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끈해야해, 저항해야해" 산청 간디고 학생들의 외침

학생회 시국선언문 발표... 총회 동영상, 작사작곡 노래영상까지 만들어

등록 2016.11.08 16:21수정 2016.11.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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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이 발끈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고등학생들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회는 8일 '우리는 학생이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간디고 학생들은 지난 2일 학생총회를 열어 시국선언을 하기로 하고, 이날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간디고 학생들은 학생총회 내용을 담은 영상을 '이러려고 편집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는 제목으로 별도 제작했다.

또 간디고 학생들은 작사·작곡까지 해 '발끈해라'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두 영상을 유-투브에 올려놓았다.





간디고 학생회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세월호 참사 등을 언급하면서 "임기 4년, 박근혜 정부는 국가 지도부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는 대한민국의 청소년이자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분명히 요구한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며 "최순실의 국정개입으로 정부의 체계는 파괴되었고 민주주의는 더럽혀졌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고 했다.

이들은 "대통령자리에 있으면서 검찰조사를 받을 생각은 마라. 의미 없는 대국민 사과로 은근슬쩍 넘기려 한다면 오히려 국민들의 더 큰 분노를 살 것"이라며 "처음부터 정당하게 선출된 적도 없고 국정을 책임진 적도 없는 박근혜, 당신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하야하라"고 했다.

다음은 간디고 학생회의 시국선언 전문과 노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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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회는 2일 저녁 총회를 열어 시국선언문을 내기로 했다. ⓒ 진석원


□ 산청간디고등학교 학생회의 시국선언

우리는 학생이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우리는 어떤 사회를 살아가고 있을까? 또 어른이 되면 어떤 사회를 살아야 할까? 또래들은 6년간 중 고등학교를 다니며 대학입학을 위해 공부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간 후에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만 한다. 꿈과 희망을 찾을 나이에, 우리들은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지금 대한민국은 개인의 노력보다는 돈으로 얻는 실력이 더 잘 먹히는 사회이다. 정유라가 말했다. "돈도 실력이야 부모를 탓해"라고. 우리도 이 사실을 알기에 막막하다. 두렵다. 무섭다. 모르겠다. 이게 곧 대한민국 학생들이 처한 현실이다.

우리는 산청의 작은 산골마을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우리는 시국선언을 준비하기에 앞서 학생총회를 열어 식구들의 동의를 받았다. 간디학교 학생회 이름으로 시국선언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대표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것이 우리가 배웠던 민주주의고, 학교에서도 잘 지켜지고 있는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어른들, 즉 정부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최근 무너지고 있는 민주주의를 보며 실망을 넘어 절망스러웠다.

지금껏 국정을 운영해왔다고 믿었던 박근혜 정부 뒤에는 최순실이 있었다. 그녀의 태블릿에는 청와대와 관련된 200여 개의 파일이 들어 있었다. 그 파일에는 박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 국제외교와 경제전략 등 국가기밀문서가 있었고,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이렇듯 민간인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했다는 것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은 돈과 권력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었다. 이는 정상적인 국가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국민은 최순실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았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위안부 협상, 백남기 농민의 죽음, 사드배치, 국정교과서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한 해결은커녕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는 데만 급급했다. 이를 통해 그들은 국정을 운영할 양심과 능력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었다.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임기 4년, 박근혜 정부는 국가 지도부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청소년이자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분명히 요구한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최순실의 국정개입으로 정부의 체계는 파괴되었고 민주주의는 더럽혀졌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대통령자리에 있으면서 검찰조사를 받을 생각은 마라. 의미 없는 대국민 사과로 은근슬쩍 넘기려 한다면 오히려 국민들의 더 큰 분노를 살 것이다. 처음부터 정당하게 선출된 적도 없고 국정을 책임진 적도 없는 박근혜, 당신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하야하라.

우리는 대한민국의 청소년이자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분명히 요구한다. 검찰과 정부는 박근혜가 하야한 후에 한일 위안부 협의, 한미동맹과 사드, 개성공단과 북한에 관련된 외교적 문제들을 누가 결정하고 주도했는지 면밀히 밝히고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청소년이자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분명히 요구한다. 그간 있었던 죽음들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건과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백남기 어르신의 죽음, 두 가지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진실을 은닉해 왔다면 수사기관을 비롯한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배 안에서 가만히 있으라 하면 있어야 하고 우리가 배울 교과서조차 정하지 못하는, 즉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였다.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청소년은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지금껏 청소년은 정치적 주체임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모든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모든 국민은 정치적 주체이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우리의 권리는 지켜질 수 있다.

□ 간디학교 학생 작사작곡의 노래 가사

발끈해라

<1절> 많은 일이 있었고 우린 지금 분노했다/지금까지의 일들 우린 잊지 않는다/내가 고삐리라고 해도/노동자라고 해도/직장인이라 해도/알고 있다
<2절> 스리슬쩍 넘어간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은근슬쩍 지들 배만 겁나 불리고 있다/내가 고삐리라고 해도/전업주부라 해도/노동자라고 해도/알고 있다
<후렴> 그러니 발끈해야 한다/저항해야 해/목소리를 내고 외치는 거다 다함께.
#시국선언 #간디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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