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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우리 새끼>에 담긴, 불편한 우리 사회의 결혼관

[주장] 자녀의 결혼은 부모님의 남은 숙제가 아닙니다

16.09.11 17:29최종업데이트16.09.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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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본인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를 인정하고 그 사람의 방식을 인정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때때로 연예인들의 삶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평가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관찰 카메라' 형식의 예능이 유행하면서 연예인들의 생활 방식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일이 많아졌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운 우리새끼> 역시 관찰 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미운 우리새끼>의 차이점이 있다면, 관찰 카메라에 담긴 출연자들의 모습을, 그들의 어머니와 함께 본다는 점이다. 노총각들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인지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들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결혼이다. 아들의 삶은 어머니의 눈으로 평가당한다. 물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계 지어진 그들의 눈은 객관적일 수 없다. 그러나 결혼을 못 한 아들들을 보는 그들의 시선은 걱정과 탄식을 동반한다.

부모와 자식, 그리고 그사이에 낀 결혼이라는 문제는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기심을 불러왔고, <미운 우리 새끼>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성공? 결혼을 해야지!

<미운 우리 새끼>는 아들과 어머니 구도로 시청률 1위를 거머쥐었다 ⓒ SBS


<미운 우리새끼>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의 성공을 이룬 이들이다. 하지만 어머니들은 그런 성공과 상관없이, 결혼하지 않은 것이 걱정이다. 마치 자식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게 하는 것이 어머니들의 지상 최대 과제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21세기가 되었지만, 여전히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야만 문제가 없다고 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특히나 자신의 자식에 관한 문제라면 더욱.

아들들은 충분히 스스로를 책임져야 할 나이. 그 행동이 범법 행위이거나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니라면 그 행동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머니들은 마흔을 훌쩍 넘긴 아들의 삶에 여전히 관여하고 싶어 한다. 결혼을 숙제처럼 여기는 것도 그중 하나. 어머니들은 아들들이 자신들의 눈에 이상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삶을 살아야 행복하다 여기는 듯하다.

그래서 때때로 어떤 어머니들은 모범답안을 정해놓고 그 답안에 아들을 끼워 맞추려 한다. 아들은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인형이 아님에도 여전히 아들을 독립된 개체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독립을 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머니들은 '품 안의 자식'을 내려놓지 못한다.

며느리의 조건

타협할 생각이 없는 부모들, 자녀들의 행복에 도움이 될까 ⓒ SBS


그중에서도 어머니들이 아들의 결혼을 대하는 방식은 한국이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결혼에 대한 고루한 편견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며느리들은 아들보다 젊어야 하고, 여전히 아이를 낳기 좋은 가임기의 여성이어야 하며, 부모들의 말에 순종적이고 인물도 뛰어나야 한다. 이런 기준이 대체 아들을 위한 기준인지 본인 자신을 위한 기준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불혹을 넘긴 아들들의 현재 상황을 외면하고, 며느리의 조건만을 따지는 것은 불합리한 일 아닐까? 본인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닌, 부모의 입맛에 맞는 며느리를 들이는 것이 우선시 되는 것 자체로 그들의 결혼에는 빨간 불이 켜진다.

그 전에 일단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너무나도 답답하다. 누군가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할 수 있는 일이다. 결혼해서 더 불행해진다면 그 결혼 생활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부모들은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편견에서 좀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게까지 결혼을 원한다면 자녀들이 원하는 방식의 결혼을 지지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결국, 자식의 행복을 위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대리만족을 위한 결혼을 원한다. 진정으로 아들의 행복을 바란다면 아들의 의사를 존중해줄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의 삶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정해놓은 잣대를 벗어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부모들의 태도는 자녀들의 행복한 결혼에 아무런 도움이 될 것이 없다. 어느 쪽도 포기하지 못하는 어머니들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여전히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고 집안과 집안끼리의 문제가 된다. 어느 정도는 따질 수밖에 없지만, 결격사유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문제다. 본인들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될 수 있는 결혼. 결혼하지 않아도 충분히 삶을 즐길 수 있다는 인식. 한국사회에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가져야 할 태도는 그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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