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연애할 때 가장 두려워하는 여자들의 질문이 "뭐가 미안한데?"란다. 남자들은 사과하고 있는데도 여자들은 뭐가 미안하냐 따진다면서 불평한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반복된(때로는 기계적인) 사과를 하며 상황을 모면하려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한다. 잘못이 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앞으로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반성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오늘도 묻는다. "뭐가 미안한데?"
반성할 줄 아는 남자, 진정석
▲ 반성하는 남자 주인공, 진정석(하석진 분). ⓒ CJ E&M
여자들의 판타지를 위해 남자 주인공에게 모든 스펙을 부여해주는 한국 드라마에서, 반성 잘하는 남자를 찾기는 힘들다. 후회하는 남자 주인공은 있다. 주인공에게 실망한 여자주인공이 남자 조연과 잘 되는 '꼴'을 보며 사랑하는 여자를 놓친 데 후회한다. 그들은 자기 잘못을 뉘우치긴 하지만 지난 과오를 돌아보고 다신 그러지 않겠다는 반성은 하지 않는다. 그나마 이 '후회 남주(자신의 잘못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고 후회하는 남자 주인공)'마저도 흔치 않다. 당연히 '후회 남주'를 뛰어넘는 '반성 남주(반성하는 남자 주인공)'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자기 잘못이 뭔지 모르는 남자에 지친 여자들과 "뭐가 미안한데?"에 지친 남자들에게, 노량진의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 분)을 추천한다.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의 주인공 진정석은 자신의 주변을 모두 고퀄리티로 채워야 직성이 풀린다. 그랬던 그가 신입 학원 강사 박하나(박하선 분)에게 호감을 느낀다. 처음엔 자신보다 학벌도 연봉도 낮고, 그의 말마따나 '얼굴도 그럭저럭'인 박하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그러나 노량진 최고의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답게, 자신의 감정을 분명히 파악한 진정석은 박하나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하나는 진정석의 폭언이나 배려 없는 행동에 이미 마음을 닫아버린 후다.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닫힌 문을 연다
▲ 드디어 연인이 된 진정석(하석진 분)과 박하나(박하선 분). ⓒ tvN
기존 드라마라면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이 왜 마음을 닫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밀어붙여 그녀의 사랑을 쟁취해낼 것이다. 진정석은 다르다. 냉정해진 박하나를 탓하려던 진정석은 자신을 돌아본다. "학벌이 후지다, 생긴 것도 그저 그렇다"라던 자신의 폭언과 박하나를 한강 다리에 두고 혼자 가버렸던 행동... 진정석은 박하나가 아니라 자신을 탓하며 이렇게 말한다. "마음 닫을 만하네,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을 돌릴 수 있지?"
그때부터 잘못을 만회하기 위한 진정석의 노력이 시작된다. 집으로 데리러 가거나, 고퀄리티 아메리카노, 수제 치즈케이크까지 사다 바친다. 변함없이 차가운 박하나를 탓하기는커녕 "그간 잘못한 게 있는데 이 정도 노력에 스르르 풀리겠어? 더 노력하자, 더."라며 자신을 다잡는다. 그런 노력도 박하나에게 "자기감정 강요"라는 소리를 듣자 사과하고 그만둔다. 결국 진정석이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에,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확실하게 알고 사과하는 모습에 박하나의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남자들은 사과를 통해 여자를 달래고 당장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려고 한다. 그러나 남자들의 기계적 사과는 여자들에게 별거 아닌 거에 화를 내고 떼를 쓰는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여자는 타이르고 구슬려야 할 미숙한 존재가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서 대우받기를 원한다. 같은 성인으로서 행위의 잘잘못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원한다.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반성하는 사람과는 이런 대화를 나누고 함께 미래까지 그릴 수 있다. 자기 잘못이 뭔지 확실히 알고 다신 저지르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생기기 때문이다. "뭐가 미안한데"는 남자가 스스로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 던지는 질문이다.
17일 방영될 <혼술남녀> 13회에는 사랑을 확인한 진정석과 박하나가 연애를 시작하는 내용이 그려질 예정이다. 예고편에서 진정석은 스타강사라는 자신의 위치 때문에 박하나에게 비밀 연애를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박하나가 또 다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뼈저리게 반성한 진정석을 본 박하나에게, 그리고 시청자에게는 확신이 있다. 그가 똑같은 잘못은 하지 않을 거라는, 그래서 앞으로 닥칠 어떤 고난도 서로의 믿음으로 넘어 설 것이라는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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