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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논란, 인기 예능에 들이대는 혹독한 잣대인가

[주장] 박명수의 가발광고 논란을 보며 <해리포터>를 떠올리다

15.12.27 09:41최종업데이트15.12.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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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한 장면. 박명수는 시청자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가발 업체를 찾았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 MBC


번개 모양의 흉터와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 <마법사의 돌> 시리즈부터 시작해 <죽음의 성물>까지 전 세계 통합 4억 부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린 <해리 포터>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2000년 국내에서 출간됐을 당시 패러디, 마법 용품, 해리 포터 기숙사 공식 사이트 제작 등의 콘텐츠가 성행하기도 했다.

해리 포터는 마법사 세계의 유명인이다. 가장 완벽한 살인 저주에서 살아남은 사람이자, 악의 마법사인 볼드모트를 소멸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의 이마에는 살아남은 흔적으로 번개 모양의 흉터가 남아 있다. 이 흉터는 평범한 마법사를 유명한 해리 포터로 만드는 매개체다. 흉터를 통해 해리 포터는 어쩔 수 없이 유명인이 되어야 했다.

소설에서 해리가 도망자 신분이 된 적이 있는데, 그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 번개 모양의 흉터를 머리카락으로 가렸다. 이 행위는 단순히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것일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해리 포터가 되는 순간 짊어져야 할 부담감과 의무 등에서도 벗어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독자는 해리 포터의 삶에 번개 모양 흉터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한 명의 독자로서 번개 모양 흉터가 하나의 멍에처럼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MBC <무한도전>을 보면서 해리 포터가 떠올랐다. 지난 12일 방송된 <불만제로> 편에서 박명수는 가발을 맞추러 가발 회사에 방문한 바 있다. 그런데 방송 이후 <무한도전>에 나왔던 가발 회사가 박명수 본인이 이사로 있는 회사임이 밝혀졌고, 과한 간접 광고라는 지적과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박명수는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고, <무한도전>도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이는 <무한도전>에 너무 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번 경우에는 <무한도전>의 멤버가 직접 개입되어 있어 더 논란이 되었지만,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면 그 연기자가 광고하는 브랜드나 특정 제품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간접 광고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간접 광고가 프로그램의 흐름을 해치면 극의 완성도가 저해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불만제로> 편의 가발 광고는 적절한 흐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가발 광고를 하기 위해 특집이 기획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나온 소재를 활용한 예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무한도전>의 간접 광고 논란과 박명수의 사과문을 보며 해리 포터의 번개 모양 흉터처럼 강한 기준이 <무한도전>을 억누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 포터의 운명은 후천적 경험으로 결정되었다. 소설에서 해리 포터는 다른 학생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멍에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새삼 놀라게 된다.

부모의 희생으로 인한 하나의 흔적처럼 <무한도전>의 출연자와 제작진은 유독 더 엄격한 잣대로 심판받고 있다. 노력이 하나의 멍에를 짊어지게 한 것처럼 보인다. 성인이 된 해리는 '모든 것이 무사한' 날들을 언급하며 끝났지만, <무한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더 큰 멍에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이 주는 웃음을 우리가 계속 누리려면 그들에 대한 기준을 스스로 풀 줄 알아야 한다. 연기자의 역할뿐 아니라 시청자의 입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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