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김종인, 야권 최강자로 군림하나

당 대표 중심의 군대식 정당 구조가 보수 정치인의 정치공학에 힘 실어줘

등록 2016.03.03 14:07수정 2016.03.0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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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2일 야권이 4·13 총선의 승리를 거두기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야권이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고 말해 주목을 끌고 있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나왔고 여야가 상당한 정도의 반응을 보이면서 향후 정치판이 요동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분열된 야권이 김 대표의 제안을 쉽게 뿌리치지 못할 전망이고 새누리당도 4월 총선 낙관론 속에 가속화되던 친박- 비박 간의 밥그릇 챙기기 싸움에 일정 정도의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김 대표의 야권 통합론이 여야가 요동치는 식의 변화를 야기할 경우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 대신 총선까지만 더민주당을 책임질 1회용 반창고에서 야권 최강자로 군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월 초 문재인 당시 대표가 자신의 대리인으로 영입한 김 대표가 단 2개월 만에 제1야당의 최강자로 부상한 첫 번째 이유는 그가 당권과 공천권을 장악했고 그에 따라 당 내부가 그의 발밑에 납작 엎드렸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평생 지녀온 정치적 보수 성향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을 지배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정당의 후진적 구조 때문이다. 즉 더민주당도 새누리당 등 기존 정당처럼 정당 구조 등이 군대식 상명하복 구조라는 점이다.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 기구, 국보위에 발탁되고 전국구, 비례대표 의원을 4번 역임하는 등 양지쪽 정치권력 속에서 갈고 닦은 그의 정치적 감각과 노하우가 박정희 군부독재 시절과 흡사한 구태의연한 정당 조직 속에서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더민주당의 주류 세력과 체질이 다른 그가 과거 10년 집권의 역사를 지닌 제 1야당을 장악한데 이어 대선 구도까지 제시하는 기선을 제압한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더민주당 내부가 정체성을 수호할만한 최소한도의 정치 철학이나 역량을 지니지 못한 허약한 조직이라서 이질적 체질의 리더가 휘두르는 정치공학적 공세에 쉽게 허물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만약 내부 구성원들이 확고한 정치 철학과 비전으로 무장해있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질 수가 없었을 것이다.

김 대표가 야권 통합을 제안하면서 당내의 친노 패권주의 청산이 기정사실인 것과 같은 발언을 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당 분열 사태를 막지 못한 문재인 전 대표가 향후 대권 주자의 위치를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에 물음표를 던지는 말이다. 이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옛 말을 생각나게 한다.

김 대표의 질주는 더민주당의 시한부 해결사가 아니라 향후 대권 주자를 노리는 것 아니냐 하는 의문까지 제기되게 만들고 있다. 현재 그런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향후 야권 통합 제안이 실현되고 당내에서 적절한 대선 주자가 나오지 못할 상황이면 김 대표가 내가 하겠소라고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했지만 배신당한 그가 자신의 정치 철학을 대행해줄 대리인을 찾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나서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향후, 특히 4월 총선이후의 정치판이 얼마나 긍정적일까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해진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시민사회 등이 새 정치를 염원했지만 총선을 40여 일 앞둔 현재 새 정치를 말하는 정당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한국적 정치 문화의 후진성을 지겹게 유지시키는 당 대표 중심의 중앙당 체제를 확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모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누구는 당 대표가 되고 누구는 그 비서가 되어 굽실거리는 비정상적인 풍토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고 국민 앞에서 슈퍼 갑이 된 국회의원의 특권이나 혜택이 너무 막강해 공천 탈락이 통고된 현역의원은 하나같이 TV 카메라 앞에서 눈물 콧물 흘리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만약 북유럽 어느 민주주의 선진국처럼 세비가 월 2백만 원 선이고 개인 사무실, 비서도 없이 공동 의원 사무실을 사용하며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공천권에 목 매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 개혁, 새 정치는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무한 봉사하는 정치 머슴이 되는 것이어야 하고 우리 정치가 그런 식으로 혁신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 주요세력들이 그것을 외면하면서 20대 국회의원 선거로 달려가려고만 하다가 김종인 대표와 같은 인물이 부각되는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 나라 정치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를 거듭 묻게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 등에 실렸습니다.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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