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35명의 학생들이 느끼는 행복

월요일마다 교장선생님과 하이파이브, "기분좋은 아침이예요"

등록 2016.11.07 16:12수정 2016.11.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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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교육청이 올 하반기에 16개 학교 교장을 공모했다. 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은 지난 9월 1일자 교장 공모제 학교로 초등학교 13개, 중학교 3개 등 모두 16개 학교를 지정했다.

충남교육청은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산어촌 학교의 학교 교육력을 높이기 위해 교장공모제를 도입하여 학교 현장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라는 취지로 올 하반기에 교장공모제를 실시하였다. 실제 농촌학교에 변화가 일어나는지 확인하고자 혁신학교로 선정되고 올 하반기에 교장공모제를 실시한 충남 홍성의 금마중학교를 찾아가 보았다.

학교에 대해서 이야기중인 금마중학교 주진익 교장 ⓒ 신영근


충남 홍성의 금마면에 소재한 작은 농촌학교인 금마중학교를 찾아간 시간은 7일 오전 7시30분경이었다. 평소 이 학교 교장선생님이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학교 정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포옹한다는 지역주민들 이야기를 듣고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아침 7시 40분경 한 대의 차량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곧바로 학교 정문 앞으로 나오는 분이 있었다. 시민기자라고 했더니 그 분이 9월 1일자 교장공모제로 금마중학교에 부임한 주진익 교장이라고 본인을 밝혔다.

주 교장은 기자의 취재요청에 한사코 별다르게 하는 것이 없는 데라는 반응을 보이다 본인도 오마이뉴스를 자주 본다면서 취재에 응했다.

주진익 교장은 "교육경력 30여년 동안 주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금마중학교에 부임하기 바로전에는 홍성의 여고에서 교감으로 재직중에 교장공모제에 신청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주 교장은 학교 정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주민들에까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학생들과는 하이파이브를 하느라 인터뷰가 쉽지 않았다. 


스쿨버스를 타고 온 학생 한 명과 마지막 하이파이브를 하고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등교행사가 끝났다. 아래 인터뷰는 주 교장이 등교하는 학생들과 인사를 끝난 후 진행을 했다.

통학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과 일일히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주진익 교장 ⓒ 신영근


- 선생님의 하루 일과를 소개해 달라.
"월요일에는 아침인사 때문에 책을 읽지 못하지만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8시 10분 정도에 아이들과 책을 읽는다. 아침에 챙길 거 챙기고 자유롭게 행정 업무를 한다. 아이들과 책 읽는 게 좋다. 근데 아이들은 아침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웃음)

아침에 도서관에 가지 않는 월요일에 아이들을 맞이하며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인사하면 얼굴도 알고 좋다. 아이들은 35명인데 지난 11월 4일 축제가 성황리에 잘 끝났다. 8시부터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고 마지막으로 8시40분쯤 스쿨버스가 오고 나면 등교를 마친다.

그러고 나면 학교를 한 바퀴 돌고 학교시설물도 둘러본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학생들과 인사를 하는 월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은 8시 10분에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다."

- 학생들이 교복을 안입은 것 같다. 원래 교복이 없었나?
"몇 년 전까지 교복이 있었으나 제가 학교에 부임하기 전 학교에서 학부모님들과 협의를 하고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아이들을 자유롭게 하자는 취지로 아이들이 교복을 원하지 않으면 폐지하자고 해서 교복을 안입게 됐다. 제가 보기에도 아이들이 교복 안입는다고 해서 보기 싫거나 흉하지 않고 자유롭고 개성있게 입고 와서 예뻐 보인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뒤에서 희믓하게 바라보는 주진익 교장 ⓒ 신영근


- 학교 홈페이지를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교장선생님 인사말이 없고 "눈뜨면 달려가고 싶은 학교, 교육 가족 모두 행복한 학교"라고 되어 있다. 그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너무 국영수에만 얽매이지 않고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교수학습도 바꿨다. 재밌는 학교로 만들고 싶다. 학교 곳곳을 감성 공간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이 공부에 찌들지 않고 학교를 재밌어하고 케어받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느끼면 집보다 학교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 눈 뜨면 달려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고 싶어서 교직원 소개란에 그렇게 썼다.

