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이렇게 억울해하는 청와대 처음 봤다"

'정권 방어' 분위기 더 굳어져, 이장우 "김무성 당 나가라"

등록 2016.11.21 11:43수정 2016.11.2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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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조원진 최고위원. ⓒ 남소연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공모했다는 검찰 중간 조사 발표가 나온 가운데,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지도부가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비주류 의원들의 퇴진 촉구와 지지율 하락의 압박 속에서도 '대통령 감싸기'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정현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조사에 대한 명확한 입장 대신, '청와대가 억울해 하고 있다'며 수사 결과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그는 "국민들은 청와대가 어제 수사 결과 발표를 보고 억울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앞선 정권과 달리 청와대가 (검찰에) 외압을 행사해 권력 비리 수사에 대한 축소나 왜곡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청와대 인사 관련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봤지만 청와대가 이렇게 억울해하는 것은 처음 봤다"면서 "분명한 것은 이제 세상이 달라져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것, 그 점은 국민에게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의원)도 "대통령이 조사에 임하겠다고 했음에도 현직 대통령을 조사 한 번 안하고 여론만 의식해 피의자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현재 팩트(사실) 중 주요 내용은 대통령이 개인의 사익을 위해 재단을 설립하지 않았다는 것과, 돈을 낸 기업인들도 하나같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기금을 낸 게 아니라 공익을 위해 출연한 것"이라면서 "이 문제는 대통령 직접 조사로 위법인지, 공익인지 특별검사를 통해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관련 증인들의 증언과 증거를 토대로 대통령의 공모 사실을 판단했음에도, 대통령 직접 조사 없이는 수사 결과를 믿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어 야당을 향해서도 "두 손가락으로 원과 세모와 네모를 동시에 그려봐라, 가능한가"라면서 "총리 지명하든지, 탄핵하든지, 하야하든지 같이 할 수 없는 세 내용을 같이 한다고 하니 이게 뭐냐"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라도에서는 이를 '짜구난다'고 하는데, 대통령 공격에 처해있다고 몰아붙여 짜구가 나고 있다"면서 "위기관리 능력도 없는 이런 작은 모습 보이지 말고 큰 정치를 하라"고 비판했다.

친박 지도부는 이날도 어김없이 비주류가 주도하는 당내당(黨內黨)격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를 향한 공격을 이어갔다. 전날(20일) 비상시국회는 총회를 통해 공모 혐의가 적용된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와 탄핵 절차 준비에 뜻을 모은 바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용태 의원 등은 이정현 지도부가 퇴진하지 않을 시 탈당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친박 지도부는 '해당 행위', '패륜 정치'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현 대표는 "배가 기운다고해서 먼저 뛰어내려봤자 죽음의 바다"라면서 "대통령에게 탈당해라, 윤리위 회부하겠다고 모질게 (대응) 하는 사람은 이 (난국의) 책임에서 면죄되고 반성하고 고개 숙이는 사람만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사태는 "(새누리당) 모두가 책임져야할 일"이라는 것이다.

"당 개혁안을 내놔라. 없지? 한 달동안 이정현 끌어내리는 것만 몰두하고 당을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대안은 준비했나? 고뇌했나? 안 했다. 여러분들은."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비상시국회의를 겨냥, 자신의 사퇴 요구 말고 당 개혁안과 쇄신안을 가져오라고 거듭 외쳤다. 회의에 참석한 당내 대권주자들을 향한 비난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시국회의는) 대응안을 가져와라, 가져올 자격이 없으면 사퇴하라는 말을 하지마라"면서 "특히 대권주자라고 항상 앞세우는 남경필, 원희룡, 오세훈, 김문수를 포함한 주자들, 그런 식으로 지도자 노릇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조원진 의원도 "이달 중 시국회의의 해체를 요구한다. 계속적인 해당행위를 하며, 해체까지 하지 않는다면 우리 지도부는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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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비판한 이장우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김무성 전 대표를 비판한 뒤 국회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이장우 "남경필, 탈당 얘기로 당원 가슴에 비수 꽂아"

이장우 최고위원(의원)은 특히 선도탈당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남 지사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 의원은 "남 지사의 부친은 민정당 당시 13대 때 공천 받아 낙선하고, 14·15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세습하듯 지역구를 물려받았다"면서 "그 지역에서 (남 지사는) 5선을 했고, 경기도지사가 됐다. 2대에 걸쳐 공천만 9번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가 1987년 군사정권 때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싸운 시절, 남 지사는 뭘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그런 분이 당에 돌을 던지며 탈당을 운운하는 것은 우리 새누리당 전 당원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이다"라고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해당행위를 중단하고 새누리당을 떠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 전 대표는 이 당을 향해 끊임없이 돌을 던지고 있다"면서 "당원들은 그런 분이 어떻게 5선,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을 지내고 지난 대선 때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명재 전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박맹우 전략기획본부장을 임명했다. 이 대표는 애당초 주말동안 박명재 의원의 재고를 설득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박맹우 신임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을 배에 비유하자면 난파선이랄까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새롭게 태어나는데 밀알이나마 연결 역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최순실 #박근혜정권 #이정현 #이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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