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형이 미국으로 떠난 사이, 아버지가 죽었다... 형은 오지 않았다

[한뼘리뷰] 어머니의 꿈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들, 인도 영화 <움리카>

16.12.23 16:43최종업데이트16.12.23 16:43
원고료로 응원

<움리카> 속에 등장하는 이 공동체의 모습은 마치 예전 우리네 마을의 풍경 같다. ⓒ SAMOSA STORIES


인도영화라고 하면 조건반사처럼 발리우드 영화 특징을 떠올리게 된다. 노래와 춤이 넘쳐나고, 그것이 때로는 인터미션 역할을 하며 이야기 진행까지 멈추고 그 자체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물론 발리우드 스타일에 적응하기 전까지 필자는 그런 장면을 보면서 생뚱맞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지금은 발리우드 영화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처럼 온전히 그 순간을 즐기게 됐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영화 <움리카>(Umrika, 2015)는 스타일에서 일반적인 발리우드 영화와 거리가 있는 인도영화다. 세상에, 음악은 배경음악으로서 기능할 뿐이고 춤 장면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인도영화라니! 솔직히 말하면, 영화를 보면서 이쯤이면 나오겠지, 바로 지금이 나올 타이밍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던 순간이 여러 차례였다.

때는 인도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던 1975년, 영화는 산골 마을 소년 라마의 형이 기회의 땅 움리카로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머니가 유일한 자랑거리로 여기는 형은 늦된 아이 라마에게도 동경의 대상. 그 후 형은 간간이 집으로 편지를 보내오는데, 그때마다 편지에 있는 움리카 이야기와 사진 등은 라마와 그의 가족뿐 아니라 온 동네 사람들에게 큰 화젯거리가 된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소년 라마는 청년이 됐는데,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형의 편지도 끊기게 된다. 라마는 실의에 빠진 어머니를 위해 형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리듬이었다. 이를테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장면과 장면을 이어 붙이는 편집 방식 등에서 생경함을 느낀 것인데, 특히 영화 시작부터 라마의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대목에서 그런 면모가 두드러졌다. 즉 이 영화와 비교하면, 한국영화와 발리우드 영화와 할리우드영화는 상대적으로 같은 리듬으로 구성돼 있단 얘기다.

이처럼 리듬이 다르면 영화는 새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새로움은 관객이 영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그것이 끝내 잊을 수 없는 체험으로 이어지려면 독특한 리듬뿐만 아니라 영화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에서도 그만한 완성도가 따라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 영화는 그런 기대에 부응할 만하다고 본다.

미국에서 온 편지 한 통이 마을 전체의 화제가 되었던 그 때. ⓒ SAMOSA STORIES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새로움이 아닌 익숙함에서 나온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국제시장>을 떠올렸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큰 사랑을 쏟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영화가 그런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주인공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유사함을 느낀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어머니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들 이야기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똑같이 현대사의 여러 국면을 언급하면서도 이 영화는, 그것들이 주인공의 행로에 큰 영향을 주는 <국제시장>과 달리 그저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로 등장할 뿐이다. 또 윤제균 감독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기 위해 작정하고 사용한 신파극의 요소를 이 영화 연출자 프라샨트 나이르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것 말고도 한국인이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있는 요인은 또 있다. 영화가 소재로 삼고 있는 '아메리칸 드림'이나, 시대를 상징하는 풍경들이 근대화 이전 그리고 근대화 단계에 있던 한국의 그것과 똑 닮았기 때문이다. 달구지, 천막 극장, 마을에 하나뿐인 TV,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꼬방동네 모습 등 한국의 옛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처럼 영화는 관객에게 공통의 기억을 확인시켜주기도 하고, 세계인들이 별반 다르지 않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은연중 깨닫게도 해준다. 그만큼 공감이란 인간에게 중요한 것이고, 많은 경우 영화라는 매체가 뜻한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 적절히 활용해야 할 장치이기도 하다.

새로운 인도영화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 근대 인도의 생활상을 엿보고 싶은 사람, 가족의 가치를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영화 제목 '움리카'는 아메리카의 인도식 발음으로 보면 된다.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다.

영화 <움리카>의 포스터. 새로운 형태의 발리우드 영화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 SAMOSA STORIES



움리카 인도영화 프라샨트나이르 넷플릭스 선댄스영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