐주는 <렛미홈>이 <러브하우스>와 비슷한 면모를 가졌다고 볼 수 있겠는데, <러브하우스>에서 느꼈던 감동을 재현하기보다 의뢰인을 비추는 자극적인 사연과 표현이 난무했던 STORY ON <렛미인>의 '집방버전'에 가까워 보였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 JTBC


그에 반해 지난 3일 첫 방영한 JTBC <내집이 나타났다>는 <러브하우스>의 기획의도와 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적자로 설명할 수 있겠다. <러브하우스>의 재림을 보는 것 같은 <내집이 나타났다>는 요즘 예능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착함'을 지향한다. 독설의 대가 이경규가 진행을 맡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만큼은 상대방을 배려하며 말을 아끼는 이경규의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러브하우스>가 그랬듯이, <내집이 나타났다>을 통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게 되는 이들은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다. 지난 3일 첫 방송에서 대상자로 등장한 가족들은 100년 이상 된 허름한 넝마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데, 한눈에 봐도 집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보는 이의 탄식을 자아낸다.

형편상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없는 이들 가족을 위해, <내집이 나타났다>는 그림 같은 집을 선물하며 <러브하우스>의 감동과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편히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을 사는 시청자들은 <러브하우스>가 인기리에 방영하던 2000년대 초처럼 좋은 기획의도와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무작정 감탄을 보내지 않는다.

'양심냉장고'로 대중문화계에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경규가 간다>을 시작으로 <러브하우스> <느낌표>까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은 공익예능이 각광받던 시대였다. 교양(공익)과 예능의 결합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시절 공익예능이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1997년 IMF 위기 도래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전 시대가 지향했던 성장 중심 가치관에 벗어나 이웃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나눔의 정서가 조금씩 퍼져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익 예능도 더는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고, 이명박-박근혜 집권 이후 대다수 서민의 삶은 다시금 팍팍 해졌다. 시대 정서가 달라진 만큼, TV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의 시선도 2000년대 그 시절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집이 나타났다>는 마치 신동엽이 진행하던 <러브하우스>를 다시 보는 기분이다. <러브하우스>와 구체적으로 비교했을 때, <내집이 나타났다>만이 가진 특색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첫 회 권상우 출연을 시작으로 한지민, 김종국, 주상욱 등 스타 게스트들이 사연자를 위해 공간을 직접 설계, 디자인하거나 소품을 제작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허나 매주 스타가 출연한다는 점을 제외하곤, 2017년에 방영하는 <내집이 나타났다>가 2000년부터 방영하여 2002년 막을 내린 <러브하우스>보다 예능적 재미와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서 어떤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줬는지 의문이다. 차라리 한 가족을 위해 크고 럭셔리한 집을 지어주기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2000년대 초 방영하던 <러브하우스>와 비슷한 모습으로 시청자들 곁에 나타난 <내집이 나타났다>가 낯설게 다가온다.

<러브하우스>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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