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섯평 집에서 쓰레기만 1톤 트럭 다섯대?

청년봉사단체의 모범, 목포 '건목회' 청년들의 집수리 현장

등록 2016.10.21 14:02수정 2016.10.21 14:02
1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빗 속에서 기념 샷 직장 때문에 전원 참석은 못했지만 회원 모두의 마음은 다 같으리! ⓒ 이혁제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어 살만하다. 특히 전남 목포의 (사)건목회(회장 김석주) 청년들의 아름다운 이웃 사랑 실천은 요새 젊은이들은 자기밖에 모른다는 어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여실이 보여주고 있다.


목포 '건목회'는 2003년 목포지역 20, 30대 청년들이 건설적인 목포를 청년들의 손으로 만들자면서 모여 지금까지 13년 간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목포의 대표적인 청년단체다. 이들은 매달 정기모임을 통해 청년들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고 토론하며 지역을 위해 봉사한다.

그런데 지난 13년간 무수히 많은 봉사활동을 해왔던 청년들이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사는 지역에 어떻게 이런 이웃이 그동안 사회로부터 방치돼 있었나 하는 반성과 함께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도망가 버린 용역 직원들을 대신한 청년들

건목회는 매월 운영위원회를 열어 그 달의 행사에 대해 사전 논의한다. 그리고 10월 행사는 지역 빈곤층 두 가구에 대한 집수리 봉사로 결정 되었고 목포시 종합사회복지관의 추천을 받아 대상자를 선정했다. 총 예산은 200만 원으로 책정했다.

건목회 운영비는 60여 명의 회원들이 매달 내는 3만5000원의 회비가 전부다. 권력의 비호아래 기금을 모금하는 단체들에게 200만 원이야 껌값(?)에 불과하겠지만 청년들에게 200만 원은 총 예산의 10%에 육박하는 거금이다. 하지만 누구하나 반대한 이가 없다. 직장 때문에 함께 참여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먼저 가질 정도로 착한 젊은이들이다.


a

쓰레기더미로 가득 찬 집안 모습 . ⓒ 이혁제


a

쓰레기 더미로 막혀버린 집안 입구 모습 . ⓒ 이혁제


a

빈 술병이 가득 빈 술병이 가득한 방 안 모습에서 독거노인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다. ⓒ 이혁제


그런데 지난 15일 집수리를 위해 목포 유달산 아랫자락에 있는 한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한 건목회 청년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여섯 평에 불과한 방과 부엌이 전부인 집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악취까지 뒤섞였다. 과연 어떻게 이런 집에서 사람이 살았을 까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집수리 봉사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했다. 그래서 건목회는 전문 용역직원들을 고용해 사전 준비를 하고 도배업과 전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집수리를 하기로 계획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본격적인 공사를 하기 전 집안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었다.

용역회사를 통해 고용한 두 명이 청소를 하다 도저히 못하겠다고 가버린 일이 발생했다. 구토까지 했다고 하니 그들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 나중에 부른 또 다른 용역회사 직원 두 명도 현장을 보고는 그냥 가버렸다.

건목회 밴드에 긴급공지가 올라왔다. 현장의 상황을 긴급히 전하고 회원들의 동참을 요구한 것이다. 회원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한의원을 하는 유재갑 회원이 가져온 마스크를 쓰고나서야 방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회장, 사무국장, 회원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a

건목회 회장 김석주(우)와 나경상(좌) 사무국장 두 번의 용역회사 직원들이 포기하고 돌아가 버리자 직접 청소를 하고 있는 두 집행부 모습 ⓒ 이혁제


a

무슨일인가 구경나온 동네 주민들 봉사중에도 구경나온 주민들에게 즐거운 말 벗이 되어주고 있는 건목회 최고령인 48세의 박창원 회원 ⓒ 이혁제


a

마지막 쓰레기 포대 기념 샷 오전 9시부터 시작한 쓰레기 치우기는 밤 8시가 되어서 끝이 났다. ⓒ 이혁제


국가든 작은 단체든 간에 성패는 집행부의 솔선수범에 달려있을 것이다. 김석주 회장과 나경상 사무국장이 앞장섰다. 회원들이야 잠시 시간을 쪼개어 왔다 가면 그만이지만 이들에게는 누구보다도 무거운 책임감이 앞섰을 것이다. 오전에 시작한 청소가 오후 8시가 돼서야 끝났다. 11시간 동안 작은 집에서 나온 쓰레기가 무려 1톤 트럭 다섯 대 분량이었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a

재능기부를 통한 봉사의 실천 최용기 회원은 도배업에 종사한다. 오늘 일당은 없지만 마음은 부자가 된듯하다. ⓒ 이혁제


a

이렇게 바뀌었어요 신혼 살림을 차릴 정도로 깨끗해진 방. 이 방 주인의 삶도 앞으로 깨끗해졌으며 좋겠는데. . . ⓒ 이혁제


청소가 끝난 방안을 도배업을 하는 최용기 회원이 차지했다. 능숙한 솜씨로 쓰레기 더미 방을 신혼 방만큼은 아니지만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놨다. 집주인보다 회원들의 마음이 더 상쾌해졌다. 믿거나 말거나 집 안에서 1000마리의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하니 깨끗해진 방을 보는 집주인의 기분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모양일 게다.

기자는 이번 건목회 청년들의 봉사활동을 보면서 청년들의 아름다운 선행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지역 정치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과연 그들이 이곳의 현장을 봤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과연 이곳을 보고도 자신들이 과연 그동안 지역의 발전을 위해, 서민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씁쓸한 의구심이 들었다.

a

전기공사는 나에게 맡겨라 평소 맘씨 좋기로 소문난 김희만 회원이 평일 오후에 자신의 직업인 전기공사에 재능을 기부하고있다. ⓒ 이혁제


기사를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건목회 밴드에 또 다른 집에서 전기공사를 하고 있는 김희만 회원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평일인데도 자신의 일을 잠시 접어두고 봉사의 현장에 있는 회원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인다.

2016년 건목회는 지역의 저소득층 자녀들이 다니는 무료공부방인  한빛희망학교에서 매월 생일파티를 열고 있다. 또 목포 아동원 아이들과 체육대회, 야구관람 등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 그리고 헌혈봉사들을 시행했다. 하지만 그들의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 그들이 원하는 건설적인 목포 만들기에 마침표는 없을 것 같다.
#목포 #건목회 #쓰레기 #집수리 #봉사활동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