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관절염? 직업병 의심해보세요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등록 2016.01.21 12:05수정 2016.01.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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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의 조선소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위해 찾아왔다. 손을 보니 누가 보더라도 엄지손가락이 이상하다고 눈에 띌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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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 사진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니 쇠를 녹여 제품을 만드는 주조 작업을 약  37년간 수행하면서 크레인 리모컨과 콘트롤 박스의 버튼을 엄지손가락을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누르는 작업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힘을 주어 버튼을 누르다 보니 엄지손가락이 정상적인 위치를 벗어나서 탈골되고 또한 심한 관절염이 있는 상태였다. 이 환자는 엄지 관절염으로 산재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고 요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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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사진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관절염은 많은 사람이 직업병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관절 중에서 관절염이 가장 많이 생기는 부위는 무릎 관절로서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은 확실히 나이 증가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남자보다는 여자에서 발생할 위험이 크다. 그리고 비만일수록 관절염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

그러나 직업적으로도 충분히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쪼그려 앉아서 일하거나 중량물을 많이 취급하는 경우에는 무릎 관절염이 조기에 발생할 수 있다. 대개 무릎의 관절염으로 인공 관절을 하는 시기가 60대 후반, 70대가 일반적인데 노동자들의 경우 50대에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실은 관절염도 직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무릎을 제외한 관절에 류머티스 관절염이 아닌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하였다면 그 관절염은 직업병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표적으로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 등이다. 2014년과 2015년에 모 조선소에서 팔꿈치 관절염이 있는 작업자 7~8명이 산재 신청을 한 결과 전원 승인을 받은 바도 있다.

특히 팔꿈치에 관절염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로서 이런 부위에 관절염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팔꿈치의 사용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지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경우 직업병을 의심하고 일단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와 업무 관련성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무릎의 경우에는 직업병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무릎 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이면서, 체중이 비만하지도 않은데 40대 혹은 50대 같이 조기에 관절염이 발생하는 경우 직업병임을 의심할 수 있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쪼그려 앉아서 일하거나 앉았다 일어서는 것을 반복하는 작업, 계단을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작업, 중량물을 반복적으로 취급하는 작업의 경우 직업적으로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을 발생시킬 위험이 증가한다.

따라서 관절염은 직업병이 아니다 혹은 산재 신청해도 승인이 안 된다는 식으로 포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 관절염으로 인공 관절을 하는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공 관절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산재 승인을 받는 경우에는 인공 관절 재수술 비용도 보장을 받을 수 있어 산재 승인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관절염은 팔다리 같은 부위뿐만 아니라 척추 관절의 퇴행성 관절염과 척추협착증 같은 퇴행성 척추 질환에도 적용된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척추 관련 질환의 경우 퇴행성이란 글자가 붙으면 승인을 잘 안 해주려고 하기 때문에 신청 전에 전문가와 긴밀한 상의를 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백리마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이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관절염 #조선소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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