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에서 히틀러가 승리했다면 어땠을까

[리뷰] 로버트 해리스 <당신들의 조국>

등록 2015.11.09 10:38수정 2015.11.0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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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조국> 겉표지 ⓒ 랜덤하우스

최근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영미권의 장르소설 작가들 중 좋아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제일 먼저 세 명이 떠오른다. 제프리 디버, 마이클 코넬리 그리고 로버트 해리스.

제프리 디버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본 컬렉터>로 유명한 '링컨 라임 시리즈'의 작가이고, 마이클 코넬리는 '해리보슈 시리즈'를 포함해서 여러 편의 스탠드얼론(stand alone)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는 작가다.


로버트 해리스는 위의 두 작가처럼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 시리즈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위의 두 작가는 어찌보면 다작형의 작가지만 로버트 해리스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차이점일 것이다.

하긴 작가들 사이의 차이점을 구별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로버트 해리스라는 이름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던 영화 <고스트라이터>, <폼페이>의 원작자다.

로버트 해리스 작품의 특징은 역사와 허구를 뒤섞는 팩션(Fact+Fiction)에 있다. 그의 대표작들인 <아크엔젤>, <이니그마>, <임페리움> 모두 그런 작품들이다. <아크엔젤>에서 주인공은 구소련 시절 스탈린이 남긴 비밀을 찾아서 러시아의 끝이자 세상의 끝인 아르항겔스크(Archangelsk)로 떠난다.

<이니그마>에서는 2차대전 당시 실존했던 암호기 이니그마(Enigma)를 풀어내는 암호해독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임페리움>을 필두로 한 '로마사 3부작'에서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로마의 모습을, 당시의 정치인이자 변호사였던 키케로와 그의 비서 티로를 주인공으로 그려내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한 독일의 모습


이렇게 로버트 해리스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역사와 허구를 적절히 뒤섞는 것을 장기로 한다. 위의 작품들에는 모두 실존했던 인물들과 사건들이 등장한다. <폼페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게 본다면 '역사'의 요소를 제거한 <고스트라이터>가 약간 예외인 작품이 될 것이다.

로버트 해리스의 1992년 작품인 <당신들의 조국>도 그런 팩션이다. 작가는 대담하게도 2차대전에서 독일이 승리를 거두었다고 가정하고 작품을 시작하고 있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1964년이다. 2차대전에서 독일은 승리했고 동유럽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감히 '대독일제국'이라고 할 만하다.

작품 속에서 독일의 영토는 현재의 독일을 포함해서 흑해에 이르는 동유럽, 모스크바와 뻬쩨르부르크까지 차지하고 있다. 그 너머 카스피해까지가 독일의 영토다. 그런데 독일이 정말 2차대전에서 승리했다면 영토가 이 정도(?) 밖에 안 되었을지 의문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베를린의 사법경찰 마르크. 나치 독일이 2차대전에서 승리한 지 20년이 지났고 독일 전역은 총통의 75번째 생일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동시에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맞이하기 위해서 분주하다.

주인공 마르크는 호숫가에서 발견된 시신의 조사를 위해서 호출된다. 하지만 그 시신이 고위 나치 지도자였음이 밝혀지자 경찰조직에서는 마르크에게 사건에서 손을 뗄 것을 지시한다. 이후에 연이어 벌어지는 고위 간부 살인사건. 마르크는 이 살인사건들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음을, 그리고 어떤 음모가 있음을 확신하고 독자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역사 또는 허구,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 세계

역사에 '만일'이란 것은 없다고 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학자들 사이에서 통하는 이야기일테고, 소설을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만일'이란 것 만큼 호기심이 당기는 일도 없다. 만일 2차대전에서 독일이 승리했다면? 만일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참패했다면? 만일 우리나라에서 군사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만일 2011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롯데자이언츠가 우승했다면?

상상력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가정이다. 물론 이 가정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로버트 해리스 같은 작가들은 작품 속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들의 조국> <아크엔젤> <이니그마>는 어찌보면 좀 극단적인 가정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다. 반면 '로마사 3부작'이나 <폼페이>는 '가정'보다는 과거의 재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어느 쪽이건 '허구'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있는 작품들이다. 과거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럼 소설을 통해서 재구성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당신들의 조국> 로버트 해리스 지음 / 김홍래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당신들의 조국

로버트 해리스 지음, 김홍래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당신들의 조국 #로버트 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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