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정부가 응답하라

[주장] 누리과정 문제, 공약했던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등록 2016.01.14 11:09수정 2016.01.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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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지방자치 단체들이 보육 대란을 막겠다고 자체 예산으로 3~5세 무상보육(누리과정)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을까. 어찌 되었든 보육 대란을 막아야 한다는 마음은 진심으로 손뼉 쳐 주어야 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모두 귀하디귀한 우리 아이들이다. 도내에서도 지난 12일 강릉시와 영월군이 도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예산을 마련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쯤에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잘 알다시피 누리과정은 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이었다. 대통령은 과거 '아이를 국가가 돌봐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박 대통령의 말을 요약하면, '누리과정은 모든 아이가 균등한 생애 출발선에 서도록 하기 위해 지원하는 사업'으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 그런 까닭에 지난해까지 시·도 교육청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예산을 반영해왔다. 하지만 그 말은 교육감들 귀에만 걸려야 할 말이 아니다.

지금껏 정부가 한 일이라곤 일은 벌여놓고는 귀를 닫고 팔짱을 낀 채 '뒷감당은 시·도 교육청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관하는 것뿐이다. 생각해보자. 0~5세 국가책임보육, 초등돌봄교실, 보육교사 처우 개선 같은 사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국가 책임 보육예산을 안정적으로 만들겠다는 처음 약속과 달리 해를 거듭하면서 정부 지원은 뚝 끊겼다. 법 시행령마저 고쳐 누리과정 책임을 시·도 교육청으로 떠넘겼다. 내년부터는 전업주부 가정은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오후 3시까지로 제한했다. 초등돌봄교실은 어떤가. 올해까지 모든 학년 희망자가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부터 은근슬쩍 시·도 교육청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 오죽하면 일부 시·도 교육감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위 시위에 나섰겠는가. 

누리과정, 공약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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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에 나선 교육감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지난 2015년 9월 7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사진 출처는 민병희 교육감의 페이스북. ⓒ 민병희


누리과정 해법을 두고 정부와 시·도 교육청을 모두 나무라는 목소리도 많다. 아이를 중심 자리에 놓고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말은 우선 옳다. 옛말에 '아이 하나를 키우자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를 온전히 키우는 일엔 시·도 교육청이나 정부, 진보나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시·도 교육청에서 3~5세 무상보육의 책임을 모두 떠안으면 어찌 되겠는가. 사정이야 조금씩 다르겠지만, 시·도 교육청 예산 가운데 대부분은 인건비나 학교 운영비, 시설 사업비 같이 쓸 곳이 정해져 교육감이 아무렇게나 돌려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초·중·고 학생에게 들어야할 교육비를 빼내 누리과정에 쓴다고 해보자. 초·중·고 공교육은 어찌 되겠는가. 당연히 파탄 날 수밖에 없다. 초·중·고등학생들은 우리 아이가 아니란 말인가.

누리과정은 지자체들이 없는 살림에 쌈짓돈을 풀고 땜질식으로 돌려막기만 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공약대로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고 국민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힘들고 어렵더라도 이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 아니면 내년에 같은 일을 또 겪어야 한다. 연둣빛 새봄이 저절로 온 게 아니다.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희망을 키워온 겨울눈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우리 아이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키우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누리과정 문제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다.
#누리과정 #대통령 공약 #지방교육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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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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