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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박근혜 게이트 풍자 SNL... 반갑고, 환영한다

[TV리뷰] 우리에겐 여전히 '여의도 텔레토비'가 필요하다

16.11.06 14:11최종업데이트16.11.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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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방송된 에서 최순실을 패러디한 김민교. ⓒ tvN


지난 5일 방송된 <SNL 코리아 시즌8>. 이날의 호스트인 솔비는 "우주의 기운을 모아"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했다. 유세윤은 상체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를 떠올리게 만드는 외모로, 하체는 말 분장을 한 채로 얄미움을 연기했다. 연신 "엄마 빽도 능력인 거 몰라?"라거나 "엄마 신발 한 짝 찾으러 왔다"며 정유라 모녀를 비아냥댔다. "왜 광화문 가지 말라고? 지금 무슨 일 났어?"라는 대사는 백미였다.

최순실도 등장했다. 전 국민에게 친숙해져 버린 흰 셔츠와 선글라스를 이용해 최순실로 분장한 김민교는 거만한 집주인을 연기하며 연신 "곰탕", "곰탕"을 외쳤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죄송해요"라는 명대사(?)도 잊지 않았다. '프라도' 신발을 흘리는 상황도 빠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20만 인파가 집결한 그 날 밤 방송된 tvN <SNL 코리아 시즌8>은 작정이라도 한 듯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실종돼 갔던 직설적인 풍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 와중에, 그동안 떠돌던 '청와대가 CJ 이미경 부회장에게 직접 '퇴진 압박'을 가했다'는 루머의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탄압의 배경, 그러니까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콘텐츠는 CJ 계열의 케이블 채널인 tvN의 <SNL 코리아>와 CJ가 배급한 영화 <광해>, 또 CJ창업투자가 부분 투자한 <변호인>이 있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 직전까지 한국 정치 풍자의 새 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던 <SNL 코리아>는 '19금 등급'도 포기했고, 정치 풍자도 포기해야 했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 정도의 풍자로는 성이 차지 않을 시청자들을 위해, 지난 대선 '화려했던' <SNL 코리아>의 풍자의 결정적 장면들을 모아봤다. 우리는 다시, 이러한 정치사회 풍자가 필요하다. 트럼프를 한껏 비아냥대는 미국 오리지널 <SNL> 처럼 말이다.

다시 봐도 탁월한 정치 풍자... "내 거친 생각과..."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방송된 '베이비시터 면접 2'. ⓒ tvN


이 자막과 분장, 그리고 완벽하게 재현한 대사. 지난 2012년 12월 방송된 '베이비 시터면접2'는 수위와 직설성으로만 놓고 보자면, 한국 정치 풍자 콩트 역사 맨 윗줄에 기록돼야 마땅하다. 박근혜, 문재인, 이정희 대선 후보의 3자 토론을 베이비시터 면접에 빗댄 이 콩트는 지금까지 그 영상과 '짤방'이 인터넷상에 회자될 만큼 그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나 임재범의 '너를 위해'의 가사를 도입한 위 캡처 속 장면은 당시 대선 토론을 시청한 국민을 포복절도케 했다. "저는 이 자리에, OOO을 떨어뜨리려고 나왔습니다"고 말하던 이정희 후보, 아니 크루 김슬기의 명연기는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 아니 정성호 역시 "지금은 아이가 미래로 나가느냐, 과거로 돌아가느냐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란 발언을 완벽하게 모사해냈다.

박근혜 당시 후보의 성대모사로 화제를 일으켰던 정성호의 연기도 일품이다. 무엇보다, 대선 토론 후 며칠 만에 이런 재기 넘치는 풍자 콩트를 짜낸 제작진의 기지와 능력이 한껏 발휘된 대목이었다. 아마도, 대통령과 청와대의 심기를 가장 건드린 한 장면을 꼽으라면, '여의도 텔레토비'만큼이나 바로 이 '베이비시터 편'이 아닐는지. (관련 영상 : 베이비시터 면접2 )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여의도 텔레토비'를 돌려 달라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를 패러디한 '여의도 텔레토비'의 또. ⓒ tvN


시즌2까지 그 명성을 이어갔던 '여의도 텔레토비' 역시 정치풍자 역사의 한 획을 확실히 그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바로 폐지되고 말았다. 박근혜 후보는 '또', 문재인 후보는 '문재니', 안철수 후보는 '안쳤어', 이정희 후보는 '구라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앰비'로 희화화한 '여의도 텔레토비'는 19금 수위에 맞는 욕설과 폭력(?)을 수반한 채 대선정국의 다이나믹한 전개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대한 편 들기는 없었다. 사실 정치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진 않았지만, 특유의 '모두 까기' 정신으로 돌파해냈다. 한 주간의 정치 이슈를 이렇게도 유니크하게 담아낸 콩트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JTBC <썰전>이 팩트에 농담을 얹는 형식이라면, '여의도 텔레토비'는 하나의 완성된 풍자극을 매주 만들어낸 셈이다. 그러니 제작진에게 바라건대 박근혜 대통령의 수사 여부나 향후 정치적 상황에 개의치 말고 '여의도 텔레토비 시즌3'를 부활시키시라. 아니, '여의도 텔레토비'와 비견할 만한 정치풍자를 부활시키시라. 이제 때가 됐다. 청와대의 압박이 사실임이 드러나면서 더는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절호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는가.

SNL만의 고급진 풍자, 환영한다

"(TV토론) 방송 보는데 SNL이 뭘 어떻게 해도 저거보단 재미있지 못할 텐데 라고 걱정이 됐다."

시사 뉴스를 다루는 '위크엔드 업데이트'를 진행했던 장진 감독이 지난 대선 정국 당시 던진 애드리브다. 하지만 당시 <SNL 코리아>는 그 재미를 충분히 담보해냈다. 더욱이 2011년 <SNL 코리아>의 출범부터 함께 했던 장진 감독은 특유의 유머와 직관으로 급이 다른 시사풍자의 영역을 개척했다.

수시로 MB를 까고, 정체 모를 디도스 공격에 대해 "한국전쟁이 김일성의 단독 범행이라면 믿겠습니까?"라는 멘트를 고급지게 날릴 수 있는 프로그램과 진행자가 한국에서 얼마나 될까. 하지만 역시나 박근혜 정부 들어 '풍자'를 기반으로 한 '위크엔드 업데이트'의 세기 역시 약했다. 세상도 '재미' 없었고, 이 '위크엔드 업데이트'는 더 '재미' 없었다.

지난 9월, 오리지널인 미국 NBC <SNL>에 알렉 볼드윈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로 분장해 포복절도할 명연기(?)를 선보였다. 그의 활약은 SNS를 타고 전 세계에 화제가 된 바 있다.

오리지널판 수위의 풍자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시즌3까지 잘했었고, 딱 그만큼의 '기본기'만 회복하면 될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 덕에 먼 길을 돌아왔지만, 그 박근혜 대통령 덕에 다시 정치풍자가 가능해졌다. 풍자를 다시금 탑재한 <SNL 코리아>의 귀환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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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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