누구든 혼자 빨리 가지 않도록 하고, 함께 멀리 가는 학교문화를 일구어가려 한다고 다짐한다는 이야기도 써놨다. 학교는 예전 권위주의에서 탈피해서 모든 걸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권위주의는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학교정문앞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드는 기분이나 느낌은?
"아이들이 가장 소중한 존재인데 교문 들어올 때부터 어깨도 늘어지고 힘도 없더라.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학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파이팅 하며 하이파이브 하면 아이들에게 격려도 되고 용기도 주며 한 주를 활기차게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생각에 하게 됐다."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즐거워 하고있다 ⓒ 신영근


- 농촌에 있는 소규모 중학교에 대한 어려움은 없나?
"학생수가 적을 뿐 그렇게 어려움은 없다. 오히려 아이들 하나하나 이름도 알고 가족 같아서 좋다. 그러나 규모는 작은데도 불구하고 선생님 업무가 많아서 안타깝다. 예를 들면 시험기간중에 선생님들이 1, 2, 3학년 시험문제를 전부 출제하다보니 부담이 있다. 그리고 매년 학생수가 감소하면서 학생모집이 어렵다. 선생님과 지역 학부모님들이 많이 노력을 해주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금마중학교가 작년에 혁신학교 예비학교로 선정된 후 올해 혁신학교 지정이 되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혁신학교에  대해서 설명을 해달라.
"처음 제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고등학교에서만 근무를 해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 혁신학교 취지가 제 교육철학과 맞아서, 예전 고등학교 상황과 많이 다르지만 혁신학교의 샘플로 만들고 싶은 생각에 오게 되었다. 말씀하신 혁신학교는 4가지 꼭지로 되어 있다. 첫째 학교경영의 민주화이다. 관리자 중심 학교운영이 아니라 학교 운영주체인 학생과 학부모가 협의해서 의사결정을 한다.

둘째로, 교수학습공동체이다. 선생님들끼리 매주 금요일 교수학습공동체 협의회를 열어 책을 읽고 선생님 각자 수업방식에 대해서 공유하며 토론을 한다. 이러한 활동들 모두 선생님들끼리 자발적으로 한다.

셋째로, 교육과정이다. 미래혁신 열린학교로서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에 맞게 운영을 하고 있다.

넷째로, 자치활동 활성화다. 자치활동, 즉 학급활동이나 학생회 활동의 활성화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토론하여 결정을 내리게 함으로서 민주시민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대안은 지금 자유학기제 같은 것이다. 제 생각은 한 학기만 진행하는 자유학기제보다 한 학기를 더 늘려 1년을, 즉, 자유학년제를 했으면 한다. 그리고 취지는 같으나 아일랜드 자유학기제처럼 발전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자유학기제도 아이들 반응이 좋다. 아이들은 시험을 보지 않은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진로활동, 체험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개발해나가고 있다."

학생들의 등교가 끝나고 함께 교실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주진익교장 ⓒ 신영근


인터뷰를 마치고  학교를 나오는 길에  마침 학교를 들른 학부모 임아무개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는 금마중학교에 아이들을 보낸지 9년차인데 첫째, 둘째, 셋째까지 다 보냈다. 그런데 막내아이가 금마중학교에 들어갈 때 입학생이 한 명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니게 됐다.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가 계속 지역에 남아서 지역이 같이 발전했으면 한다. 이번에 오신 교장선생님이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그런 노력들이 큰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작은 학교지만 행복할 수 있고,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학교로 나아가는 것 같아서 좋다."

모든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학교에서 주진익 교장과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을 보니 시골의 작은학교이지만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는 아침이었다.
#충남형혁신학교 #금마중학교 #아침마다하이파이브 #주진익교장 #자유학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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