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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판 타이타닉?' 분투한 제니퍼 로렌스, 아쉬웠던 <패신저스>

[미리보는 영화] 멜로와 판타지 사이에서 중심을 잃다

16.12.27 20:27최종업데이트16.12.2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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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신저스>의 포스터. 기대한 것에 비하면 결과물이 아쉽다. ⓒ UPI코리아


120년의 우주여행, 그것도 초호화 우주선에서 단둘이 보내는 수많은 나날이라니. 게다가 그 주체가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이라니. 이 몇 가지 사실만으로 영화 <패신저스>는 관객을 유혹하기 충분한 작품이다.

여러 자료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지 않은 것 중 가장 매력적인 시나리오'라는 문구처럼 <패신저스>의 이야기 자체가 지닌 매력은 꽤 커 보였다. 포화 상태가 된 지구를 떠나기로 한 5000여 명의 이주여행자의 사연 하나하나가 궁금했고, 이를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도 국내외 영화관계자들의 관심사였다.

오는 1월 4일 국내 개봉에 앞서 지난 26일 언론에 선 공개된 <패신저스>는 큰 기대에 비했을 때 딱 기본만큼만 치고 빠진 작품이라 평할 만했다. 거대 우주선의 화려한 공간과 인물이 처하는 위기 속에서도 처절하게 아름다운 배경들. 딱 거기까지다.

기대했다 그래서 더 아쉽다

그래서 더 아쉽다. 우주선의 작은 결함으로 예상치 않게 먼저 잠에서 깬 짐(크리스 프랫 분)이 1년여간 외로움에 떨고 지쳐 또 다른 승객 오로라(제니퍼 로렌스 분)를 깨웠을 때 느꼈을 복잡다단한 감정까진 좋았다. <패신저스>가 택할 수 있는 여러 갈래의 선택 중 멜로 장르로서의 추진력이 담보되는 순간이었으며 동시에 홀로 남은 인간이 처절하게 품었을 존재론적 고민 역시 확장될 수 있었으니.

너무 큰 걸 기대했을까. 오로라가 깨어나기 직전까지 그 가능성을 언뜻 보이던 영화는 혼자가 둘이 된 순간 그 모든 상황이 예상 가능한 쪽으로 흐른다. 서로를 발견한 각 단독자가 사랑에 빠지고, 초반에 깔아놓은 갈등의 요소가 중반 정도에 폭발하는 식이다. 그와 함께 제시된 우주선의 이상 징후로 큰 위기가 올 거라는 사실 또한 예견할 수 있다. 이를 모르는 건 관객을 제외한 짐과 오로라뿐이다.

장르적으로 <패신저스>는 재난과 멜로의 장점을 모두 가져갈 수 있었다. 표면적으로 영화는 그 두 지점에 모두 발을 걸치지만 호기로움에 비해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는 감동이 덜한 게 사실이다. 가족과 친구, 모든 기반을 포기한 채 우주여행을 떠난 이들의 사연이 대사를 통해 전달은 되지만 마음을 때리지 못하는데 아무래도 본질보단 시각 효과 등에 너무 집중한 결과가 아닐까 의심된다.

북미 시사 이후 현지 언론으로부터 '우주판<타이타닉>' 등의 찬사를 받긴 했지만,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킬지 미지수다. 바다 위에서 목숨 다해 사랑한 <타이타닉>은 온 배경과 캐릭터들이 진실한 사랑을 향해 내달렸으며, 미국 패권주의라 비판받았을지언정 오락영화로 나름의 장점이 있는 <아마겟돈> 부류의 영화는 재난영화 공식을 영리하게 수행한다. 게다가 최근 <인터스텔라> <마션> 등은 과학 이론을 토대로 우주 미아에 대한 상상 가능 영역을 충실하게 표현하지 않았나.

선택의 순간, 선택하지 않다

영화 <패신저스>의 한 장면.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 하필이면 '악수'였다. ⓒ UPI코리아


<패신저스>는 선택했어야 했다. 오락성과 작품성이 비례하지 않으며, 장르의 복합이 능사는 아니라는 학습효과는 이미 할리우드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혼합할 게 아니라 치고 나갔어야 한다. 젠더 논쟁에서 제니퍼 로렌스라는 배우가 지닌 이미지는 가히 절대적임을 명민하게 인식했다면 이 영화는 더욱 전위적으로 나가야 했다. 게다가 크리스 프랫 역시 특유의 편안한 연기로 충분히 훌륭한 짝이 될 수 있었다. 마초적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스타일리시 하지도 않다.

소시민적 영웅과 젠더의 영웅을 데리고 하향 평준화 시켜버린 건 결국 상상력의 부족과 기획력의 한계 때문은 아닐지.


한 줄 평 : 야심차게 우주로 떠났지만 돌아온 건 볼거리 뿐
평 점 : ★★☆(2.5/5)

영화 <패신저스> 관련 정보
연출: 모튼 틸덤
각본: 존 스파이츠
출연: 제니퍼 로렌스, 크리스 프랫 등
수입 및 배급: UPI 코리아
런닝타임: 116분
북미개봉: 12월 21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국내개봉: 2017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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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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