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노동자들, 음담패설보다 실업에 분노"

트럼프 대패 예상했던 언론들, 뒤늦게 트럼프 당선 분석

등록 2016.11.10 07:37수정 2016.11.1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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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에 환호하는 지지자들. ⓒ 연합뉴스·EPA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전 세계를 넘어 그를 뽑아준 미국도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6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대선은커녕 경선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자신의 사업을 위해 이름값을 높이려는 '리얼리티쇼' 정도로 여겼고, 트럼프조차 이를 강하게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미국 최고의 정치 명문가 출신 젭 부시,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테드 크루즈, 공화당의 오바마로 불리던 마르코 루비오 등을 모두 제치고 승리하더니 대선에서는 영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마저 꺾으며 마침내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됐다.

트럼프의 승리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미국 언론은 뒤늦게 그의 승리 비결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했다.
 
노동자들, 음담패설보다 실업에 분노했다

미국 언론의 클린턴 지지를 주도했던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승리를 "아웃사이더가 유권자의 분노를 결집해 만들어낸 충격적 이변"이라며 "소외된 블루칼라 백인과 노동자 계층 유권자 연합의 힘을 결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경제는 크게 약화됐고, 특히 백인 노동자 계층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미국을 더욱 강하고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며 자유무역과 금융 개방을 주장한 정치인들을 환멸했다.

이러한 분노는 쇠락한 공업 지역인 '러스트벨트'를 비롯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 경합 지역에서 트럼프의 압승으로 이어졌다. 일자리와 집을 잃은 노동자들에게 트럼프의 음담패설이나 성추행 의혹보다 클린턴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권을 향한 분노가 더 컸던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은 변화를 갈망하는 노동자 계층 유권자를 자극하지 못했다"라며 "이들은 수십 년에 걸친 세계화와 다문화주의 물결 속에서 미국의 약속이 자신의 손에서 빠져나갔다고 느꼈다"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무시한 주류 언론의 '참패'

이번 대선은 트럼프와 언론의 대결이기도 했다. 주류 언론은 연일 클린턴을 지지하는 보도를 쏟아냈고, 대다수가 클린턴의 승리를 예측하는 여론조사를 쏟아냈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이처럼 한쪽으로 언론이 기울어진 적은 없었다.

지난 3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언론이 클린턴에 편향돼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유권자의 52%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라는 응답은 8%에 불과했다. 이런 주류 언론의 보도 행태는 기성 정치권과 미디어가 강하게 유착되어서 일반 유권자를 소외시킨다고 믿는 트럼프 지지층의 분노에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는 칼럼에서 "미국의 주류 언론인은 대부분 대학 교육을 받았고, 뉴욕이나 워싱턴D.C.등 도시에 살며, 자유주의자들"이라며 "이들은 러스트벨트 실업자들의 목소리를 듣고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식인 계층도 마찬가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진보 성향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번 대선을 통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막말... '독' 아닌 '약' 됐다

클린턴과 민주당, 주류 언론 등 트럼프를 싫어하는 모두가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은 그의 '막말'이었다. 그는 여성과 소수 인종을 비하했다.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멕시코인을 성폭행범으로, 중국을 강도로, 클린턴을 사기꾼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거침없는 언행은 그의 공고한 지지층인 저소득·저학력 백인 유권자에게 쾌감을 선사했을 것"이라며 그의 막말이 지지층 결집의 좋은 도구가 됐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언론이 트럼프의 막말을 흥미 위주로 여과 없이 보도하며 그의 이름은 쉴새 없이 흘러나왔고, 이것이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여론의 중심에 서 있게 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도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고, 시스템으로 그가 최악의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라며 "예를 들어 트럼프도 다른 경제학자들처럼 자유무역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을 알 것이며, 그가 정말로 멕시코와의 국경에 거대 장벽을 세우려고 해도 의회가 예산 집행을 막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류 언론은 기득권에 대한 다수 유권자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라면서도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이 불러올 재앙적인 결과에 대한 경고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_ 트럼프 #미국_ 대선 #힐러리_ 클린턴 #러스트벨트 #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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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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