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론 머스크를 위한 진부한 찬가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에 단긴 밋밋함에 대해

등록 2015.11.07 17:34수정 2015.11.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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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머스크, 대담한 도전 비즈니스북스에서 출간했다. 출판사 이름에 걸맞는 책이다. ⓒ 비즈니스북스

영화 <마션>은 실제 이야기가 아니다. 당연한 말씀이다. 아직까지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지 못하니까.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 맷 데이먼의 얼굴에 자꾸 실존 인물인 엘론 머스크의 얼굴의 겹친다.

그도 그럴 것이 화성 이주 계획을 공언하는 미국인이 바로 엘론 머스크이기 때문이다. 그라면 실제 화성에서 살 방법을 찾고(최근에 화성에 핵융합 폭탄을 터뜨려 기온을 상승시키자고 했었다) 있을 거고 기술과 자원만 뒷받침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도전하지 않을까 싶다.


<엘론 메스크, 대담한 도전> 초반부에 어떤 이유로 엘론 머스크가 화성이주계획을 꿈꾸게 되었는지 나온다. 인구가 지구라는 행성이 감당할 수준을 곧 넘어설 거라서 다른 행성으로 사람들를 분산해야 한단다. 넘치니 나눠 담는다는 참으로 단순한 이치다. 간단하다. 하지만 나눠 담고 이주할 곳이 무려 화성이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화성은 지구와 확실히 가깝다. 그렇다고 해도 약 5천 5백만km다. 무지하게 멀다. 멀기만 한가. 지구인 생존 가능성 제로. 춥고 숨막히는 곳이다. 그런 곳에 가보겠다도 아니고 살림을 차리겠다니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인가.

그런데 엘론 머스크는 차곡차곡 화성으로 가는 사다리에 발을 걸치고 올라서고 있다. 그가 화성이주계획 이전에 해내겠다고 한 일들이 있다. 한번 보자.

1. 나는 한 번도 자동차라는 걸 만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포르쉐에 버금가는 전기 스포츠카를 만들어 시판할 것이다.

2. 정부기관이 만드는 로켓은 너무 비싸다. 우리는 1/10수준의 비용으로 로켓을 만들어 우주로 쏘아 올리겠다.


이 두 가지만 해도 우리나라라면 조희팔 납셨다고 할 판이다. 하지만 엘론은 사기꾼이 아니다. 자신의 계획을 현실로 만들어 냈고 그 결과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전기차를 양산하고 NASA와 손을 잡고 로겟과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있다.

멋지다. 꿈을 좇고 실현시키는 사람은 언제나 누군가의 영웅이다. 그래서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 만큼 매력적인 인물이고 삶이다.

책을 집어 들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렇게 황당함을 놀라움으로 바꿔내는 엘론 머스크의 행진, 그 속살을 보고 싶었다. 자세히 알고 싶었다. 뉴스나 인터넷에 떠도는 가십에서도 그가 무엇을 했고 얼마를 벌어들였으며 어떤 회사를 차리고 키워가고 있는지는 나온다. 내가 알고 싶었던 건 그런 게 아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했으며 어떤 곤란을 겪었는지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 부분은 빠져 있다. 마치 엘론 머스크에 관한 인터넷 뉴스를 죄다 모아다가 탁탁 털어 시간 순서대로 요리조리 배치한 듯하다. 속살은 없고 업적 나열이 전부다. 심지어 작가는 엘론 머스크와 인터뷰 한 번 안 해 본 듯하다. 또, 작가의 스타일이나 관점도 희미하다. 감정이 없다. 엘론 머스크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박수는 치고 있지만 그 박수에 진정성이 없달까?

이 책만 읽어서는 엘론 머스크는 성공의 화신일 뿐 인간이 아니다. 사랑과 돈 따위는 초월했으며 오로지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불을 뿜는 로켓 같다. 인간미가 없다. 흡사 엘론 머스크는 적들의 무수한 총질에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액션영화의 주인공이다. 실존 인물이 80년대 액션 영화 주인공이라니 진부하다. 나는 엘론 머스크의 광팬도 아니고 책 수집가도 아니다. 이 책에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건 워낙에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신기했다. 전기차를 만들어 팔고 그것이 실제로 굴러 다닌다니. 또, 로켓에 우주선을 실어 날려보내다니. 우리나라에서는 꿈은 꾸지만 누구도 나서서 실천하지 않는 일들이다. 이미 멸절한 모험하는 기업인을 보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내가 알고 싶어했던 속살은 없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다.

회사 프리젠테이션을 위해서 급하게 기업인 엘로 머스크의 행적을 알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하지만 인간 엘론 머스크에 대해 알고 싶다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다. 나는 완독 리스크에 한 권을 추가한 것으로 만족하고 엘론 머스크에 관한 다른 책을 찾아보려고 한다.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 미래를 바꾸는 천재 경영자

다케우치 가즈마사 지음, 이수형 옮김,
비즈니스북스, 2014


#엘론머스크 #화성인 #마션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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