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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ACL 결승행, 자격은 충분했다

[ACL 4강 2차전] 서울에 졌지만, 합계 5-3으로 전북 결승 진출

16.10.20 11:12최종업데이트16.10.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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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의 4-1 대승으로 마무리된 지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그(ACL) 4강 1차전 이후 전북의 결승행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렇지만 A매치 기간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북은 잇단 부상과 A매치 여파로 주말 K리그 34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에 리그 첫 패배를 당했다. 심판 매수 여파로 승점 9점이 삭감됐다. 2위 FC서울(승점 60)과 동률이 됐다. 선수단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상대팀 서울은 리그 34라운드에서 울산현대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아드리아노가 오랜만에 득점포를 가동했고, 주축 미드필더 주세종의 발끝이 예리해졌다. 오스마르를 전진시키며 백포로 전환한 게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상승세의 서울이 홈에서 전반 초반 득점을 성공한다면 대역전극도 노릴만한 판이 만들어졌다. 3골 차이라는 표면적인 차이보단 분명 그 간극이 좁아졌다.

정공법을 택한 전북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삼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전북 현대와 FC서울 경기. 결승 진출에 성공한 전북 현대 로페스(맨 왼쪽)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3골이 필요했고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 라인을 가동했다. 서울이 아-데-박을 가동한 건 지난 9월 3일 울산과 리그 경기 이후 46일 만이다. 그만큼 밸런스에 부담이 있어 자주 선택할 수 없었던 조합이다. 서울은 활동량이 좋은 고요한과 주세종의 투입으로 자칫 무너질 수 있는 밸런스를 잡았다.

반면 전북이 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많았다. 수비적으로 나와도 됐고, 반대로 공격적으로 나와도 됐다. 3골의 여유가 있었다. 그렇지만 최강희 전북 감독의 선택은 정공법이었다. 전북은 지난 1차전과 비교해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최철순을 대신해 장윤호를 투입한 걸 제외하고 10명의 선수를 그대로 기용했다. 전형도 4-1-4-1로 동일했다.

전북은 평소처럼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통해 공격을 나섰고, 수비상황에선 좌우 윙포워드 레오나르도와 로페즈까지 수비가담을 하면서 6명의 수비를 확보했다. 그렇지만 공격 상황에서는 좌위 윙포워드를 활용한 스피드 있는 공격으로 서울의 뒷공간을 위협했다.

끈끈한 수비를 통해 실점 없이 경기를 풀어가던 전북에 위기도 있었다. 전반 16분 중원의 핵 김보경이 눈 부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곧 지혈을 하고 경기장에 복귀했지만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올 시즌 이재성과 함께 전북 공격의 판을 짜던 김보경이 주춤하자 전북은 볼을 소유하고 공격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김보경 부상 이후 기세가 꺾인 전북은 설상가상으로 전반 38분 아드리아노에 실점까지 허용했다. 그렇지만 전북은 전반 휘슬이 울릴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서울의 파상공세를 1골로 막아냈다.

위기일 때 잘하는 걸 선택할 용기

위기라고 느낄 수도 있었다. 예상보다 전반 서울의 공세가 매서웠다. 주축 김보경이 전반 부상 이후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했다. 전북의 벤치엔 부상의 여파와 ACL 등록 문제로 김보경을 대체할만한 선수도 없었다. 후반이 되어도 서울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후반 7분 박원재의 실수로 비롯된 결정적인 실점 위기가 넘기자 최강희 감독은 빠른 변화를 택했다. 고무열과 이동국 2명의 공격수를 투입하면서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강화했다. 수비 숫자를 늘려 수비를 강화하기보다 공격 숫자를 늘려 상대방에 부담을 주는 전북 특유의 '닥공' 방식을 택했다.

결과를 곧바로 이어졌다. 전반 서울의 투지 넘치는 수비로 주춤하던 김신욱이 후반 14분 제공권을 통해 로페즈에 내준 볼을 로페즈가 개인적인 능력으로 마무리 지었다. 한 번 찾아온 기회를 전북은 놓치지 않았다. 다시 전북에겐 3골의 여유가 생겼다.

전북은 1-1 균형을 맞춘 이후 전체적으로 수비에 치중했다. 그렇지만 서울이 공격에 극단적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자 로페즈의 기동력을 활용한 역습체제로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후반 서울이 볼을 소유하면서 득점 찬스를 노리는 장면이 많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전북도 결정적인 찬스를 여럿 만들었다.

베테랑이 밀고 끌어주는 팀

시즌 내내 줄곧 전북의 약점으로 지적된 건 수비였다. 특히 서울과 2차전을 앞두고 최철순이 경고 누적, 김형일과 최규백이 부상으로 전북이 가용할 수 있는 수비자원은 한정돼 있었다. 최근 제주와 리그경기에 선발로 나선 임종은과 김창수는 3골을 실점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많았다. 징계와 부상으로 온전치 못한 전북의 수비라인이 서울의 공격진을 막는 데 부담을 느낄 만했다.

전북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건 베테랑의 존재였다. 전반 38분 아드리아노에 선제골을 실점하면서 자칫 전북이 흔들릴 수 있었다. 실점 직후 주장 권순태는 박수를 치면서 선수들에 괜찮다며 힘을 실어줬다. 베테랑 수비수 조성환과 박원재 역시 투지 있는 수비를 수차례 선보이면서 행동하는 리더십의 품격을 보였다. 베테랑의 격려로 수비라인이 안정화됐고 서울의 파상공세를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4강 1차전 대승 이후, 너무나 당연시됐던 전북의 결승행은 사실 많은 변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최강희 감독의 임기응변과 전북 선수단의 패기가 뭉쳐 10년 만에 우승컵을 노릴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전북은 충분히 결승무대를 밟을 자격이 있었고 그걸 증명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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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종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에도 게재합니다.
전북현대 ACL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 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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